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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의 '경기 조작', LG 4강 실패의 도화선?

기사입력 2012.03.05 15:57 / 기사수정 2012.03.05 23:58

강산 기자


[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2011년 8월 7일, 잠실구장서는 LG와 한화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지난 시즌 LG의 '13승 투수' 박현준이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바로 그 경기다. 이날 경기 결과는 이후 추락을 거듭한 LG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이날 경기의 선발투수는 박현준과 유창식이었다. 선발 투수 매치업에서 이미 LG 쪽으로 기운 승부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박현준은 이날 경기 전까지 11승을 기록한 팀 내 에이스였고 유창식은 이날 경기 전까지 승리 없이 1패만을 기록 중인 신인 투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회초부터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박현준이 한화 선두타자 강동우를 초구 파울 이후 연속 4개의 볼을 던지며 출루시킨 것. 박현준이 경기 조작에 가담했다고 의혹을 받는 상황이다. 이후 LG는 1회에만 3실점하며 경기 분위기를 한화에 넘겨줬고 결국 4-11로 대패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 이후 LG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LG가 이 경기에 승리했더라면 4위 롯데와 0.5게임차로 좁혀지는 상황이었지만 패하는 바람에 1.5게임차가 유지됐다. LG는 이후 단 한 차례도 순위를 뒤집지 못하며 최종 순위 6위로 시즌을 마쳤다.

박현준이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첫 타자 볼넷 허용'이 경기 승패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첫 타자가 출루하게 되면 이닝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야구 경기에서 '선두타자 출루'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날도 한화는 1회초 선두타자 강동우가 출루하면서 분위기를 잡았고 1회에만 3점을 선취,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이날 경기 이후 LG는 15승 2무 30패의 부진을 보이며 '9년 연속 4강 진출 실패라'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또한 7일 경기에서의 패배는 더 큰 재앙을 불러왔다. 성난 10여 명의 팬이 다음날인 8일 잠실구장에서 선수단을 향해 "정신 차리고 야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선수단을 압박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팬들의 원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14일 롯데전, 18일 두산전 패배 이후에는 수많은 팬이 경기 후 선수단을 막아서고 청문회를 요구했다. 이에 박종훈 전 감독이 팬들 앞에서 메가폰을 잡고 사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LG의 추락은 박현준이 경기 조작에 가담한 8월 7일 경기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는 점에서 다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이날 박현준이 시즌 초반의 구위로 투구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박현준의 단순한 컨트롤 난조가 아닌 '경기 조작'을 위한 볼넷 한 개가 지난 시즌 후반 LG의 운명을 통째로 바꿨다고 볼 수도 있다.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면 이후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팬들의 청문회 요구는 없을 가능성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7일 경기의 승패가 이후 LG의 분위기를 좌우했다고 볼 수도 있다.

볼넷 하나로 시작된 지난 시즌 후반 LG의 몰락, 경기 조작도 엄연한 승부 조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예다.



[사진=박현준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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