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10:24
자유주제

[잡담] 무협만화! 그 환상의 세계로…(1)

기사입력 2004.10.05 05:10 / 기사수정 2004.10.05 05:10

김종수 기자



솔직히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수의 무협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 김용이나 와룡생의 무협은 고등학교시절 굉장한 팬이었기에 상당량을 섭렵한 편이지만 국내작가들의 무협 같은 경우는 작년부터 하나하나 읽어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읽어본 국내창작무협으로는 과거 내가위, 모두위의 공동작품 몇 편(일인제국과 백혈로 기억하고 있음)과 해천인의 천하군림가 등등… 박스무협 10여종이 거의 전부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요즘 유명하시다는 작가 분들도 작년 인터넷무림을 알게되면서 많은 무림식구 분들의 입을 통해서 알게되었지요. 송구한 점도 있고, 스스로 시대에 뒤떨어졌었다는(무림세계의 입장에서^^;;) 생각도 드네요.


저는 주로 무협에 관한 여러 가지 지식이나 느낌을 과거 대본소 무협만화를 통해 얻은 약간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에구 이것을 특이하다고 해야할까요? 말하면서도 왠지 모를 어색함이 엄습해 들어오는 것 같군요.)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1학년 때까지 거의 무협만화에 미쳐서 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 고교 1학년시절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면(한 3개월 고생했었습니다. 덕분에 만화방도 갈 수가 없었지요.) 아직까지도 소설대신 만화책을 옆구리에 끼고 살았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저는 다른 분들과 달리 무협만화에 대한 향수 어린 잡담을 좀 끄적여 보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는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이 머릿속에서 무협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데도 편하군요.


^^;; 막상 이야기를 해보려니 오래 전일이라 기억이 희미해지는군요. (저 같은 경우는 한가지에 미치면 그쪽으로 집중을 많이 하지만 또 다른 것이 생기면 거기에 더 신경을 쓰기에 어쩔 땐 과거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 먼저 인상깊었던 만화가 분들을 한분 한분 꺼내며 어린 시절 느꼈던 감흥에 대해 회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장태산: 엄밀히 말씀드리면 이분은 무협만화가는 아니십니다. 굵고 진한 그림체를 중심으로 "야수라 불리는 사나이" "나간다 용호취" "거지왕 김춘삼" "스카이 레슬러" "터치다운" 등등… 주로 액션이나 스포츠만화를 그리시던 분이시지요. 먼저 이분의 이름을 언급한 것은 제가 최초로 무협만화라는 것을 접해본 것이 이분의 작품을 통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아마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이었을 것입니다. 이발소에 머리를 깎으러갔다가 보물섬이라는 만화잡지를 접하게 되었지요. 거기에 이분이 그린 "소림사의 회오리바람" 이라는 작품이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었습니다.


수나라 말기, 이세민장군(후에 당태종이 되지요.)이 정부와 맞서 싸우는 격동기를 배경으로 침묵하던 소림사와 무림의 무사들이 정의를 수호한다는 내용이 전반적인 스토리라인 이었는데 당시 저는 장풍(掌風)이라는 수법을 여기에서 처음으로 보게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게된 후 무협은 저에게 상당히 신선한 느낌으로 급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고 이후 텔레비전 등에서 무협영화가 하면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점점 그 마력에 빠져 들어갔었습니다. "소림사18동인" "흑룡통첩장" "소림태극문" 등등… 소림사 관련 영화들이 텔레비전에서 할 때면 장태산씨의 만화가 생각나며 자꾸 머리 속에서 여러 가지 기괴한 영상이(?) 떠오르더군요. 아무튼 처음으로 저에게 무협의 환상세계와 정적인 아름다움을 전해준 작품을 그린 분이시기에 기억을 보관하는 창고로 망각이라는 놈은 감히 얼씬도 못하더군요.



2. 장윤식: 이분은 대본소 무협만화 중 최장시리즈로 알려져 있는 권법48기를 그리셨던 분입니다. 이분이 어디까지 그리셨는지는 잘 모르겠으나(저 역시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얼마 후 만화방 출입을 거의 끊다시피 했으니까 말입니다^^;;) 아마도 마흔 번 째 이야기는 훌쩍 넘기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천하제일의 권법을 자랑하는 48수의 사마귀(무슨 곤충이름으로 오해하시지는 마시기를-_-; 주인공이름이랍니다^^)가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 위용을 떨쳐나가는 줄거리인데 불사신의 육체를 가진 상대부터 강시, 반로환동한 절정고수 등등… 서너 편에 한번 꼴로 주인공을 위협하는 맞수들이 등장하더군요. 초창기부터 아기하나를 항상 안고 다녔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이가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고 말입니다. 주인공의 외모나 복장은 70년대 쿵푸영화의 대명사 성룡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하더군요. 반팔 런닝셔츠(?)같은 복장에 검은색 도복바지.....어떻게 연상이 되십니까?




이분의 대부분의 작품이 48기 시리즈 물인 관계로 이것과 관련이 없는 다른 작품을 골라 보는 것도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전해주었습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이 "무사 당카이"라는 제목의 5권 짜리 작품이었습니다. 격동의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월나라의 패잔병 당카이가 자신들의 나라를 멸망시킨 강대국 오나라의 무림(이때 무림이 있었는가 하는 것은 저도 약간 갸우뚱하기는 했지만서두^^;; 아무래도 해석의 차이가 존재하니까…)을 평정해 가는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저를 몰입하게 했었지요. "강남쌍괴"라는 작품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말 그대로 두 명의 주인공이 나오는데 차가운 얼음 같은 장력을 쓰는 이와 뜨거운 기공을 쓰는 이의 멋진 조합이 머리 속으로 여러 영상들을 다양하게 그려주더군요.^^ 특히 차가운 장력을 쓰는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이미지를 탈피해 길게 휘날리는 봉두난발(蓬頭亂髮)의 스타일을 하고 다녔는데 그 모습이 사뭇 멋진지라 습자지(?)에 대고 따라 그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외 남도북검(南刀北劍)이라는 작품도 있었는데 멋진 제목(?)만큼 재미가 따라주지 못해 실망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3. 천제황: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상종가를 치던 무협만화가를 꼽아보라고 하면 거의 첫손가락 아니 아무리 겸손해도 세 손가락 안에는 꼽힐 만큼 그 이름이 높던 인기만화가 분이셨습니다. 이분의 만화는 앞서 언급한 장태산, 장윤식 두 분에 비해서 상당히 부왕부왕(어린 시절 느낌 그대로^^) 했습니다. 장풍(掌風)한방에 커다란 바위가 가루가 되고 고수가 한 명 검을 휘두르면 엑스트라 급들은 그야말로 추풍낙엽(秋風落葉)이었지요. 아무리 어린 시절이었다고는 하나 자연스럽게 다른 만화가 분들의 작품과 비교가 되었고 나름대로는 참 너무 과장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답니다. 전형적인 박스무협의 스타일을 따르던 분이었지요. 하지만 그 재미의 중독성은 사뭇 대단한지라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분의 작품을 즐겨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분의 작품에서는 대표적인 캐릭터가 몇 명 나옵니다. 항상 주인공으로 나오는 백유향(무슨 조선시대(朝鮮時代)의 머슴을 연상시키듯 머리띠를 두른 모습에 하얀 옷을 즐겨 입었었지요.)과 그 라이벌 격인 천태랑(동글동글^^한 방울형 댕기머리를 하고 비단옷을 입은 모습이 주인공과 사뭇 대조적이었지요.) 그리고 여주인공인 빙화, 소소등이 대표적인 인물상들이었습니다. 내공을 표현할 때 일갑자, 이갑자 형태로 나타내는 것도 이분들의 특징이었지요. 당시 저는 이 갑자라는 것을 어떻게 계산해서 내공단위를 나타낸 것인가 한동안 골머리를 썩히기도 했답니다. 하여튼 별의별 엉뚱한 생각을 다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작으로도 이분은 유명했습니다. 원래 만화라는 것 자체가 여러 파트로 나뉘어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저로서는 어떻게 한 달에 서너 질이 넘는 작품이 쏟아져 나올 수가 있을까 항상 궁금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림을 못 그리던 것도 아니고(당시의 대본소 만화 중에서는 제법 잘 그린 축에 속했었지요.) 스토리가 부실한 것도 아니고(어린 제 눈으로 보았을 때^^) 말입니다. "소림파천무" "남북소림" "소림사와 마교"(주인공이 정파인 소림이 아닌 마교의 대종사의 인연을 얻는다는 것이 당시 너무 신선해 보였었습니다^^)



"천하제일 검과 소림사" "무당과 소림사" 등등의 소림사 시리즈, "월하마영" "흑풍마영" "천수마영" 등등의 마영시리즈를 비롯해 "고검추풍" "백포사신" (이 작품이 나올 당시 김철호씨의 즙포사신 시리즈가 꽤 인기였었지요. 대사란의 글씨가 세로로 되어있던 것이 특징이었지요.^^), "강호대혈풍" "화화태세" 등등등…(다섯개의 링을 무기로 사용하는 특이성과 더불어 배경이 서장이라는 것이 눈길을 많이 끌었습니다.) 만화가게에 나왔다싶은 이분의 신간은 거의 빼놓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요즘은 너무 활동이 뜸하신것같군요.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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