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그야말로 애·정·남의 시대다. 개그프로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이 남자의 매력에 국민들은 푹 빠졌다. 그동안 모호했던 대부분의 궁금증도 풀리고 있다.
이 가운데 구자철에게도 애매한 부분이 생겨났다. 바로 포지션과 역할 문제다. 구자철은 그동안 원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 잦은 포지션 변경으로 제 역할을 잃었던 것이 사실.
그동안 구자철의 애매했던 포지션을 정해줄 수 있는 '애정감(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감독)'이 필요했었다. 그런데 때마침 임대된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경기 출전과 함께 최상의 역할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과연 요스 호루카이 감독이 구자철을 구제할 애정감이 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잦은 포지션 변경, 모호했던 역할
구자철은 그동안 많은 포지션을 넘나들었다. 좋게 말하면 '멀티 플레이어'요, 나쁘게 말하면 '애매한 선수'다. 제주에서 뛰던 시절 구자철은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중앙에서 주로 경기를 조율하고 패스를 뿌렸다.
그러나 2011 아시안컵 이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국가대표로 참가한 아시안컵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공격수로 돋보인 활약을 펼쳤다. 득점왕도 거머쥐었다. 이러한 구자철의 공격본능에 반한 볼프스부르크는 구자철을 곧바로 영입했다.
펠릭스 마가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구자철의 역할이 모호해졌다. 구자철의 강점을 잘 알지 못한 마가트 감독은 그를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좋지 않았다.
의아해 하던 마가트는 지난해 12월 독일을 방문한 차범근 축구해설위원으로부터 구자철이 '처진 공격수'로 뛰었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이후부터 구자철은 공격포지션에 기용되기 시작했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역할이 변경됐지만 여전히 정해진 포지션은 없었다. 때에 따라선 처진 공격수로, 어떨 땐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잦은 포지션 변경은 오히려 독이 됐다. 팀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포지션에서 실력을 입증할 기회를 받지 못했고 빈 자리를 메우는 역할을 맡았다.
후루카이 감독, 구자철의 애·정·감될까
지난 겨울 아우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한 구자철에게 봄날이 왔다. 경기에 출전하는 횟수도 급격히 늘었다.
후루카이 감독은 구자철의 다재다능함을 주목하며 팀의 중심이 돼 주길 기대하고 있다. 영입 당시 지역지를 통해 "구자철은 우리 팀에 아주 중요한 선수가 될 수 있다"며 "마지막 순간에라도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그를 영입하게 돼 기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출전이 보장되면서 구자철의 역할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부여받은 역할은 '프리롤'.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만 출전하며 포지션 변경도 최소화됐다. 임무도 패스와 공격지원으로 확실하다. 롱볼축구로 일관됐던 아우구스부르크에 세밀함과 창의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는 구자철이다.
특히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헤르타 베를린전에선 토르스텐 외를의 골을 도운 패스는 일품이었다. 수비를 등진 채 연결한 완벽 패스는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됐다. 3일 하노버전에서도 빛났다. 전반 12분 구자철이 내준 정확한 패스는 외를을 거쳐 악셀 벨링하우젠의 골로 연결됐다. 전반 25분에도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절묘한 패스를 보이기도 했다.
주전 도약과 함께 역할도 확실해지자 구자철도 살아나고 있다. 그의 움직임과 패스는 이미 팀 공격의 핵이 됐다.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되찾은 분위기다. '애정감' 후루카이의 지도아래 구자철의 맹활약도 계속될 전망이다.
[사진=구자철 (C) 아우구스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