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경기 조작 혐의로 프로야구계가 시끌시끌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장 곤욕을 치르는 팀은 바로 LG 트윈스다. 이미 선발 후보였던 김성현(23)이 구속된 데 이어 지난 시즌 '13승 투수' 박현준(26)도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대구지법은 지난 1일 경기 조작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를 받고 있는 김성현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2일에는 박현준이 검찰에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만약 박현준마저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LG는 선발진 구성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LG는 지난 시즌 3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외국인선수 벤자민 주키치(30)와 래다메스 리즈(29), 그리고 박현준이 주인공이다.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도 이 3인을 중심으로 짤 계획이었다. LG가 박현준의 조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현준은 지난 시즌 29경기에 등판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18의 성적을 거뒀다. LG의 실질적 에이스인 봉중근이 토미존 수술로 로테이션에서 빠진 상황에서 그 자리를 충분히 메워줬다. LG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긴 했지만 박현준의 재발견에 위안삼을 수 있었던 이유다.
만약 박현준이 이번 소환 조사에서 무혐의로 풀려난다면 LG는 한숨을 돌릴 수 있다. 박현준 본인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승부욕 하나는 둘째라면 서러울 박현준이 명예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한다면 남은 기간 충분히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박현준이 경기 조작에 가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LG는 확실한 토종 선발 없이 시즌을 맞게 된다. 봉중근은 6월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박현준의 이탈은 치명타다. 야구가 '투수놀음'인 만큼 선발진이 무너진다면 이기는 야구를 하긴 쉽지 않다. LG가 지난 시즌 중반까지 4강 경쟁을 했던 것도 이전보다 강한 선발진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박현준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인 29일 급거 귀국했다. 검찰 소환 조사를 위해서다. 당시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현준은 "난 (경기 조작) 하지 않았다. 잘 밝혀질 것이다"며 미소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현준의 짧은 한 마디가 사실이라면 LG는 이번 사건의 충격파를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이라면 이택근-송신영-조인성을 모두 잃은데 이어 선발투수 2명마저 잃은 LG의 올 시즌 전망도 어둡기만 하다.
[사진=박현준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