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7일에 다음커뮤니티 축구토론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개막전을 보면서 그리스가 매우 강하며, 경제적인 경기를 한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과의 일전을 매우 기대하면서 야심한 밤에 TV를 켰고, 역시 그리스는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적지 않은 수가 올림픽팀에서도 뛴다고 하니, 매우 한국 올림픽 대표팀에게 힘든 일이 아닐수 없겠네요...
스페인... 훌륭한 리그(프리메라리가)를 가지고 있고, 대표선수의 면면을 살펴봐도 탑클래스 수준의 선수가 즐비한 팀입니다. 솔직히 2002 월드컵에서 한국과 무승부한 것은 한국팀에 많은 행운이 따랐음을 부인할 수 없었죠...
라울 곤잘레스(레알 마드리드), 페르난도 모리엔테스(AS 모나코, 다음 시즌에 레알 마드리드로 복귀할 것으로 보임), 후안 발레론(데포르티보 라 쿠냐), 푸욜스(FC 바르셀로나),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 대부분 빅리그인 자국리그에서 뛰면서, 제원이 넘쳐나는 행복한 팀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죠...
이런 공수에서 조율이 잘된 팀(비록 수비에서 페르난도 이에로(알 라얀-카타르)이 은퇴했지만 충분히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적함대" 스페인을 상대로 "다크호스" 그리스가 일전을 치루게 됩니다.
전후반 통틀어 스페인이 압도적인 볼 점유율과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게 됩니다. 6:4 정도의 스페인이 경기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1-1로 비긴 것은 운이 좋다기보다는 경제적인 축구를 하는 그리스의 팀 전술이 제대로 먹힌 것이라고 저는 평가하고 싶군요...
전반전에는 그리스가 스페인의 양 윙플레이어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합니다.
비센테(발렌시아)와 예체베리아(아틀레틱 빌바오)에게 번번히 뜷리면서 크로싱을 허용하게 됩니다. 특히, 비센테의 실력 향상으로 스페인의 왼쪽 윙플레이어에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소속팀의 리그 우승(2003-2004시즌)과 UEFA 컵 우승에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반 28분경...
스페인 자국에서 요즘 언론에 뭇매를 맞고 있는 라울 곤잘레스가 패스를 받아 힐패스로 모리엔테스에게 연결한 뒤, 오른발로 감아서 그리스 골문을 먼저 엽니다.
1-0 으로 먼저 스페인이 달아납니다....
이후에도, 양팀의 강한 압박싸움, 거친 몸싸움은 계속되는데, 누가 유럽축구 아니랄까봐 참 빠르며, 강력한 압박 및 거친 몸싸움, 패스의 군더더기가 없는 유럽축구의 진수를 보여주게 됩니다.
일진일퇴 속에, 스페인의 우위로 전반전은 끝마치게 됩니다.
후반전에도 스페인은 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인 팀운용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날, 푸욜스와 호아킨(레알 베티스)가 가장 많이 보였는데, 푸욜스는 마치 유로 2000 때 잘 나가던 에드가 다비즈(FC 바르셀로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부색깔과 플레이 성향이 약간 달라도 - 피부색깔은 아시리라 생각하고, 플레이 성향에서 다비즈는 공격적이고, 푸욜스는 수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 터프함과 강한 체력, 쉴새 없이 뛰어다는 것은 영락없이 다비즈를 연상토록 하더군요... 현재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선수도 푸욜스 선수를 가장 두려운 수비수라고 하더군요...
이에 반해 호아킨 선수는 현란한 발재간과 빠른 돌파로 제 시선을 끌어모았습니다. 어디서 동영상을 구할 수 있다면 후반전 교체아웃 되기 전까지 보십시요... 그리스 수비(수비가 강한 그리스죠)를 5명까지 제치더만요...
왕년의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를 보는 듯 했습니다. - 인터밀란 시절이었죠... 당시 호나우두의 개인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
여하튼 그리스도 골을 넣기 위해서 백중으로 뛰다가 후반 20분경에 오른쪽 외곽지역에서 프리킥을 얻을 것을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왼쪽 골 에어리어에 있던 카리스테아스(베르더 브레멘-독일)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이를 강력한 왼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 때, 카시야스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골이 들어갔기에, 더욱 안타까웠을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많지 않았던 찬스에서 골을 넣었고, 세트플레이에서(단 한번의 패스로) 바로 골로 연결되었던 것은 한국 대표팀도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숱한 골찬스에서도 집중력 저하나 골 결정력 부재, 불운으로 번번히 허공에 날리거나 골키퍼에 막히는 것은 2006년 전에 고쳐야 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약팀이 강팀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세트플레이의 정밀도에서도 큰 비중이 있음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중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페인은 이미 교체아웃된 모리엔테스 자리에 발레론이 투입되고, 라울마저 교체아웃 시키고 토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투입합니다.
역시 밀고 밀리는 경기에서 몇차례 그리스와 스페인에게 기회는 있었지만, 번번히 골문을 외면하거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후반도 종료됩니다.
1-1로 무승부가 되면서, 그리스는 마지막 경기인 러시아와의 일전을 한결 가벼운 마음(1승 1무)으로 맞이하겠고, 스페인은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와의 일전을 다소 무거운 마음(1승 1무)으로 맞이하게 되겠습니다.
오늘 라울 곤잘레스는 실추했던 이미지를 1 어시스트로 약간 만회했지만, 좋았던 골찬스를 놓치면서 자국언론에게 계속 압박을 당할 것으로 보이며, 모리엔테스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나왔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그리스는 공수조율 담당이었던 베테랑 자고라키스(AEK 아테네)의 경고누적(포르투갈전 1회, 스페인전 1회)으로 다음 러시아전에서는 나설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늘 열릴 포르투갈 - 러시아전에 따라 두 팀은 마지막 경기까지 혼신의 힘을 다 쏟아야 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다음 편에...
이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