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15일에 다음커뮤니티 축구토론방에 올렸던 글입니다.
정말 배울 것이 많았던 경기였습니다.
다만 경기는 그다지 재미있지 않았지만, 한국 대표팀에게는 매우 배울 것이 많았던 경기라고 꼽습니다.
비록, 잉글랜드 vs 프랑스의 경기는 거의 환상적(스피드, 압박, 패싱, 킥 등 공수 전반적으로 화려했으며, 선수들간의 정신력도 대단했죠)이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배울것이 많은 경기였다면 이 경기는 정신력으로 승부를 내는 한국 대표팀에게는 매우 소중한 경기였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전반부터 두 팀은 강력한 프레싱(볼만 잡으며 두 명 이상의 선수가 달려들어 압박을 했었죠)과 수비수들의 차단능력은 가히 이기겠다는 정신으로 무장된 경기였고, 많은 파울과 경고, 퇴장은 이에 따른 부산물이 되었습니다.
보겔(PSV 아인트호벤) 선수의 어이없는 퇴장으로 스위스는 가뜩이나 네임벨류에서도 크로아티아에게 밀렸는데, 더욱 궁지에 몰렸지요...
Yellow Card가 남발하던 경기는 0-0의 무승부를 만들어 냈지만, 최근 유럽축구의 경향을 보여준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스위스나 크로아티아의 자국리그는 3류(1류 : 잉글랜드, 스페인, 이태리 2류 : 독일, 네델란드,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 터키, 포르투갈 등 3류 :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으로 분류할 수 있겠네요...)로 취급받으며 변방이라고 하지만, 대표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대부분 잉글랜드나 이태리, 독일, 프랑스 등에서 뛰면서, 이름을 날리는 선수들입니다.
또한, 스위스 리그팀인 FC바젤은 작년 시즌인 2002-2003시즌 챔피언스 리그에서 16강에 오르는 이변을 보여주면서 스위스 축구를 알리기도 했죠...
최근 유럽축구의 경향은
1. 90분 내내 한 자리만을 죽 치는 경기가 아니라 이곳저곳 쑤시면서 왕성하게 뛰어다니는 경기력을 보여줍니다.
- 이 덕에 2002월드컵에서 한국이 4강에 올랐습니다.
2. 지능적인 파울과 거친 태클
- 경고를 받지 않을 정도의 태클이지만, 굉장히 강력한 태클을 말하며, 이 점은 한국팀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3. 최전 공격수와 최후방 수비수간의 폭이 매우 짧습니다.
- 요즘 한국대표팀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4. 예측 플레이
- 공격이든 수비든 간에 예측플레이로 인해서 더욱 빠른 볼처리를 합니다.
5. 수비수 1명 정도는 우습게 제치는 개인기
- 요즘 유럽리그에서 남미출신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덩달아 유럽선수들도 개인기가 많이 늘었습니다. 지단... 예술이죠.
6. 강력한 압박
- 상대팀이 볼을 잡으면, 최전방부터 두세명이 에워싸면서, 편하게 볼배급을 할 수 없도록 합니다.
7. 볼터치가 매우 짧습니다.
- 볼만 잡으면 압박을 받기 때문에, 원터치 패스나 논스톱 패스를 구사합니다.
8. 창조적인 플레이
- 90년대 들어서면서 남미만의 창조적인 플레이(개인 혹은 부분전술)가 유럽으로 들어오면서, 유럽팀들도 창조적인 플레이(주로 부분전술)를 많이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는 유럽팀들의 창조적인 플레이를 보면서 혀를 내두릅니다.
9. 진정한 프로의식
- 지난 한국 vs 터키 1차전에서 송종국 선수와 이을용 선수는 "형제의 나라"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또한, 저 선수가 프로선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 대다수 유럽팀들이 수비가 강합니다.
- 3-Back이든 4-Back이든지 간에 수비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제공권이나 사전차단, Zone Defence(지역방어) 혹은 Man Marking(대인방어), Off-Side Trap 등에서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11. 많은 팀들이 세대교체 중입니다.
- 과거 화려했던 선수들은 파릇파릇한 신예들에게 밀려 은퇴를 하거나, 경쟁에서 탈락하면서 세대교체 중이었습니다. 디펜딩 참피언인 프랑스도 그렇고,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 등 모든 팀들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신예 선수들은 더 빠르고, 전술이해력도 높으며, 왕성한 체력을 자랑합니다.
등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단지 6경기 밖에 치루지 않았지만, 그 동안 빅리그를 보면서, 이번 유로 2004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스위스와 크로아티아 전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유럽의 변방이라던 팀들도 어느 정도 상향되면서 강팀과의 간격을 좁히고 있습니다. 한국팀도 "4강의 추억"을 잊고(특히, 선수들이...),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언론이나 팬들은 이미 잊었는데, 한국 축구선수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은퇴하면 몰라도 그라운드 위에서는 속히 잊고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여하튼 이 경기는 한국팀에게 경기외적인 모습에서 많은 것을 일깨워 준 경기라고도 보여집니다.
이기겠다는 강박관념으로 풀리그 첫 경기인데, 대책없이 경고를 받고, 어이없이 퇴장당하는 것은 과거 한국팀도 그랬으며, 11:10의 경기에서 공격수를 하나 줄이고, 수비수를 두어 10명이라는 생각이 안 들게 열심히 싸웠던 스위스 선수들은 과거 한국팀도 그랬습니다.
쓸데없는 반칙은 팀에 상처를 냅니다.
만일, 한-터키 1차전이 터키에서 열렸다고 칩시다.
이을용 선수나 송종국 선수는 최소 경고나 최대 바로 퇴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 98 프랑스 월드컵 한-멕시코 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첫골을 넣었던 하석주 선수가 당시 엄하게 제재하던 백태클을 해서(당시 그렇게 안 해도 무방했는데...) 바로 퇴장당하며, 분위기는 멕시코에게 넘어갔습니다.
따라서, 그날 경기에서 터키에게 근소하게 졌지만, 터키 원정이었다면 5-0도 장담 못할 경기였지요...
그래도 교묘한 반칙과 상대 흐름을 끊는 파울은 매우 배울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이 한국팀에게 부족합니다. 한국팀은 태클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또한, 반칙하다가 자주 심판에게 걸리기도 하죠...
가장 중요한 상대팀이 분위기를 탈 때 그것을 끊어주는 반칙을 안 하더군요...
반칙을 하면 안되지만, 이런 반칙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반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경기는 "상처뿐인 무승부"라고 보여지며, 다음 일정에 매우 큰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베스트 멤버의 절반이 경고를 받아 프랑스나 잉글랜드전에 상당한 모험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야기했던 보겔 선수는 예선전에서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팀이 16강에 안착한다면 볼 수 있겠네요...
다음 편에...
이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