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 2011년 한국축구는 다사다난했다. 끝 없이 추락하는 듯했으나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했다. 엑스포츠뉴스는 2011년 한국축구를 정리했다.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봤다.
올해의 선수 - 에닝요
한국축구가 외국인선수에 대해 조금만 더 관대했다면 K리그 MVP는 이동국이 아니라 에닝요가 됐을 지도 모른다. 에닝요는 올시즌 26경기에 출장해 11골 5도움을 기록했다. 2010시즌의 18골 10도움 보다 못하다. MVP 주인공이었던 16골 15도움의 이동국보다도 떨어진다. 그러나 에닝요는 순도가 높다. 전북 경기를 지켜본 이라면 모두가 인정한다. 실제 에닝요는 전북에게 가장 중요했던 울산과의 챔피언결정전 1,2차전에서 팀의 4득점 중 3득점을 쓸어담았다.
올해의 팀 - 부산 아이파크
'닥공(닥치고 공격)' 붐을 일으키며 K리그 정상에 섰던 전북은 아쉽게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알 사드(카타르)에 분패했다. 안방 '전주성'에서 열렸던 결승전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옥의 티다. 안익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부산의 변신도 전북 못지 않은 가치가 있다. K리그 빅클럽으로 채워진 6강 명단에 중소 클럽은 부산이 유일하다. 올시즌 부산(78.9%)보다 높은 홈 승률 팀은 전북(81.3%)이 유일하다. 화려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산의 약진이 묻혀선 곤란하다.
올해의 감독 - 조광래
후반기 부진 때문인지 1월 아시안컵에서 세웠던 조광래 감독의 위업은 시나브로 잊혀졌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조 감독은 이른바 '뻥축구'로 대변되는 한국축구의 특징을 전면적으로 거부, 짧은 패스와 기동력 그리고 연계 플레이를 통한 아기자기한 축구를 지향했다. 1월 아시안컵은 이런 한국축구의 변화가 효과를 거뒀던 무대. 한국축구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조 감독의 의지는 높이 살 만 하다. 어쩌면 달라진 한국축구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건지도 모른다.
올해의 명승부 - 1.25 한일전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한일전이 성사됐다. 한국은 전반 23분 기성용의 페널티킥 득점으로 기선을 잡았으나 마에다 료이치, 호소가이 하지메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다. 연장 후반 15분 예상치 못한 골이 터졌다. 황재원이 상대 수비진의 혼란을 틈타 회심의 슈팅을 날린 것이 골네트를 흔들었다. 한국은 승부차기 끝에 분패했으나 후회없는 명승부로 한일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손흥민은 울었고 가가와 신지는 웃었는데 다음엔 어떨까.
올해 최고/최악의 순간 - 신영록과 알사드
신영록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 마비였고 소생 여부가 불투명했다. 경기 중 의식을 잃은 선수가 다시 깨어난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신영록은 달랐다. 50일 만에 의식을 회복하며 그는 '기적의 아이콘'이 됐다. 알 사드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수원, 전북을 울렸다. 수원은 알 사드의 비매너와 폭행에 눈물을 흘렸고 전북은 '골대 저주'에 고개를 숙였다. 알 사드의 기행은 계속됐다. 클럽월드컵 바르셀로나전에서 그들은 다비드 비야를 시즌 아웃시켰다.
올해의 사건 - 승부조작
K리그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일부 선수들은 죄의식도 없었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전·현직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지도자, 심판들까지도 관련됐다는 설이 파다했고 일부 사실로 밝혀졌다. 진작에 터졌어야 할 사건이다. 요즘같은 풍토에서 승부조작이 없다고 해봤자 궁색한 변명일 뿐이다. 뒤늦게나마 밝혀져 다행스럽다. '변해야 산다'는 뼈있는 지적이 많고 실제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진 = 에닝요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