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벌어진 아시안컵 예선 2차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UAE를 맞아 힘겨운 첫 승을 엮어냈다. 하지만 2:0이라는 표면적인 스코어를 제쳐두고 경기내용을 살펴본다면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든 한판이었다.
전반전 이동국의 선제골이 터지기 전 까지 선수들이 보여준 경기는 졸전 그 자체였다. 아직 본프레레호의 완전한 전술이 구성되지 않은 상태라 착착 드러맞는 조직력을 기대하는것은 무리라는 걸 알고있다. 문제는 선수들의 태도였다.
둔탁한 볼 트레핑과 어이없는 패스미스, 패스의 진행방향-강도의 부정확성, 빈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려는 열의-투지의 결여는 팀 전체가 경기를 운영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기초적인 플레이 하나하나에 신경쓰지 않는데 경기가 제대로 진행될리가 만무했다.
더운 날씨고 상대도 세계적인 강팀이 아니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태도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여전히 월드컵 4강이라는 자만심에 빠져있었으며 스타의식에 젖어있었다.
그나마 후반초반, 박재홍의 퇴장으로 팀이 어려운 상황에 몰리자 선수들의 눈빛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신경을 썻고 한 걸음이라도 더 뛰어야 한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플레이에 베어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10명의 선수들이 아닌 11명의 선수들이 모였을때, 상대가 비록 약팀일 지라도 그런 열과 성이 있는 플레이를 하길 원한다.
월드컵 4강신화는 이제 양날의 검으로 우리손에 쥐어졌다. 계속 월드컵4강 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인지, 아니면 2002년의 자부심과 자심감을 바탕으로한 멋지고 성실한 플레이를 펼칠 것인지, 모든것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지금의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는 패기있는 플레이가 성인대표팀에서도 나타나길 바란다. 여전히 그대들은 월드컵4강신화의 주인공이고 우리들의 영웅임을 잊이 않길 바란다.
그저께 FIFA.COM에 올라온 인터뷰 기사에서 안정환은 이런말을 했다.
"지금의 팀은 새로운 감독과 선수들로 구성된, (2002월드컵팀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팀이다. 우리는 처음 일을 시작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당장은 2002년처럼 플레이하기는 힘들지만 점점 나아지고 있다. 한국팀은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말이아닌 플레이로, 마이크 앞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이 약속을 실천해 보이길 기대한다.
안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