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02-17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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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매거진] 신앙고백의 오라토리오, '트리 오브 라이프' (황하민 감독의 톡톡)

기사입력 2011.11.15 15:58

칼럼니스트 기자
[E매거진] 교향곡이라 하기에는 종교적 색채가 깊게 드리워져 있고 죽음을 뛰어 넘은 신을 말하고 있어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 레퀴엠도 어울리지 않는다. 신을 위한 단순 명료한 그레고리안 성가라고 하기엔 폭넓고 풍부하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오라토리오다. 40년간 단 5편의 작품을 만든 테렌스 맬릭 감독의 137분간의 지휘와 연주는 숭고하며 장엄하다. 영화의 진한 향과 깊은 울림은 극장을 나서도 쉽게 가시질 않는다. 오랜 시간 많은 예술가가 다뤘던 고루한 예술의 주제이자 자극적이고 파격적일 수 있는 신과 인간이라는 주제를 철학 교수였던 감독의 전직처럼 차분하고 사색적으로 하지만 난해하지 않게 담아내고 있다.

(-오라토리오 Oratorio : 종교, 또는 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독창·합창·관현악을 위한 대규모 악곡-)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그때에 새벽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쁘게 소리하였었느니라." (욥기 38:4, 7) 영화의 첫 머리, 성경 욥기의 한 구절이다.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의 종교적인 성격과 방향을 서두에서 정리해 주고 있다.

욥은 영화의 전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욥과 같은 시련과 고난의 시간이 영화 속 주인공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그 인고의 시간 속에 존재했을 신에 대한 수많은 회한과 질문을 한 가족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아버지와 아들의 화해의 과정 속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한 인간의 화해로 그리고 있지 않다.




강하고 권위적인 아버지와 한없이 자애롭고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 인간이지만 그들에게 신성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던 아이의 모습은 우리 인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가족의 화해의 과정은 신과 인간의 화해의 과정으로 확장시켜 볼 수 있다.

영화는 직접적인 종교적인 의미와 물음들로 가득 차 있다. 천지창조를 의미하는 지구와 인간의 탄생 과정. 어머니의 목소리로 이끄는 세속적인 삶이 아닌 이타적인 삶의 지향 그리고 행복하기 위한 조건, 사랑. 아버지와 화해를 통해 이뤄지는 신에 대한 인정. 절대자를 향한 감독의 태도가 영화 속에 녹아 있는 것 같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테렌스 맬릭 감독의 신앙고백이다.



이야기 중심의 영화보기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무겁고 지루하게 다가갈 수 있다. 대중음악의 일상 속에서 교향곡은 또 다른 감동으로 감성을 풍부하게 한다. 이처럼 '트리 오브 라이프'는 익숙함과 거리가 멀어진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감동으로 미처 알지 못했던 감성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글] 황하민 (영화 감독) 


칼럼니스트 황하민 en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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