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30 01:36
스포츠

[리뷰] 대한민국 2-0 쿠웨이트

기사입력 2005.02.12 23:06 / 기사수정 2005.02.12 23:06

임회준 기자

경기 전 스케치

영하의 상암은 북동풍의 강바람으로 인해 무척 추웠습니다. 설 저녁인데다 추운 날씨로 인해 관중이 적을 것이라는 많은 예상을 깨고 경기시작 전부터 관중석이 가득 차더군요. 53,287명이라는 공식기록에서 알수 있듯 경기장 사석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좌석이 찼습니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우리 K리그의 관중수는 아이러니입니다. 

이전의 A매치에 비해 축구협회의 준비가 돋보인 경기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경기시각을 8시로 변경하여 좀더 많은 관중의 입장을 유도하더니 쿠웨이트 전에서는 입구에서 붉은색 전단을 나눠주며 카드섹션 응원에 사용토록 한데다 또한 E석 쪽에는 휴지폭탄과 꽃가루까지 비치하고 선수입장과 경기 킥오프 때 이용해달라는 안내 방송까지 있었습니다. 게다가 경기 전부터 시작된 붉은악마의 카드섹션 응원도 보기 좋았습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E석에서 붉은 카드섹션 응원을 펼치는 관중


킥오프 순간 E석에서 쏟아져 내리는 휴지폭탄


전반전

한국은 3-4-3 포메이션을, 쿠웨이트는 4-4-2 포메이션으로 보이나 실상은 투톱 중 하나인 11번 나와프 알무타이리를 MF로 내려 한국과의 미드필드 싸움에서 수적인 우위를 가져오려 했습니다. (아래 킥오프 사진 참조)

----- 설기현 ----- 이동국 ----- 이천수 -----

------------------ 박지성 ------------------
--- 김동진 ---------------------- 이영표 ---
------------------ 김남일 ------------------

----- 박재홍 ----- 유경렬 ----- 박동혁 -----

------------------ 이운재 ------------------




미드필드에서의 수 싸움에 나선 쿠웨이트는 경기 초반 거칠게 몰아붙이려 하지만 이내 전반적인 미드필더 라인을 자기 진영 중반까지 낮추고 맙니다. 쿠웨이트전에서 우리 선수들의 보기 좋았던 모습 가운데 하나가 FW와 MF의 간격이 무척 좁았고 또 포지션 변화가 원할했던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쉽게 찬스를 얻지 못한 이유는 쿠웨이트 또한 미드필더들이 뒤로 물러서면서 DF와의 간격을 좁힌 채 우리 선수가 볼을 잡으면 두세명의 선수가 효과적으로 압박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한 번에 쿠웨이트 진영으로 보내는 긴 패스가 많았습니다.

전반 7분, 첫 번째 코너킥을 얻었고 이어 설기현 선수의 슛으로 시작된 한국의 일방적인 공격은 시작되었습니다. 간간히 패스미스나 인터셉트로 상대의 역습 기회를 허용하기는 하나 원톱으로 나선 쿠웨이트의 17번 바더 알무트와에게 오는 패스는 박재홍 선수 등에 의해 안쓰럽다 싶을 정도로 차단당하고 말더군요. 체격과 체력의 우위에서 오는 힘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좌동진 우영표'에게 시선이 갔습니다. 작년 아시안컵 요르단전 등에서 경험이 있다지만 아무래도 어색할 수 밖에 없을 우측에 이영표 선수를 배치시킨 보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 김동진 선수의 활약이 궁금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설기현 선수와 김동진 선수의 호흡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만 올림픽대표와 A대표의 레벨 차이를 느꼈는지 공격시 위축된 플레이를 보인 점이 아쉬웠습니다. 김동진 선수, 그래도 지난 12월 19일 독일과의 친선전을 포함 A대표 12경기 경험이 있기에 경험 미숙이라기 보다는 컨디션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설기현 선수, 한동안 침체되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위에 언급한 김동진 선수와의 호흡을 적절하게 이끈 것은 물론이고 여유있는 드리블과 볼키핑으로 쿠웨이트 우측을 완전히 허물었습니다. 김동진 선수가 윙으로 올라오면 자연스레 중앙으로 밀고 들어오며 소속팀 울버햄튼에서와 같은 중거리 슛도 보였지만 득점에는 실패했죠. 공격시 템포조절 능력을 좀더 올린다면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그만큼 더 가까와질 듯 합니다.

설기현, 박지성 등도 좋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전반전의 베스트 플레이어는 김남일 선수라고 봅니다. 다른 선수들에겐 미안한 소리지만 그의 존재감을 확연히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한두번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기는 했습니다만 항상 전방의 우리 선수들 위치를 확인하고 볼배급 하는 모습과 미드필드에서 미리 상대의 공격을 끊는 모습은 수비형 미드필더의 교본이라 할만 했습니다.

쿠웨이트의 전반 슈팅수가 하나뿐인 것이 유경렬 선수를 비롯한 3백 라인의 안정이 이유겠지만 그에 앞서 김남일 선수가 상대 공격의 맥을 끊은 것이 가장 큰 수훈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첫 골도 김남일 선수로부터 시작되었죠. 전반 23분, 쿠웨이트 페널티 지역 우측에 있는 이동국 선수를 보고 크로스를 올렸으나 쿠웨이트 수비수가 걷어내려 헤딩을 했고 그 볼이 멀리가지 않자 이동국 선수가 왼발 발리슛, 반대편 골포스트 맞고 들어갔습니다. 

[이동국 선수의 득점 장면 / 출처 :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27분 설기현 선수의 슛이 쿠웨이트 GK 칼리드 알파드리(주장)의 선방으로 막혔고,   전반 종료 직전엔 설기현 선수가 이동국 선수와 눈으로 사인을 주고받은 뒤 패스를 넣어주어 좋은 찬스를 만드나 득점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김남일 선수가 중앙을 조율하는 가운데 설기현, 박지성, 이동국 선수의 활발한 움직임이 돋보인 전반전이었습니다. 이동국 선수 MF지역까지 내려와 리턴을 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히며 상대수비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상대 진영 깊숙히서 몸싸움을 하거나 페널티 지역 안에서의 움직임으로 수비수들을 흔드는 모습이 드물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이 이동국 선수의 스타일이고 또 본 프레레 감독의 전술이 3톱과 미드필더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는 듯 합니다. 

설기현 선수가 쿠웨이트 우측을 무너뜨린 탓인지 상대적으로 이천수-이영표 선수 쪽의 공격빈도가 낮은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경기 후 이영표 선수는 쿠웨이트 수비수 15번 웨일드 주마흐의 마크가 강해 역습에 대비하여 공격을 자제했다고 하더군요.


[사진: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후반전

후반 시작과 함께 쿠웨이트의 반격이 거셌습니다. 뒤지고 있는 팀의 급한 마음과 앞서고 있는 팀의 느긋한 마음이 빚어내는 자연스런 현상이랄 수도 있는 이러한 위기는 후반 10분여를 지나면서 서서히 사그러졌습니다. 

경기 후 박지성 선수는 쿠웨이트의 몇몇 찬스가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에 기인한 것이라 하더군요. 전반전에 높은 집중력으로 경기 주도권을 가져온 것에 반해 앞서고 있다는 방심에 기인한 위기였다고 했습니다. 본프레레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집트전과의 경기력 차이 등의 이유를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해석하던데 90분 내내 집중력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쿠웨이트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감독은 후반 8분 11번 나와프 알무타이리를 빼고 10번 파하드 알하마드를, 15분엔 20번 압둘라만 알다우드를 빼고 9번 바사르 압둘 아지즈를 투입하며 반격에 나섰습니다. 이때까지 전방의 원톱을 담당하던 17번 바더 알무트와가 우측 윙으로 내려가고 교체된 9번과 10번이 공격이 나서며 중앙 돌파를 몇 차례 시도하나 이번 경기의 또다른 수훈갑 유경렬 선수 등에 막히며 이렇다할 득점찬스를 만들지는 못합니다.

여담입니다만 17번 알무트와 선수, 체격이 크지 않은 반면 빠른 움직임을 몇 차례 선보였습니다. 1985년 1월 10일생으로 어린 선수인데 기억해 봄직한 선수인 듯 합니다. 참고로 쿠웨이트는 골키퍼와 수비수 3명,  교체로 투입된 9번 압둘 아지즈를 제외하곤 80년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었습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본 프레레 감독은 후반 24분 이천수 선수를 빼고 정경호 선수를 투입합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정경호 선수의 투입 시기가 늦었다고 느껴질만큼 이천수 선수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습니다. 특유의 빠른 돌파도 거의 없었고 쿠웨이트 수비수 한 명도 뚫기 버거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소속팀에서의 부진이 원인이라고 보여지는데 이천수 선수에게 필요한 처방은 프레메라리가에서의 데뷔골입니다. 경기 후 우울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타는 그의 어두운 모습이 안타까왔습니다.

미국 전지훈련 이전까지 정경호 선수에 대한 전술적인 불만으로 다른 선수와의 포지션 중복을 들 수 있었는데 한결 좋아진 모습이었습니다. 투입되자 이영표 선수와 위치에 대해 의논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한 두차례 어정쩡한 위치를 보여 이동국 선수에게 지적을 당하기도 해 여전한가 싶었는데 5분여가 지나자 그라운드에 적응이 되어 좋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이천수, 박지성, 차두리, 정경호 등 대표팀의 우측은 든든하기만 합니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전반부터 보여준 김남일-박지성 핫라인은 시간을 거듭할 수록 위력이 더해갔습니다. 평소에 가장 친한 두 선수인 것으로 아는데 그 때문인지 둘의 호흡은 참 보기 좋습니다. 부상 등의 이유로 두 선수가 함께 그라운드에 나선 것이 작년 7월 31일 이란과의 아시안컵 8강전이 마지막이었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두 선수의 호흡이었습니다. 미드필드에서 서로의 위치를 바꾸거나 커버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이나 김남일 선수가 박지성 선수에게 연결하는 전진 패스 등 이 둘의 활약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박지성 선수, 이날 여러 차례 득점 찬스를 놓쳤는데 경기 후 본인도 무척 아쉬워 하더군요.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득점 욕심을 좀 냈음 하는 바램입니다. 상대 페널티 지역에서조차 좀더 좋은 찬스를 위해 동료에게 패스하는 건 좋으나 박지성 선수가 득점력까지 갖춘다면 빅리그 진출은 그만큼 앞당겨지리라 봅니다. 박지성 선수의 A매치 기록을 보면 49경기 4골입니다. 그러고보니 쿠웨이트전이 박지성 선수의 A매치 50번째 경기였군요. 이운재 선수는 73번째, 이영표 74번째, 설기현 60번째, 김남일 57번째, 이동국 46번째, 이천수 44번째 경기였습니다.

이영표-박지성, 아인트호벤 콤비 역시 호흡이 좋았습니다. 두 번째 골 또한 이 두 선수가 만든 작품이었죠. 후반 35분, 박지성 선수가 미드필드 우측에서 페널티 지역 중앙 쪽의 이영표 선수에게 패스를 했고, 이영표 선수가 한 템포 빠른 슛으로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이영표 선수의 득점 장면 / 출처 :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사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이 지적하듯 쿠웨이트전의 2골은 아쉬운 스코어입니다. 총 15번의 슈팅수(전반 7, 후반 8), 11번의 코너킥(전반 7, 후반 4), 80%가 넘는 볼 점유율 등의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 한두골은 더 기록했어야 하는 경기였습니다. 홈&어웨이의 월드컵 최종예선이기에 아쉬움은 더 큽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여온 3백이 안정감을 찾았다는 점이 반가운 일입니다. 한 경기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유경렬 선수가 얻은 자신감과 김남일 선수의 무게감은 남은 경기도 기대를 하게 합니다. 몇 차례 패스미스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민첩하게 대응하여 상대를 막아내는 3백의 침착함도 칭찬할 부분입니다. 한국의 경고는 전반 28분 박재홍 선수가 유일합니다. 공격진이나 미드필드진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수비진이기에 퇴장이나 경고누적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경기 후 아직도 3백이 불안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본프레레 감독은 '전반 상대에게 제대로 된 찬스 한번 허용하지 않았고 경기내내 쿠웨이트 공격진이 우리 진영의 골 엔드라인에서부터 20M 지점까지 밀고 들어온 적이 거의 없었음'을 들며 수비라인이 향상되었다고 자평했습니다.



슬로보단 파브코비치 쿠웨이트 감독이 경기 후 밝혔듯 '프로와 아마'의 경기라 할만큼 완벽한 승리였고 오랫만에 느껴본 시원한 경기였습니다. 수비에 치중하며 역습을 노리려 한 것과 후반 선수교체 등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 한 쿠웨이트 감독의 의도가 무색할 만큼 선수간의 기량차는 컸습니다. 그러나 추운 날씨와 그 추위를 녹여버린 관중들의 뜨거운 열기가 한 몫 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기에 6월 8일로 예정된 쿠웨이트 원정마저 낙관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음 경기는 3월 25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입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쿠웨이트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원정경기가 월드컵 본선진출의 가장 큰 고비로 보여집니다만 우리 선수들이기에 이번보다 더 멋진 경기를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FORZA COREA!!!


[사진: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님]


<남궁경상님 사진 외에는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다시 한번 리뷰가 늦었음에 사과드립니다.>



임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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