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가수 김정민씨의 아들인 다니 다이치(한국명 김도윤)가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일본 축구팬들의 눈을 또 한 번 사로잡았다.
일본은 개최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승부차기로 패하면서 대회 3연패에 실패했지만 다니가 보여준 공격력과 투혼은 높이 샀다.
일부 팬들은 "한국에서 온 선수인가"라며 고마움도 표시했다.
다니는 1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의 오카드 스포츠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2025 U-17 아시안컵 8강 일본-사우디아라비아 맞대결에서 일본이 1-2로 역전당한 후반 27분 교체투입된 공격수 아사다 히로토의 동점포를 도왔다.
조별리그에서 1~2차전을 결장했으나 3차전 호주전에서 맹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득점포로 깊은 인상을 남긴 다니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주전으로 올라섰다.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하며 기회를 잡았다.
다니는 지난해 10월 열린 U-17 아시안컵 예선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당시 일본은 카타르, 몽골, 네팔과 F조에 속해 3전 전승 21득점 2실점의 엄청난 위력을 떨쳤는데 다니는 네팔과의 첫 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더니 몽골,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한 골씩 터트리며 3경기에서 총 6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다니는 본선에선 1~2차전 연속 벤치를 지켰다.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뛰는 요시다 미나토가 예선에선 부상으로 결장했으나 본선에선 주전으로 활약했고 초반 1~2차전에서 3골을 넣었다.
그러나 호주전에선 요시다가 고전하면서 일본이 1-3으로 뒤지게 됐고 이 때 히로야마 노조미 감독이 후반 33분 다니를 집어넣었다. 그는 8분 뒤 이마이 고스케의 컷백 패스를 페널티지역 가운데서 왼발을 쭉 뻗어 차 넣어 만회골을 넣고 자신의 이번 대회 첫 득점에 성공했다. 일본 언론에선 "혼신의 힘을 다해 왼발을 뻗었다"며 그의 투혼까지 높게 샀다.
8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도 다니는 다부지게 뛰어다녔다. 일본이 1-2로 뒤지던 후반 2분엔 상대 골키퍼와 충돌하면서까지 골을 노렸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이내 일어나며 동점포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결국 다니가 해냈다. 후반 27분 하프라인 뒤에서 상대 선수 4명을 무너트리는 기가 막힌 패스를 찔러넣은 것이다. 아사다가 잡아 오른발 슛을 날렸고 2-2 동점골이 됐다.
다니의 패스가 골의 큰 지분을 차지했다. 득점 뒤 세리머니 과정에서 일본 선수들이 다니의 머리를 두드리며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였다. 다니가 자신의 역할을 스트라이커로 득점에만 한정하지 않고 2선으로 빠져 동료 선수에게 침투패스 내주는 것까지 잘 이해한 것이다.
이후 일본은 연장전 없이 치른 승부차기에서 3~5번 키커가 연달아 실축 2-3으로 지면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나 다니의 활약 만큼은 일본 축구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일본 팬들은 사우디전 뒤 "이번 U-17 대표팀은 약한 것 같다"며 탈락을 아쉬워하면서도 "18번 선수(다니)의 침투패스는 훌륭했다", "한국에서 온 선수였나"라며 관심을 기울였다.
다니는 김정민씨의 차남으로 2023년까지 FC서울 유스인 오산중에서 축구를 하다가 지난해 어머니의 조국인 일본으로 건너갔다.
현재 사간 도스 소속이다.
장래에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에서 뛰고 싶은 꿈을 내비친 다니는 비록 U-17 아시안컵에서 2경기만 하고 돌아가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일본과 한국, 동아시아 두 라이벌의 축구사에 적지 않은 스토리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다니는 한국과 일본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 조만간 국적 하나를 정리해야 하는 입장인데 일단 2중국적을 갖고 있는 현 상황에선 한국 대표로 옮길 수도 있다. 유럽에선 많은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 시절 대표팀을 바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미드필더 대런 플래처 쌍둥이 아들은 한 명이 잉글랜드, 한 명은 스코틀랜드로 뛸 정도다.
한국 입장에선 다니의 기량이 연령별 대표팀에 올 정도로 훌륭하다고 판단되면 다음 레벨인 20세 이하(U-20) 대표팀 발탁할 땐 다니에게 한국 쪽으로 오는 것을 충분히 설득해 볼 만하다.
사진=일본축구협회 / 중계화면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