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가수 김정민씨의 아들인 다니 다이치(한국명 김도윤)가 아시아축구연맹(AFC) 2025 17세 이하(U-17) 아시안컵 준준결승에서 환상적인 어시스트를 선보이며 일본을 벼랑 끝에서 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승부차기에서 2-3으로 졌다. 대회 3연패에 실패했다.
하지만 다니의 투혼과 기술은 빛났다.
다니는 1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타이프의 오카드 스포츠클럽 경기장에서 열린 2025 U-17 아시안컵 8강 일본-사우디아라비아 맞대결에서 일본이 1-2로 역전당한 후반 27분 교체투입된 공격수 아사다 히로토의 동점포를 도왔다.
장신 스트라이커로, 이날 원톱 출격한 다니는 한국의 대형 공격수를 연상하게 하는 특유의 포스트플레이를 물론 상대 골키퍼와 충돌도 감수하는 강한 정신력을 선보였다.
이어 위기의 순간 아름다운 침투패스로 자신의 두 조국 중 하나인 일본을 구했다.
다니는 김정민씨의 차남으로 2023년까지 FC서울 유스인 오산중에서 축구를 하다가 지난해 어머니의 조국인 일본으로 건너갔다.
현재 J리그 사간 도스 소속이다.
다니는 앞서 이번 대회 조별리그 1~2차전에서 결장했으나 지난 11일 3차전 호주와의 맞대결에서 일본이 1-3으로 뒤져 탈락 위기에 몰린 순간 교체로 들어간 뒤 골을 터트렸다.
이어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전 어시스트를 통해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전반 9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앞서나갔다. 세구치 다이가와 볼다툼을 하던 아부바케르 사이드가 핸드볼 파울을 범했다. 세구치가 이를 직접 차 넣어 1-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일본도 페널티킥으로 실점했다. 히모노 마케토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사이드가 이를 차 넣으며 자신의 핸드볼 실수를 만회했다.
일본은 전반 37분 홈팀에 역전골을 내줬다. 오른쪽 측면이 뚫린 끝에 사브리 다할에 한 방을 얻어맞은 것이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을 얕본 나머지 수비를 게을리하는 모습이었는데 결국 뒤집기를 허용했다.
이후 일본은 재동점골을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다니의 활약이 눈부셨다. 다니는 후반 2분엔 상대 골키퍼와 충돌, 그라운드에 쓰러지면서까지 골을 위한 투혼을 보여줬다.
결국 다니의 기술이 고비에서 빛을 발휘했다. 후반 27분 하프라인 뒤에서 상대 선수 4명 사이를 뚫는 기가 막힌 패스를 찔러넣은 것이다. 이를 아사다가 잡은 뒤 상대 선수의 견제를 뚫고 오른발로 차 넣었다.
아사다의 결정력 만큼이나 다니의 패스가 골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득점 뒤 세리머니 과정에서 일본 선수들이 다니의 머리를 두드리며 고마움을 표시할 정도였다.
결국 경기는 2-2로 끝났다. U-17 아시안컵 규정에 의해 연장전 없이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일본은 3~5번 키커가 연달아 실축하면서 2-3으로 졌다.
비록 일본은 패했으나 다니의 어시스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1~2차전에선 선택받지 못했지만 직전 경기인 호주전에서의 활약이 일본 U-17 대표팀 사령탑 히로야마 노조미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히로야마 감독은 호주전에서 전반에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초중반 3실점하며 벼랑 끝에 몰리자 지난해 10월 예선에서 6골을 몰아친 다니를 교체로 집어넣었다.
다니는 지난해 10월 열린 U-17 아시안컵 예선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당시 일본은 카타르, 몽골, 네팔과 F조에 속해 3전 전승 21득점 2실점의 엄청난 위력을 떨쳤는데 다니는 네팔과의 첫 경기에서 4골을 쏟아부었다.
이어 몽골,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한 골씩 터트리며 3경기 연속골, 총 6골을 터트렸다.
다만 본선에서는 초반 2경기에서 연속으로 벤치를 지켰다. 지난해 예선에서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던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 소속 요시다 미나토가 주전으로 활약하며 2경기에서 3골을 몰아쳤다.
그러나 호주전에서 요시다 등 공격수들이 고전하다 후반 33분 투입된 다니는 8분 뒤인 후반 41분 이마이 고스케의 컷백 패스를 페널티지역 가운데서 왼발을 쭉 뻗어 차 넣어 만회골을 넣고 자신의 이번 대회 첫 득점에 성공했다.
일본은 2-3으로 지고도 호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골득실에서 앞서 8강에 조 1위로 진출했다. 다니의 골이 큰 역할을 했다.
다니의 활약이 인상 깊었는지 히로야마 감독은 준결승 티켓을 다투는 운명의 8강전 홈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대결에서 다니를 전방 공격수로 선발 명단에 넣었다.
다니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과 일본 축구의 기술을 섞어 맹활약했다.
이날 경기는 다니 입장에선 의미 있는 경기였다. 일본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누르고, 15일 오전 2시15분 열리는 또다른 8강전에서 한국이 타지키스탄을 이기면 준결승에서 한일전이 성사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에서도 다니의 인생사를 주목하며 한일전 성사 여부에 관심을 뒀다. 그러나 일본이 지면서 한일전은 무산됐다.
사진=중계화면 / 일본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