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류현진(한화 이글스)과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가 6년 만에 맞대결을 펼친 이튿날 그라운드에서 승부의 세계에서 벗어나 티격태격 절친 모드로 돌아왔다.
류현진은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진행된 팀 훈련을 마친 뒤 원정 팀 키움이 경기장에 도착하자마자 푸이그부터 찾았다. 푸이그도 류현진을 발견한 뒤 1루 쪽 한화 홈 팀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푸이그는 류현진에게 "여기 야구장에서 네 집이 가까운 곳이냐?"는 일상적인 질문부터 시작해 "전날 네 공이 배트에 잘 안 맞더라. 그냥 기습번트를 댔으면 네가 발이 느리기 때문에 (타구를 잡고 송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내가 1루에서 살았을 것 같다"고 도발했다.
류현진도 지지 않았다. "누가 더 달리기가 빠른지 한 번 붙어봐야 하나?"라고 받아치면서 푸이그와 즐겁게 설전을 벌였다.
류현진과 푸이그는 지난 2013년 나란히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출신 지역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두 사람은 빠르게 가까워졌다. 2018 시즌까지 6번의 시즌을 함께 치르면서 동고동락했다.
푸이그가 2019 시즌을 앞두고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하면서 류현진과 동행은 마침표가 찍혔다. 푸이그는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고 '적'으로 만난 당시 다저스 소속 류현진에게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류현진과 푸이그의 리턴 매치는 6년 만에 성사됐다. 류현진은 지난 11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고 2025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수확했다. 푸이그까지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묶어내고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류현진은 시즌 첫승을 따낸 직후 "푸이그와 한국에서 다시 승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재미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푸이그는 2022 시즌을 앞두고 키움과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한국에서 스프링캠프가 진행됐던 가운데 마침 메이저리그 직장 폐쇄 문제로 한화 선수들과 한국에서 훈련 중이던 류현진과도 만남이 성사됐다.
하지만 푸이그가 개인 사생활 문제로 2023, 2024 시즌 한국을 떠나 있게 되면서 류현진이 지난해 KBO리그로 복귀했음에도 두 사람의 재회가 이뤄질 수 없었다. 푸이그가 올해 키움으로 돌아오면서 드디어 코리안 몬스터와 악동이 한국에서 종종 만남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편 푸이그는 이날 류현진에게 자신의 배트 중 하나를 선물했다.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무게의 배트를 골라 직접 류현진 선수에게 건네줬다. 키움 최고참 이용규도 잠시 류현진, 푸이그와 짧게나마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푸이그는 류현진이 오는 2031년까지 한화와 계약을 맺은 부분을 들은 듯 "8년 계약이 끝날 때쯤이면 리그 최고령 투수가 되는 거 아니냐?"고 농담을 건넸다는 후문이다.
푸이그는 지난 11일 류현진에 묶여 무안타에 그쳤던 아쉬움을 12일 경기에서는 털어냈다.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생산하고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류현진과 푸이그가 다시 맞대결을 펼치는 모습은 이르면 다음달 초 고척스카이돔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화와 키움은 오는 5월 9~11일 2025 시즌 두 번째 3연전을 치른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