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퇴장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팬들께 죄송합니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배치기' 항의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팬들에겐 미안함을 전했다.
LG는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서 5-2로 승리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5회말 퇴장당했다.
5회말 선두타자 문성주가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송찬의의 좌익수 뜬공 아웃 후 이주헌이 3루수 방면으로 날카로운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날렸다. 이 타구는 다이빙 캐치를 시도한 3루수 강승호의 글러브에 맞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강승호는 2루로 공을 던져 포스아웃을 만들었다.
이후 1루에서 복잡한 상황이 펼쳐졌다. 직선타일 가능성을 고려해 두산 야수진이 1루에서 문성주와 이주헌을 태그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발생했다. 이주헌은 다시 타석으로 향하다가 1루 주자로 돌아왔다. 2사 1루가 됐다.
염 감독이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거세게 항의했다. 심판을 향해 배치기를 하는 등 물리적인 충돌도 감행했다. 이후 심판진은 염 감독에 대해 퇴장을 지시했다. 심판이 설명한 퇴장 사유는 욕설이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항의하고 있다. LG 트윈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항의하고 있다. LG 트윈스
LG 구단은 이 상황에 관해 "감독님은 당시 타구 상황에서 3루심이 페어 선언을 먼저 한 뒤 파울 제스처를 했다고 봤다. 이를 말하자 심판이 타임 제스처라고 해서 인플레이 상황에서 타임을 해도 되는 건지 물어봤는데 타임을 할 수 있다고 답해 이해가 안 갔다"고 설명했다.
현장 심판진은 "3루심이 페어를 선언한 뒤 인플레이 상황에서 타임 선언을 한 적은 전혀 없다. 2루 포스아웃 후 모든 인플레이가 끝났다고 판단하고 2루심이 먼저 타임 선언을 했다. 병살 플레이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염경엽 감독이 무엇인가 오해한 듯싶다. 심판진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배치기와 욕설을 해 퇴장 조처했다"고 반박했다.
12일 잠실서 만난 염 감독은 "그냥 그대로 끝내시죠. 더 이상 시끄럽게 하거나 이슈를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려줬다. 염 감독은 "상황이 어떻든 정확하게 설명해 주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상황에 내가 판정을 번복하러 나갔겠나. 설명을 들으려 한 것이다"며 "전체적으로 다 어수선했다. 타임을 선언했으면 수습해야 한다고 봤다. 두산은 계속 태그하며 플레이를 하고 있고, 선수들은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들은 항의하러 나가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물어보러 나가는 것이다. 그 상황에 대해 설명만 해주면 된다. 그럼 내가 거기서 우기겠나"라고 덧붙였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항의 후 퇴장당하고 있다. LG 트윈스

LG 트윈스 박동원이 정규시즌 경기 중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염 감독은 "한 가지 죄송한 것은, 어제(11일) 만원관중이 오셨는데, 팬분들이 보시는 앞에서 경솔한 행동을 했다.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령탑의 퇴장 후 1-2로 끌려가던 LG는 7회말 3득점, 8회말 1득점을 추가해 5-2로 점수를 뒤집고 승리를 차지했다. 박동원의 3점 홈런과 오스틴 딘의 1타점 적시 2루타가 터졌다.
염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만든 것은 다행이다. 퇴장 후 (야구장 내 선수단) 식당에서 TV로 경기를 봤다"며 "보는데 선수단 미팅을 하고 있더라. '이건 됐다' 싶었다. 주장 (박)해민이가 그런 것을 잘한다"고 미소 지었다.
결승 역전 홈런을 때려낸 박동원은 "(박)해민이 형이 선수들을 모아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감독님이 우리를 위해 이렇게까지 하셨으니 이번 경기만큼은 꼭 이기자고 강하게 말했다"며 "감독님이 퇴장 당하시는 걸 보면서 마음이 짠했다. 울컥하는 감정도 있었다. 화를 잘 안 내시는 스타일인데 선수들을 위해 희생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아이들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내가 웬만해선 그렇게 화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며 "애들이 말리니까 창피하더라. 해민이, (오)지환이가 와서 '감독님! 참으셔야 됩니다 감독님!'이라고 하더라. 화났는데 그 말이 들렸다"고 웃었다.
이어 "어제 일은 어제로 끝내야 한다. 야구계에서 함께 고생하고 함께 일하지 않나"라며 "올해 정말 조용히 있으려 했는데, 귀가하며 후회했다. 팀이 잘 나갈 때 이러면 오버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 더 자중하려 한다"고 전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이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를 앞두고 하루 전 퇴장 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LG 트윈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