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가 결국 리버풀에 남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거액의 연봉을 제안하며 유혹했으나 그 손길을 뿌리치고 리버풀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팬들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리버풀은 1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모하메드 살라가 2024-2025시즌 이후에도 클럽에 남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수개월간 재계약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팬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기다리던 소식이었다.
살라는 2017년 AS로마에서 이적한 이후 8년간 리버풀의 최전방을 책임져왔다. 394경기에서 243골 111도움을 기록하며 클럽 역사를 다시 쓴 존재다.
살라가 합류한 이후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UEFA 슈퍼컵,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FA컵, 카라바오컵, 커뮤니티 실드까지 총 8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 중심엔 항상 살라가 있었다.
리버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영입이 살라라는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니다.
올 시즌도 살라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프리미어리그 27골 17도움을 기록 중이며, 득점과 도움 부문 모두 선두다. 리버풀은 살라의 활약 속에 리그 1위를 질주 중이다. 통산 두 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정조준하고 있다.
리버풀은 "구단에서 또 한 번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살라는 계약서에 서명해 자신의 미래를 약속했다. 이번 소식은 살라가 리버풀에서 더 머물게 됐고, 리버풀이 축구계에서 가장 큰 영예를 향해 도전하도록 계속 도울 거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살라 또한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기대된다. 전에도 훌륭한 팀이었으나 지금도 훌륭한 팀이다. 내가 계약한 이유는 다른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고, 축구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너무 좋다. 여기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8년을 뛰었는데 10년은 뛸 수 있기를 바란다. 여기서 내 삶과 축구를 즐기고 있다. 커리어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고 기뻐했다.
결과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나 거기까지 가기 위한 여정은 험난했다. 시즌 내내 살라와의 재계약 협상이 잠잠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엔 “아직 어떤 제안도 받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1월에는 “현 시점에서 이 시즌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까지 말했다. 클럽에 모든 걸 바쳤다는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점점 작별 쪽으로 기운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살라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해 4월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알이티하드가 리버풀 스타 살라를 세계 최고 이적료 기록을 경신해 데려오려고 한다"라며 "그들은 살라를 데려오기 위해서라면 세계 이적료 기록을 새로 쓸 준비가 돼 있다"라며 사우디의 관심이 아직 식지 않았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알이티하드는 살라를 위해 2억3400만 유로(약 3364억원)를 제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난 2017년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떠날 때 기록했던 이적료 2억2200만 유로(약 3192억원)룰 뛰어넘는 역대 최고 이적료였다.
때문에 팬들이 살라의 이탈을 걱정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살라가 선수 생활 마지막을 돈을 위해 뛸 것인지, 리버풀에 남은 충성심을 바칠지가 관건이었다.
그러던 와중 영국 BBC와 디애슬레틱, 파브리치오 로마노 등 복수 매체가 10일 "살라와 리버풀이 재계약에 근접했다"고 보도했고, 하루 만에 공식 발표가 이어졌다. 계약 기간은 2년, 기존 주급 35만 파운드(약 6억5500만원)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리버풀 소식을 다루는 엠파이어오브더콥은 "살라는 리버풀에서 더 오랫동안 남기 위해 연봉 삭감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었다. 살라는 가까운 미래에 팀을 떠날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연봉이 10배로 늘어날 수 있는 사우디의 제안도 거부했다"고 전했다.
현재 수준의 10배라면 주급 65억원, 연봉으로 따지면 3380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미 선수로서 이룰 것은 거의 다 이룬 살라가 선수 생활 막바지 돈을 위해 사우디로 갔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규모의 액수다.
하지만 살라는 돈보다 의리를 택했다. 1992년생인 살라는 2년 뒤면 35세가된다. 이번 재계약을 통해 사실상 리버풀에서 남은 시간을 모두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살라가 이번 시즌과 같은 활약을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10년 동안 리버풀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2년생 동갑내기인 손흥민이 토트넘과 재계약이 불투명한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살라는 리버풀의 진정한 레전드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리버풀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