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축구가 아시아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까다로운 상대 북한을 피했다.
오태성 감독이 이끄는 북한 U-17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홀 경기장에서 열린 2025 U-17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최종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전반 10분 터진 스트라이커 김유진(4·25 체육단)의 선제골과 후반 29분 윙어 리강림(여명 체육단)의 추가골에 힘입어 승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줘 2-2로 비겼다.
앞서 첫 경기에서 이란과 1-1로 비기고 2차전에서 타지키스탄을 3-0으로 완파한 북한은 1승 2무(승점 5)를 기록하며 D조 2위를 차지했다. 타지키스탄이 2승 1패(승점 6)로 1위가 됐다. 오만(승점 4)과 이란(승점 1)은 각각 3위와 4위에 머무르면서 탈락했다.
북한이 D조 1위를 차지하면 C조 2위 한국과 격돌할 뻔했으나 서로 피하게 됐다. 북한은 인도네시아와 4강 티켓을 다툰다. 한국은 타지키스탄과 8강전을 벌인다.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3년 넘게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2023년 9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복귀했는데 여자축구에선 국가대표팀이나 연령별 대표팀끼지 붙은 적이 있지만 남자축구에서 서로 맞대결을 한 적은 없다. 이번 대회에서 격돌 가능성이 있었으나 결국 피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오만을 강하게 밀어붙인 복한은 전반 10분 후방에서 길게 날아온 것을 왼쪽 측면에서 김유진이 잡은 뒤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한 것이 상대 골망을 통렬하게 흔드는 원더골이 됐다.
17세 이하 선수들이라고 믿기 힘든 신체조건과 외모를 갖춘 북한은 이후에도 오만을 줄기차게 몰아붙였다. 전반 36분엔 2009년생 리로권(여명 체육단)이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 슛이 크로스바를 맞는 등 골대 불운까지 맞았다.
북한은 후반 20분 오만의 오사마 알 마마리에게 프리킥 동점포를 내줬으나 후반 20분 리강림이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유진이 떨궈주자 가슴트래핑한 뒤 왼발 슛을 시도, 다시 한 번 오만 골망을 출렁이고 2-1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후반 추가시간 왈리드 살람에 다시 동점골을 내줘 2-2로 비겼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연령별 레벨에서 강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여자축구의 경우는 지난해 U-20 대표팀과 U-17 대표팀이 모두 월드컵을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남자축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U-17 아시안컵에선 우승도 여러 차례 했다. 북한은 2010년 우즈베키스탄 대회와 2014년 태국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특히 2014년 대회에선 남한이 자랑하는 이승우와 북한이 잘 키운 한광성이 결승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쳐 화제를 모았다. 한광성은 훗날 이탈리아 세리에A 칼리아리에 진출해 북한 축구사상 최초로 유럽 5대 빅리그 득점자가 되기도 했다. 칼리아리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이탈리아 최고 명문 유벤투스에 입단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북한은 90분 내내 쉼 없이 움직이는 강한 체력을 바탕 삼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사진=아시아축구연맹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