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이제 시작이다. 양민혁이 리그 2호골을 기록하면서 팀을 강등권에서 구해냈다.
K리그1 데뷔해에 공격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그의 '먹방' 본능이 점점 빛을 발하고 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K리그에서 12골 6도움으로 맹활약한 그는 이번 시즌 퀸즈파크 레인저스(QPR) 임대 후 유럽 무대에서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양민혁은 10일(한국시간) 영국 옥스퍼드의 카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 4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옥스퍼드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후반 교체 투입돼 추가시간 쐐기골을 터뜨렸다.
팀은 3-1 완승을 거뒀고, 그는 리그 2호골로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강등권과의 격차를 7점으로 벌리는 QPR이다.
이날 경기는 QPR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7분 코너킥 상황에서 니콜라스 마드센이 올린 정교한 크로스를 센터백 로니 에드워즈가 정확한 헤더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후에도 QPR은 상대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비 라인을 잘 정비했고, 전반 42분에는 예상치 못한 자책골이라는 행운도 따랐다. 샘 필드의 슈팅이 옥스퍼드의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 이중국적을 가진 올레 로메니에게 맞고 굴절되면서 자책골로 이어져 QPR이 2-0으로 앞서게 됐다.
후반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옥스포드는 공격 템포를 끌어올리며 추격에 나섰고, 후반 17분에는 시리키 뎀벨레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스탠리 밀스가 헤더로 마무리하며 2-1을 만들었다.
분위기가 살짝 흔들리자 QPR은 후반 19분 교체 카드를 꺼냈다. 샘 필드와 다니엘 베니를 빼고 양민혁과 루카스 안데르센을 투입하며 공격과 중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양민혁은 투입되자마자 특유의 민첩성과 활동량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수비 후 빠르게 전환하는 역습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후반 35분에는 니콜라스 마드센의 패스를 받아 박스 중앙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아쉽게 막히고 말았다.
하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은 양민혁은 후반 추가시간, 역습 상황에서 카라모코 뎀벨레의 패스를 받아 박스 왼쪽에서 논스톱 왼발 슈팅을 시도했고, 이 슈팅은 반대편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팀의 승리를 확정 짓는 쐐기골이었다.
이 골로 QPR은 3-1 완승을 거두며 승점 3점을 추가, 시즌 총 승점 49(12승 13무 16패)를 기록하며 리그 15위로 도약했다. 프레스턴 노스 엔드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결과다.
양민혁의 활약은 그동안의 기복 있는 경기력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바로 직전 라운드였던 카디프시티와의 경기에서 그는 선발로 출전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채 61분 만에 교체되며 현지 매체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런던 지역지 '웨스트 런던 스포츠'는 당시 경기 후 평가에서 "양민혁은 교체되기 전까지 매우 부진했고, 공을 여러 차례 쉽게 잃었다. 챔피언십 무대에서 뛰기에 아직 부족해 보인다"라는 혹독한 평가와 함께 평점 5점을 부여했다.
그러나 옥스포드전에서 양민혁은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며 이 평가를 반전시켰고, 같은 매체는 이번 경기에서 양민혁에게 평점 7점을 부여하며 "최근 부진을 씻어내는 훌륭한 골이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교체 출전이었다"고 평가했다.
양민혁은 이번 시즌 QPR로 임대된 후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하며 경험을 착실히 쌓고 있다.
지난 2월 더비 카운티와의 리그 33라운드에서 첫 도움을 기록한 데 이어, 3월 A매치 휴식기 이후 치러진 스토크시티와의 리그 3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유럽 무대 데뷔골을 기록했다. 이번 골은 두 번째 득점이자 QPR에서의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하는 계기가 됐다.
양민혁은 지난해 여름 강원FC에서 2024시즌을 마무리한 뒤, K리그에서 12골 6도움이라는 인상적인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토트넘 홋스퍼와 2030년까지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이영표, 손흥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한국인 선수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데뷔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하자 QPR 임대를 통해 유럽 무대에 적응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영국 현지 역시 이런 양민혁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런던 지역 매체 '풋볼 런던'은 "양민혁이 QPR에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토트넘으로 복귀한다면, 다음 시즌 풀타임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도전할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온 젊은 윙어로서 주목받을 만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그가 지금 당장 토트넘 1군의 주요 멤버로 뛰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QPR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경기 경험을 쌓고 있는 지금이 중요한 성장의 시기"라고 평가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인 '투 더 레인 앤드 백' 역시 "2025년 여름, 토트넘은 아시아 출신 스타에 대한 기대를 양민혁에게 걸고 있다. 최근 QPR에서의 활약은 매우 긍정적이며, 그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뛸 준비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하며, 그를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QPR에서의 임대 생활이 끝난 후, 양민혁은 올여름 일단 토트넘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활약이 토트넘 1군 합류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그의 성장은 단순히 스탯을 넘어, 현지 적응력과 실전 감각, 멘탈 관리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의 성공을 향한 양민혁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양민혁의 '먹방쇼'가 조금씩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사진=QPR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