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레알 마드리드를 격침시킨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이 경기 후엔 토트넘까지 함께 죽였다.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이 들으면 가슴 아플 소식이다.
스페인 출신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 거함 레알 마드리드와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3-0 완승을 챙겼다.
아스널 홈경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크게 이길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항상 고개를 숙였던 아스널이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특히 이날 경기 전 아스널이 부상 병동이어서 레알을 완파한 것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스널은 레알전 직전 수비수 가브리엘 마갈량이스가 시즌 아웃 부상을 당했다. 리카르도 칼라피오리, 도미야스 다케히로, 카이 하베르츠, 가브리엘 제주스도 줄부상을 당해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반면 레알은 킬리안 음바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라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 두 명이 모두 선발 출격하면서 홈팀을 압박했다.
90분 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레알은 큰 스코어 차로 진 것은 물론 경기 내용에서도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
이로써 아스널은 오는 17일 마드리드 원정길에서 두 골 차로만 패해도 4강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반면 이 대회 최다 우승팀(15회)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인 레알 마드리드는 정상 도전을 멈춰야 할 위기에 놓였다.
후반 들어 아스널의 골 잔치가 열렸다.
라이스는 후반 13분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 때 키커로 나서 오른발로 감아 차 선제 결승 골을 터뜨렸다.
승부를 더 기울인 것도 라이스였다.
후반 25분 다시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라이스가 오른발로 감아찼고, 공은 레알 마드리드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 라이스는 UCL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직접 프리킥으로 두 골을 넣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아스널은 5분 뒤 마일스 루이스스켈리의 패스를 미켈 메리노가 페널티지역 안 정면에서 왼발 논스톱슛으로 마무리해 쐐기를 박았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아스널 팬들은 유럽 최강 레알을 그야말로 격침시킨 것을 기념, 레알 선수단을 향해 조롱 섞인 응원가를 불렀다.
이 과정에서 레알 마드리드처럼 흰색 유니폼을 입는 아스널의 북런던 라이벌 구단 토트넘이 등장했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아스널 팬들은 경기 종료 후 유럽 최고의 팀을 이긴 것을 기뻐하며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을 조롱하고 더 큰 재미를 느꼈다. 토트넘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14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스널 팬들은 자신들의 응원가인 '노스 런던 피버(North London Forever)'를 부른 뒤 상대팀이 반격하지 못하자 레알 선수단을 향해 "너희 토트넘이 분장한거지?"라고 외쳤다.
풋볼 인사이더는 "올 시즌 암울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혹시나 아스널이 지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이 경기를 본 토트넘 팬들 입장에선 충격적인 결과였다"며 "축구에서 자기 팀이 지는 것보다 더 괴로운 것은 라이벌 팀이 이기고 그 와중에 자기 조롱하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지난 2023-2024시즌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20년 만의 우승할 찬스를 잡자 토트넘 홈 경기에서 상대팀이자 아스널과 우승 경쟁하는 맨체스터 시티를 응원해 큰 화제가 됐다.
실제로 올 시즌 토트넘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14위라는 성적은 기대 이하일 뿐만 아니라, 경기력 면에서도 이렇다 할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아래에서 계속되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함께 극도로 부진한 상태다.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선 14위에 그치면서 상위권 진입을 포기했다..
남은 희망은 UEFA 유로파리그인데 현재 8강에 오른 상태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어야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한편, 레알은 이제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최소 3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
레알은 이번 시즌 수비수들이 연이은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아스널을 홈으로 불러들이지만 어려운 90분을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 중계화면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