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02 19:24 / 기사수정 2007.10.02 19:24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LG 트윈스가 지난 1일 한화 이글스에 2:3으로 패하면서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꿈을 아쉽게 접었다.
그러나 패배 의식이 팽배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펼쳤다. 그 결과 지난 1일 10년 만에 프로스포츠 구단 사상 최초로 홈 90만 관중(901,172명)을 동원하는 등 팬들의 사랑을 다시금 되찾으며 인기 구단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LG의 희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교 최대어로 꼽힌 2008년도 1차 지명 신인 서울고 이형종(18, 위 사진 오른쪽)을 비롯, 성남고 진야곱(18. 두산 1차)과 함께 18년만에 고교생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2차 지명 1순위 광주일고 정찬헌(17, 위 사진 왼쪽). 그리고 수도권 투수 유망주 중 최고의 잠재력을 평가받았던 2차 지명 2순위 성남서고 이범준(18, 위 사진 가운데) 등 투수 유망주들이 대거 입단했기 때문.
지난 1일 구리 챔피언스 클럽에서는 세 유망주가 한자리에 모여 지명 당시의 감회와 닮고 싶은 선배에 대해 얘기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포부를 털어놓는 자리를 가졌다. 특히, 이형종과 정찬헌은 지난 5월 대통령배 고교 야구대회 결승에서 불꽃 튀는 대결을 펼쳤던 라이벌이다.
'눈물의 역투'를 펼치며 야구팬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던 이형종은 대통령배를 회상하면서 "85년 이후 서울고가 우승하지 못해 꼭 우승하고 싶었다. 그러나 결승전에서 에이스로 활약하지 못해 너무 속상했다."라며 입을 열었다.
뒤이어 이형종은 "앞으로 마운드에서 우는 모습은 없을 것이다. 실력으로 주목받겠다."라며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반면, 결승전 상대가 되었던 정찬헌은 "우승을 했는데도 언론에서는 온통 형종이 얘기뿐이라서 약간 서운했다. 하지만, 우승했으니 별로 신경 쓰진 않는다."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신인왕이 될 만한 선수를 꼽아보라.'라는 질문에 세 선수 모두 다른 신인들을 칭찬하는 동시에 자신의 활약도 눈여겨 봐달라며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했다. 이형종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 쉽게 이야기할 순 없지만 1차 지명 선수인 만큼 좋은 활약으로 신인왕에 오르고 싶다."라고 얘기했다.
정찬헌 또한 "많은 신인이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신인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범준도 "형종이나 찬헌이나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도 신인왕에 욕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명에서는 뒤로 밀렸지만 실력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팀 내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선배를 묻는 질문에 포수 출신 이범준은 경험 많은 안방마님 조인성을 꼽았다. 정찬헌은 빠른 슬라이더를 자랑하는 에이스 박명환을 꼽았으며 이형종은 "두 분 다 말하려고 했는데 앞에서 다 말해버렸다. 두 분 다 뵙고 두 배로 배우겠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서로의 성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형종은 "범준이는 얌전하게 생긴 것과는 다르게 화나면 무서운 다혈질이다." 라며 이범준의 승부근성을 칭찬했다. 반면 이범준은 "승부욕은 형종이가 훨씬 강하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정찬헌은 "형종이나 범준이에 비해 학교가 상대적으로 멀어 성격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잘 대해줘서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라며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지명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형종은 "어렸을 때부터 LG 팬이어서 트윈스 유니폼을 입는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1차 지명이라 부담감도 있었지만,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정찬헌은 "연고 구단인 KIA 타이거즈에 1차 지명을 받지 못해 서운한 마음이 있었지만 가고 싶던 LG에 전체 1순위로 지명되었고 빠듯한 집안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뻤다. 특히 어머니께서 기뻐하셨다."라며 2차 전체 1순위의 기쁨을 털어놓았다.
이범준은 "1순위가 아닌 2순위 지명이라 조금 서운했다. 지금은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기량을 키우는 데 열중하겠다."라며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 다음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셋 다 '1군에 합류해 꾸준히 남아 신인왕 자리에 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좋아하는 야구 선수를 묻는 질문에 이범준은 선발과 마무리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선배들인 김용수(LG 2군 투수코치)와 이상훈(전 LG-SK)을 꼽았다. 정찬헌은 좋은 구위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활용하는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레드삭스)를 닮고 싶다고 밝혔다.
이형종은 타자로는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 투수로는 박명환을 꼽으면서 "이승엽의 외다리 타법이 멋져 따라해 보기도 했다. 강속구와 치기 힘든 슬라이더를 던지는 박명환을 좋아한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세 선수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팀 훈련을 착실히 소화해 다음 시즌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세 명 모두 자기 자신 만의 스타일이 뚜렷한 투수들이다. 이형종은 고교 선수답지 않은 코너워크 구사력으로 스카우트들의 이목을 끌었고 정찬헌은 묵직한 볼 끝과 포크볼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했다. 이범준은 상대적으로 싱싱한 어깨를 가지고 있고 승부 근성이 좋은 선수다.
LG 마운드에 새롭게 수혈된 세 명의 새내기들이 훗날 잠실벌 마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진=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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