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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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 사태'로 드러난 女배구의 치부

기사입력 2011.11.02 07:30 / 기사수정 2011.11.02 07:3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배구의 염원 중 하나는 '숙적'인 일본을 제압하는 일이다. 한일전에서 연패의 사슬을 끊고 승리를 염원하는 팬들의 시선은 매우 뜨겁다.

하지만,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일본대표팀 1진과의 경기에서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일본에 패할 때마다 원성이 자자하지만 해결의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오는 4월에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할 대표 선수 소집만 놓고 봐도 답은 나온다. '차세대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는 박정아(19, IBK기업은행)는 대표팀 차출을 거부해 대한배구협회로부터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대한배구협회는 대표팀 합류에 불응한 박정아에게 1년 동안 대표팀에서 뛸 수 없는 징계를 내렸다. 더욱 높은 강도의 징계는 4주 동안 국내 V리그에서 뛸 수 없는 요청이었다.

국내 V리그는 대한배구협회가 아닌 한국배구연맹이 주관하고 있다. 협회는 연맹에 박정아가 4주 동안 V리그에 출전할 수 없는 징계를 요청했다. 징계의 수위가 높아지자 소속팀인 IBK기업은행은 박정아의 대표팀 합류를 협회에 전했다.

협회는 이를 수용했고 박정아에 대한 징계를 철회할 뜻도 공개했다. 협회는 "차기 상무이사회에서 박정아에 대한 징계 철회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아는 1일 열린 GS칼텍스와의 경기에 출전한 뒤, 곧바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박정아는 "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대표팀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박정아는 대표팀에 합류한 만큼, 포지션과는 상관없이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정아 사태'에서 나타나듯, 소속팀과 협회의 줄다리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표팀이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같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호흡을 맞춰야한다.

하지만, 올 시즌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주전세터가 매번 교체되는 홍역을 치렀다. 좋은 선수들을 모아놓고도 최상의 경기력이 안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월드컵이 V리그 중에 치러지는 점을 고려해 각 구단들은 주전 세터를 대표팀에 보내지 않았다. 결국, 실업팀의 세터가 대표팀에 발탁되는 일도 발생했다.



여기에 신생팀인 IBK기업은행은 박정아가 팀에서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대표팀 차출을 거부했다. 박정아의 대표팀 합류가 결정돼 이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한국여자배구의 치부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협회와 연맹, 그리고 각 구단들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못하면서 한국여자배구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반면, 이미 오래전부터 월드컵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은 언제나 최상의 대표팀을 구성해 국제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한국여자배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면서 침체기를 걷고 있다. 이러한 치부는 이번 박정아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나타났다.

[사진 = 박정아, 한국여자배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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