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올여름 프리미어리그를 떠나는 레전드 미드필더 케빈 더브라위너가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축구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서 10시즌 동안 19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187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더브라위너는 현재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리오넬 메시, 세르지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루이스 수아레스 등 스타 플레이어가 포진한 마이애미로 이적할 경우, MLS 역사상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 탄생하게 된다.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4월 8일(한국시간) “더브라위너는 2024-2025시즌을 끝으로 맨시티를 떠날 예정이며, 프리시즌에 샌디에이고 FC로의 이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하지만 미국 무대 자체에 대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점에서 인터 마이애미행이 유력한 행선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브라위너는 지난해 MLS 신생팀 샌디에이고 FC와 잠시 연결되었지만, 현재는 마이애미가 그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MLS의 '디스커버리 제도' 덕분이다.
현재 마이애미는 MLS의 이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더브라위너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제도는 각 구단이 최대 5명의 선수를 리스트에 올려 해당 선수와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MLS 고유의 시스템이다.
이는 팀 간 경쟁으로 선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MLS에서는 선수들이 리그와 계약하고 특정 팀에 배정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팀이 보유한 디스커버리 권리는 다른 팀에 트레이드될 수 있지만, 그 리스트에 있는 선수를 다른 팀이 직접 협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재 마이애미가 가지고 있는 더브라위너에 대해 우선 협상권이 올여름 효력을 가진다. 물론 그를 영입하려면 MLS의 복잡한 로스터 규정을 잘 활용해야 한다.
현재 마이애미의 가장 큰 고민은 '샐러리캡 제도'다. MLS는 리그의 경쟁 균형을 위해 각 구단에 연봉 총액 한도를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하는 고액 연봉자에 한해 최대 3명의 선수를 'DP(지정선수)'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이미 마이애미는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를 DP로 등록해 보유 중이다. 다시 말해, 현재 규정상 더브라위너를 새로운 DP로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대안이 있다. 이는 과거 LA 갤럭시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할 때 사용했던 방식이다. LA 갤럭시는 당시 DP 슬롯이 가득 찬 상황에서 즐라탄을 'TAM(목표 할당 금액)' 선수로 영입했다. 첫 시즌에는 TAM으로 300만 달러(약 45억원) 수준의 계약을 맺고, 이듬해 DP 자리를 열어 720만 달러(약 107억원)로 재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실제로 마이애미 역시 알바 영입 당시, 첫 시즌 동안은 그와 TAM 계약으로 진행했고, 현재는 지정선수로 등록한 상태다.
더브라위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단기 계약을 체결한 뒤, 다음 시즌부터 지정선수 슬롯을 확보해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디애슬레틱'은 "현재 더브라위너는 맨시티에서 연간 약 2600만 달러(약 386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이는 메시와 부스케츠보다도 높은 수준이다"라며 "TAM 선수로 등록될 경우 그가 2025년에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약 87만 달러(약 13억원). 기존 연봉의 1/30 수준이다. 사실상 엄청난 삭감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라고 보도했다.
더브라위너가 진심으로 마이애미행을 원하거나, 이후 재계약 시 고액을 받는 보장을 신뢰하지 않는 이상 이런 계약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매체의 주장이다.
마이애미가 다른 방법으로 더브라위너 영입을 위한 장치를 확보하려면 알바와의 계약 수준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2025년 여름 미국에서 열리는 FIFA 클럽 월드컵 또한 변수 중 하나다. 마이애미와 맨시티 모두 이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지만, 더브라위너는 맨시티와의 계약이 6월 30일 종료되기 때문에 중간에 소속이 없는 상태가 된다.
'디애슬레틱'은 "MLS의 이적 시장은 7월 24일부터 열리므로, 만약 마이애미로 이적하더라도 클럽 월드컵 참가가 불가능하다. 그는 오히려 맨시티와 단기 연장을 맺고 대회에 참가한 뒤, 여름 말에 마이애미로 합류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더브라위너에 대한 사우디 프로리그의 관심도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에도 그는 사우디 측의 거액 제안을 받았으나, 맨시티 잔류를 선택했다. 그러나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
이 가운데,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은 메시와 더브라위너의 슈퍼스타 조합을 강하게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아르헨티나 출신 스타 앙헬 디 마리아 역시 후보군에 올라있으나, 현실적으로 둘 중 한 명만 영입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더브라위너의 마이애미 이적은 단순한 영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메시와 더브라위너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MLS의 상징적 순간이 될 수 있으며, 미국 축구의 글로벌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재정적 규제, 계약 구조, 선수 본인의 의지 등 복합적인 변수들이 얽혀 있는 만큼, 실제 이적이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조율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이 '빅딜'이 현실이 된다면, 이는 단순한 스포츠 뉴스가 아닌 세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더브라위너의 선택이 함께 프리미어리그 한 클럽에서 10년간 뛰며 축구종가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손흥민에게 영향 미칠 수도 있다. 손흥민도 내년 6월에 토트넘과 계약이 끝나는데 올여름이든 내년 여름이든 미국으로 가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지난 2월 손흥민에 대해 영국 언론이 사우디아라비아는 물론 미국으로 갈 수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손흥민과 더브라위너는 한솥밥을 먹은 적은 없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꽤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365스코어스/맨체스터 시티/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