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외국인 선수들이 피치클락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KT 위즈 윌리엄 쿠에바스, SSG 랜더스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이야기다.
문제의 상황이 발생한 건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SSG 랜더스의 시즌 1차전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신경전이 펼쳐졌다. 에레디아는 KT가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1루에서 타임을 요청한 뒤 그립 스틱으로 배트 손잡이 부분을 발랐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을 지체했고, 쿠에바스는 불만을 나타냈다.
쿠에바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세트 포지션을 한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에레디아는 타임을 요청했고, 이강철 KT 감독은 곧바로 그라운드에 나와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쿠에바스는 이 감독의 항의 이후 다시 세트 포지션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쿠에바스의 3구를 건드려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난 에레디아는 방망이를 강하게 내리치며 화를 냈다.
쿠에바스와 에레디아의 신경전은 계속 이어졌다. 에레디아는 3회말 무사 2루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에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5초가 남은 시점에 허리를 굽혔다. 에레디아를 기다리던 쿠에바스는 피치클락 위반을 지적받으면서 볼이 선언됐다.
이후 에레디아는 볼 2개를 참아내면서 승부를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강철 감독은 다시 한 번 항의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그라운드에 나와 주심과 이야기를 나눴다.
에레디아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었고, 1루로 걸어나가면서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다. 쿠에바스와 계속 언쟁을 벌였고,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에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큰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정리됐다. 심판진은 쿠에바스와 에레디아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경기를 재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 시즌부터 피치클락을 정식 도입했다. 타석 간 간격은 33초, 투수의 투구 간격은 주자 없을 시 20초, 주자 있을 시에는 25초로 확정했다. 타석당 타자의 타임 아웃 횟수는 2회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또한 KBO 김병주 심판위원장, 진철훈 기록위원장, 10개 구단 감독은 지난달 20일 간담회를 통해 피치클락 세부 시행 세칙에 관련해 논의했다. 투수가 피치클락 위반 시 이후 타자의 타격 결과는 무효 처리하고, 타자가 타석에서 스윙한 뒤 배트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경우 타임 요청 횟수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피치클락 잔여 시간을 이용해 투수가 고의적으로 경기를 지연시키면 주의 또는 경고 조치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양 팀 사령탑은 이 장면을 어떻게 지켜봤을까. 5일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SSG 감독은 "쿠에바스가 요령껏 한 것 같다. 1루에 빠른 주자가 있었기 때문에 타임을 요청했고, 에레디아도 다음 타석에 들어갈 때는 나름 지혜롭게 들어갔다"고 밝혔다.
또 이 감독은 "에레디아가 너무 타석에 빨리 들어가니까 쿠에바스가 긴 시간을 가졌고, 에레디아가 그 타이밍을 보고 타석에 좀 늦게 들어갔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에레디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지혜롭게 풀어간 것 같다"고 전했다.
상대 팀 KT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강철 KT 감독은 "시범경기 때도 그런 일이 있지 않았나. 미디어데이(간담회) 때 감독들, 또 심판위원장과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안 하기로 했으면 안 해야 하지 않나"라며 "투수가 들어가서 준비하고 있는데, 잘못된 건 아닌가"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SSG 랜더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