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우승해 트레블을 달성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인천,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인천, 최원영 기자) 단번에 명장임을 입증했다.
현대캐피탈은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 원정경기에서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25-20 18-25 25-19 25-23)로 물리쳤다.
지난 1일과 3일 홈인 천안에서 1, 2차전 승리를 거둔 데 이어 3차전까지 차지하며 3연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의 5번째 챔프전 우승이자 2005-2006시즌 이후 무려 19년 만의 두 번째 통합우승을 완성했다. 2020-2021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V리그 사상 최초 통합 4연패(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를 이룬 대한항공을 꺾어 더욱 값졌다.
더불어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KOVO컵 대회, 정규리그, 챔프전을 모두 제패하며 구단 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했다.
3차전에선 주장인 아웃사이드 히터 허수봉이 블로킹 1개, 서브 1개를 묶어 22득점(공격성공률 55.56%)을 터트렸다. 아웃사이드 히터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도 서브 2개, 블로킹 1개 포함 19득점(공격성공률 47.06%)을 올렸다.
챔프전 MVP는 레오가 거머쥐었다. 기자단 투표 총 31표 중 23표를 획득했다. 허수봉이 8표로 뒤를 이었다. 레오는 개인 통산 3번째 챔프전 MVP를 수상했다. 앞서 2012-2013시즌, 2013-2014시즌 영광을 누린 바 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인천, 박지영 기자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인천, 박지영 기자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부임 첫해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우승 후 만난 블랑 감독은 "정말 꿈꿔왔던 순간이다. 첫 번째였던 KOVO컵은 팀 전체적으로 정말 중요했던 우승이었다. 우리 프로젝트의 시작을 긍정적으로 할 수 있었다"며 "정규리그도 잘 흘러왔다. 다만 챔프전이 훨씬 중요했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트로피 세 개 앞에서 사진을 찍으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냥 우승이 아닌, 선수들의 성장과 코칭스태프들의 노력이 담겨 더 의미 있는 결과다"고 강조했다.
3차전에서 끝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을까. 블랑 감독은 "시작부터 이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과정이 치열할 것이라 예상했고, 대한항공이 홈에서 쉽사리 승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 봤다"며 "2세트에 사이드아웃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해줬다. 특히 (주전 세터) 황승빈이 중요할 때 좋은 선택을 했다. 왼쪽 공격수들도 살려줬다"고 밝혔다.
주축 허수봉이 몇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블랑 감독은 "팀에 오기 전부터 좋은 공격 능력과 효율적인 서브를 갖춘 선수라는 걸 알고 있었다. 부임 후엔 리시브를 많이 강조했고 대화도 자주 나눴다"며 "리시브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은 이미 갖추고 있더라. 어떻게 활용할지가 물음표였는데 올 시즌 정말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대표팀에 좋은 자산이 될 것이다"며 "시즌 초반 주장을 맡겼을 때 부담감이 보였는데 이번엔 주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다 보여줬다. 팀이 어려울 때 동료들을 잘 이끌고 가는 모습을 선보인 것도 발전한 부분이다"고 박수를 보냈다.

왼쪽부터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 문성민, 허수봉.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인천, 박지영 기자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인천, 박지영 기자
V리그 베테랑인 레오도 든든히 한 축을 담당했다. 블랑 감독은 "레오라는 훌륭하고 경험 많은 공격수를 영입할 수 있었고, 선수단과 함께 이 기회를 잘 살려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레오가 블로킹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시즌 많이 강화했다"며 "시즌 내내 레오의 리시브에 대해 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레오가 리시브에서 잘 버텨줬다. 경기를 거듭하며 레오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다"고 전했다.
블랑 감독은 "오늘(5일) 레오가 챔피언이 된 것은 훌륭한 공격수가 아닌 훌륭한 배구선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팀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물었다. 블랑 감독은 "나는 배구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사랑하지만 동시에 코트에선 즐거운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믿는다. 선수들과의 관계, 유대감이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다"며 "이 부분이 잘 형성되지 못하면 팀이 바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지도자가 제일 먼저 갖춰야 할 역량이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선수도, 국내선수도 있어 어려울 수 있지만 코트 안에서 계속 즐거운 분위기가 나오도록 만드는 게 내 역할이다"고 덧붙였다. 블랑 감독은 "이제 내게 필요한 건 휴식이다. 당장 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싶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현대캐피탈 필립 블랑 감독이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미소 짓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인천, 박지영 기자
사진=엑스포츠뉴스 인천,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