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롯데 자이언츠 내야 유망주 이호준이 또 한 번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수비에서의 실수를 타격으로 완벽하게 메우고 팀의 3연승 질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호준은 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팀 간 2차전에 7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을 기록했다.
이호준은 이날 팀이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말 수비에서 실책을 범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태연의 뜬공 타구를 외야까지 쫓아갔지만 포구 에러가 나왔다. 호투하던 선발투수 나균안은 이호준의 실책으로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이호준은 다행히 나균안의 호투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다. 나균안은 4회말 1사 2루에서 임종찬과 최재훈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호준도 나균안의 역투에 보답했다. 5회초 무사 1루에서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를 상대로 우측 펜스를 때리는 2루타를 쳐냈다. 2·3루 찬스를 연결하면서 게임 흐름을 바꿔놨다.
롯데는 이호준의 2루타 이후 전민재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1사 후 정보근이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선취점을 얻었다. 전준우의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더 보태 2-0의 리드를 잡았다.
이호준은 롯데가 3-2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고 있던 9회초 마지막 타석에서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선두타자로 나와 한화 베테랑 우완 한승혁에게 3루타를 때려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호준은 이후 1사 3루에서 정보근의 유격수 땅볼 때 홈 플레이트를 파고들어 롯데에 천금 같은 추가 득점을 안겨줬다. 롯데는 9회말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한화의 마지막 저항을 잠재우고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당초 베테랑 박승욱을 2025 시즌 주전 유격수로 낙점했다. 하지만 박승욱이 페넌트레이스 개막 후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서 이호준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이호준은 지난달 30일 사직 KT 위즈전을 시작으로 이날 한화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일에도 3루타 포함 멀티히트 1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던 가운데 이튿날에는 게임을 '지배'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공교롭게도 김태형 감독은 이날 한화전을 앞두고 이호준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공격에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현재 (1군) 내야수 중 수비가 가장 좋기 때문에 선발로 기용하는 것"이라며 2년차 유망주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태형 감독은 특히 이호준이 지난 2일 한화와의 경기 중 몸에 맞는 공 이후 기뻐하는 제스처와 함께 힘차게 1루로 걸어나간 부분도 높게 평가했다. 어린 선수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
김태형 감독은 "어린 선수의 제스처 하나가 더그아웃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어린 선수들은 그런 맛이 있어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이호준은 수비에서는 실책 하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반대로 사령탑이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타격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신장 172cm, 체중 72kg으로 크지 않은 체격에도 장타력을 뽐내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롯데는 2025 시즌 개막 후 리드오프 황성빈, 주전 2루수 고승민에 이어 이날 한화전에 앞서 주전 3루수 손호영까지 부상으로 이탈했다. 100% 전력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반 순위 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호준은 많은 경기에 나선 건 아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박승욱, 전민재 등 선배 내야수들에게도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박승욱이 퓨처스리그에서 타격감을 회복해 1군으로 돌아온다면 치열한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