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한국 축구를 수놓은 전·현직 두 스트라이커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대전하나시티즌 상승세가 거침 없다.
지난해 강등 문턱까지 내려갔지만 잔류에 성공한 대전은 2024년을 잊은 듯 초반 7경기에서 5승1무1패를 거두며 선두를 지키는 중이다. 다른 팀들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지만 2위 김천 상무, 3위 FC서울과의 승점 차가 5점이다. 다음 라운드가 끝난 뒤에도 1위 자리는 유지된다.
대전의 주포 주민규의 활약을 빼고는 대전의 상승세를 논할 수 없다. 지난 2년간 울산HD의 최전방을 책임지며 울산의 K리그1 3연패 중 두 번의 우승에 기여했으나, 지난 시즌 부침을 겪기도 했던 그는 새롭게 갈아입은 대전 유니폼이 마치 날개인 것처럼 날아다니고 있다.
주민규는 이번 시즌 7경기에 모두 출전해 6골을 터트렸다. 경기당 득점은 0.9골. 경기당 한 골에 가까운 득점 페이스로 대전의 전체 득점(13골) 중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민규가 이번 시즌에 시도한 유효슈팅이 7회라는 점이다. 주민규가 지금까지 터트린 골의 기대득점(xG)값을 떠나 주민규가 대단한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기록이다.
주민규가 터지면 대전이 승리한다는 공식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은 지난 1일 조기에 열린 울산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1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도 주민규의 결승골로 승점 3점을 낚은 걸 포함해 이번 시즌 주민규가 골을 넣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공교롭게도 그가 침묵한 2라운드 울산전(0-2 패)과 6라운드 광주FC전(1-1 무)에서는 웃지 못했다.
그야말로 '승리의 파랑새'다.
올해 35세인 1990년생 주민규가 마치 전성기 때처럼 활약할 수 있는 배경에는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선배인 황선홍 대전 감독의 '특급 관리'가 있다.
현역 시절 한국 축구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황 감독은 누구보다 스트라이커를 잘 이해하는 지도자다. 본인도 34세의 나이에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했기 때문에 베테랑 공격수의 몸과 마음을 잘 알고 있을 터다.
황 감독은 울산전에 앞서 6경기에서 5골을 뽑아내고 있던 주민규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몸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라면서 "흐름과 골 감각을 살려줘야 한다"며 상대를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민규는 팀이 두 골을 넣고도 따라잡혀 팽팽한 2-2 스코어가 유지되고 있던 후반 11분 라트비아 출신 외인 스트라이커 구텍과 교체되어 경기장을 밟았다.
황 감독의 용병술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주민규는 투입 7분 만인 후반 18분경 문전에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친정팀 울산의 골망을 가르면서 결승골을 터트려 대전에 승리를 안겼다.
황 감독은 "주민규 투입은 계산했던 부분"이라며 "스트라이커는 득점의 흐름을 이어줘야 한다. (주민규가)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도록 많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웃었다.
주민규는 "감독님 덕분에 내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걸 얻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면서 "그저 감독님을 믿고 따르고 있다"며 황 감독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4세에 대표팀에 발탁, A매치 데뷔전을 치르며 '늦게 핀 꽃'이라는 별명을 얻은 주민규는 당시 자신을 대표팀에 소집했던 황 감독의 지도 아래 다시 만개하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 이어진다면 대전은 지난해 실패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 도전, 혹은 그 이상의 꿈도 꿀 수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그만큼 대전의 분위기는 최고조다.
다만 황 감독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울산전에서 승리를 따내고도 "별 의미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중후반이 되어서야 K리그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어떻게 지키고 이겨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한 발씩 전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