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허수봉이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16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천안, 김지수 기자)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레전드 문성민의 존재감은 여전히 유효했다. 코트 위에서 함께 뛸 수는 없지만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후배들의 'V5'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필립 블랑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1(25-20 24-26 25-22 25-23)로 이겼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승리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 확률 73.7%를 잡았다. V리그 출범 후 역대 19번의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팀은 모두 14차례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현대캐피탈은 주포 레오가 팀 내 최다 25득점을 기록하면서 승부처 때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토종 에이스 허수봉도 17득점, 공격 성공률 56%로 클러치 본능을 뽐냈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허수봉이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16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의 역사를 썼던 대한항공도 러셀, 정지석, 정한용 등을 앞세워 분전했지만 승부처에서 현대캐피탈의 집중력이 한 수 위였다.
현대캐피탈은 블랑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에서 30승 6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한 데 이어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허수봉은 경기 종료 후 "정규리그가 끝난 뒤 약 2주 동안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게임 감각이 조금 떨어져 보였다"며 "매 세트 대한항공에게 끌려다녔는데 선수들끼리 했던 얘기가 '버티면 기회가 온다'였다. 실제로 버텨서 이긴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허수봉은 그러면서 대선배 문성민이 1차전에 앞서 건넨 한 마디가 선수단 전체에 엄청난 에너지를 줬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허수봉은 "문성민 형이 그동안 우리가 대한항공에게 많이 졌으니까 오늘은 꼭 되갚아주자라고 했다"며 "형의 말을 듣고 예전에 대한항공에 당했던 감정들이 떠올랐다. 모든 선수들이 더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허수봉이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 3승제) 1차전에서 대한항공을 상대로 16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사진 김한준 기자
문성민은 지난 2010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뒤 올해까지 스카이워커스를 지킨 '원클럽맨'이다. 정규리그 MVP 2회(2015-2016, 2016-2017)를 비롯해 챔피언 결정전 2회 우승(2016-2017, 2018-2019)의 기쁨을 맛봤다.
1986년생인 문성민은 최근 현역 은퇴를 전격 발표했다. 지난달 20일 OK저축은행과의 천안 홈 경기를 끝으로 정들었던 코트와 선수로서는 작별을 고했다.
문성민은 자신의 몸 상태와 경기력이 팀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챔피언 결정전 출전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플레잉 코치 역할을 자청하면서 훈련을 도왔다.
문성민은 여기에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열린 천안유관순체육관에 현대캐피탈 선수단을 위한 커피차까지 불렀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기운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2024-2025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한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레전드 문성민. 사진 엑스포츠뉴스 DB
문성민은 특히 대한항공과는 악연이 적지 않았다. 2017-2018 시즌은 정규리그 1위에 오르고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패하며 통합우승이 불발됐다.
문성민이 마지막으로 챔피언 결정전 무대를 밟았던 2022-2023 시즌에도 대한항공에 막혀 우승 도전이 좌절됐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이 3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장소는 현대캐피탈의 홈 구장 유관순체육관이었다.
문성민은 이 때문에 코트에서 함께 뛰지는 않지만 후배들이 대한항공을 꺾고 팀 역사상 다섯 번째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달성할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허수봉은 "문성민 형이 은퇴했지만 코치님 역할로 공도 때려주고 훈련도 같이 한다"며 "올해 대한항공을 꼭 이겨서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천안, 김한준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