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오롯이 할머니와 단둘이 지낸 유년 시절의 고단한 삶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일찍 철이 든 청년 고정우.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꿈을 키워온 그는 지난 아픔을 성장의 밑거름 삼아 '트로트 스타'로 거듭났다.
고정우는 최근 신곡 '팔자' 발매 기념 엑스포츠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두 살이란 아주 어린 나이에 겪은 부모님의 이혼, 이로 인해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하게 된 고정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생계를 위해 바다에 뛰어든 최연소 해남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는 KBS 1TV '인간극장'을 통해 소개됐으며, 이를 계기로 트로트 가수의 꿈을 키우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등학교 졸업 직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큰 슬픔과 우울증을 겪었다.
고정우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너 고등학교만 졸업시키고 죽을 거다'라고 했다. 제 교복도 빨아 주고 밥도 챙겨줘야 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옆에 계시겠다는 거다. 그렇게 제 곁에 계셨던 할머니가 이제 좀 살만하니까 떠나셨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우울증도 오고 많이 힘들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제 정신적 지주인 할머니만 생각하면 살 힘이 났다"고 털어놨다.
"할머니가 삶의 이유"라 밝힌 그는 "편하게 돈 벌려면 장사를 하든 공장을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늘 저를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바다에 뛰어 들었다. 그렇게 돈을 벌어 우리 할머니 입에 무엇 하나라도 더 들어간다면 그게 그렇게 기뻤다. 우리 할머니 기죽지 않게 금목걸이, 금반지도 해드렸다. 나는 구멍난 바지를 입더라도 오직 할머니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았다"고 밝혔다.
최근 화제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속 '눈물 버튼'으로 불리는 광례(염혜란)의 인생이 곧 자기 인생과도 같다 회상한 고정우는 "애순이 입에 먹을 거 하나라도 더 넣어주기 위해 물질하는 관례의 모습이 나를 보는 것 같더라. 나도 이렇게 살았는데 싶어서 눈물이 너무너무 났다"고 진한 공감과 울컥한 마음을 내비쳤다.
그렇게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 할머니가 떠난 이후, 고정우의 삶은 급격히 무너졌다고. 그는 "할머니를 보내고 나서 집에 왔는데 모든 것들이 다 그대로였다. 할머니 냄새까지 다 그대로 남아 있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일단 서울로 떠났다. 내가 어린 시절 추운 겨울에 잠수복도 입지 않고 물질하면서도 살았는데 못할 게 뭐 있겠냐 싶어서 무작정 떠났다. 서울에 아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었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서울 생활이 힘들 때마다 할머니 사진을 보며 "손주 열심히 살고 있다" 되뇌고 또 되뇌고. 그는 "여기서 못 버티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겠다 싶었다. 삶의 끈을 놓을 것 같으면 할머니 사진을 보며 의지를 다졌다. 돈을 모아서 학원도 가고 열심히 살다 보니까 '아침마당' 꿈의 무대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렇게 '아침마당'의 인기 노래 경연 '도전 꿈의 무대'에서 당당하게 5승을 거머쥔 고정우. 그는 "제가 노래를 잘 부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우승은 꿈도 못 꿨다. 그저 할머니를 위해 좋은 무대 영상을 남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까 그 마음을 많은 국민들께서 알아봐 주시고 투표로 응원해주셔서 5승을 이뤘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를 시작으로 여러 경연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을 발휘, 현재는 MBC 표준FM '손태진의 트로트 라디오' 인기 고정 코너 '내일은 해뜰날'에서 활약하며 팬덤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고정우는 당장의 반짝 인기보다 오랜 세월 대중 곁에 머물며 사랑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 대한 진심 하나로 묵직하게 걸어가겠다는 목표로 '롱런형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포부다.
고정우는 "진성 선생님이 저를 자식처럼 여겨 주신다. 선생님도 30년 무명 생활 끝에 빛을 보셨기 때문에 저 역시 묵묵하게 길을 걸어가려고 한다. 당연히 돈도 벌고 인기도 많으면 좋겠지만 제 갈 길을 뚝심 있게 걸어가다 보면 저를 알아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 믿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엑's 인터뷰③]에서 계속)
사진=장군엔터테인먼트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