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잡은 MLB 개막 로스터인데…4타수 무안타→주루사 '시범경기 폭격' 배지환 수난시대

(엑스포츠뉴스 박정현 기자) 뜻대로 풀리지 않는 배지환(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시즌 초반이다.

외야수 배지환은 3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8회초 대주자로 교체 출전했다.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 타석에 들어서지는 못했다.

2-2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던 8회초. 피츠버그는 2사 후 앤드류 매커친이 출루하자 대주자 배지환을 투입했다. 한 점 승부라고 생각했기에 발 빠르고 주루 센스가 좋은 배지환을 투입해 득점을 만들어내려 했다.



배지환은 후속타자 잭 스윈스키가 볼넷을 얻어내며 2루까지 갔다. 2사 1,2루 득점권에 배지환이 배치돼 점수를 노려볼 기회가 만들어졌다. 대주자 가치를 증명해야 할 순간이었다.

타석에는 에디 로드리게스. 배지환은 볼카운트 0-2에서 구원 투수 캘빈 포셰이의 3구째 스위퍼가 땅에 맞고 튀자 재빠르게 3루로 뛰었다. 다만, 운이 좋지 못했다. 폭투가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마이애미 포수 닉 포테즈 바로 옆에 떨어졌다. 송구마저 정확해 3루수 조나 브라이드가 쉽게 태그할 수 있는 곳으로 왔다. 



최초 판정을 세이프였으나 클레이튼 맥컬러 마이애미 감독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이후 심판진은 판정을 번복. 세이프가 아웃이 돼 배지환은 주루사를 기록했다. 피츠버그도 8회초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채우며 득점에 실패했다.

지명타자로 수비 위치를 옮긴 배지환은 끝까지 경기에 남았지만, 9회말 끝내기 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날 피츠버그는 2-3으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배지환은 2025시즌 개막 엔트리에 합류해 시즌을 시작했다. 비시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엠엘비닷컴(MLB.com)'은 배지환의 개막 엔트리 불발을 예측했지만, 빼어난 퍼포먼스로 예상을 뒤집으며 로스터 한자리를 따냈다. 

시범경기 성적은 20경기 타율 0.381(42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17이었다.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경기에 나서 20타수 이상 들어선 타자들 중 가장 뛰어난 타율을 기록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피츠버그는 지난 30일 배지환에게 선발 출전 기회를 줬다. 마이애미전에서 1번타자 좌익수로 내보냈지만, 삼진 3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침체했다. 그리고 하루 뒤(31일)에는 승부처에서 주루사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배지환은 지난 2018년 내야수로 피츠버그에 입단했다. 이후 활용도를 높이고자 외야도 병행하며 멀티 플레이어로서 활약했으나 지금은 외야수로 더 많이 나서고 있다.



피츠버그 외야는 베테랑 매커친을 비롯해 토미 팸, 브라이언 레이놀즈, 스윈스키 등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팀의 미래를 책임질 슈퍼스타로 불리는 오닐 크루스가 유격수에서 외야로 전향하며 자리가 더 줄어들었다. 매 경기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소중한 기회인데,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배지환은 마이너리그 최고 레벨 트리플A에서는 모든 걸 증명했다. 트리플A에서 활약한 3년간 통산 183경기 타율 0.310(697타수 216안타) 16홈런 95타점 46도루 OPS 0.853을 기록. 정교한 콘택트 능력과 일발장타, 클러치 능력, 빼어난 주루 센스까지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 그 잠재력을 증명해야 할 시기다. 배지환이 시즌 초반 고비를 이겨내고 빅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AP, AFP

박정현 기자 pjh6080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