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한 사람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건 감동적인 일이지만, 정작 어릴 때부터 자라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 이에겐 부담이 되는 일이기도 하다.
2016년, 17살 어린 나이에 Mnet '프로듀스 101' 시즌1에 출연해 아이오아이 멤버로 발탁되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최유정도 "사실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린 친구들이 모여서 연습을 하는데, 자아나 가치관이 만들어지는 시기니까 그때 접하는 모든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깊은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엔 트레이닝 방식이 조금 혹독했다는 그는 "능력치가 있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하니까, 준비가 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고 계속해서 채찍질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나이에는 본능을 더 따를 때이다 보니, 그 시기에는 회사에서도 조금은 냉철하게 트레이닝을 했던 것 같다"며 "다른 아이돌 친구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라떼는 그랬다'하기도 한다. 그런 것 때문에도 더 부담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유리같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태가 됐을 때는 세상의 모든 자극들이 상처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점점 단단해지면서 회복하게 된다. 똑같은 자극을 받았을 때는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살피면서 자극에도 오히려 감사하게 되는 것 같다"고도했다. 그렇기 때문에 "또 한 번 솔직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개인 채널을 열고 사소한 일상을 공개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자신감도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활동하며 팬, 동료들이 생기면서 회복이 됐다. 그는 "데뷔를 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깨닫는 것들, 반성해야 할 것들이 우수수 쏟아졌다"며 '그때만의 방황'이 있다고도 했다. 최유정은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연습생을 했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으로 어디까지 활동할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고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고민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단지 춤이 좋아서 시작했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징을 보지는 못했다"는 최유정은 이 일과 내가 잘 맞는 사람이 맞는지, 내 성향과 잘 맞는지, 다른 일을 한다면 뭘 할 수 있을지까지도 깊게 생각해 봤다. 여전히 확신은 없다고 솔직하게 밝힌 최유정은 "관심받는 건 좋지만 시선공포증이 있어 주목받는 건 싫어한다. 친구들도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사람의 성향으로만 봤을 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분명 있다"고 했다. 다만, 최유정이 계속해서 무대에 서는 일을 하는 이유만큼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맞는 부분이 크고, 좋아하는 부분이 있기에 하고 있어요. 무대에 설 때에는 준비해서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때만큼은 시선이 몇백 개가 와도 부끄럽지가 않아요. 제가 준비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희열과 쾌감이 있어요."
스스로를 파악한 뒤에는 일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꾸며 조금씩 적응하고 단단해졌다. 그는 "저는 원래 일하러 갈 때 긴장을 많이 했다. 촬영을 앞두고 심장이 두근 거려 전날 잠을 잘 못 자기도 했다"고. '잘해야지'라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대로 생각하려 했다는 최유정은 "반대로 생각해도, 결국 저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서, 마음을 비우기 위해 '그래 오늘 하루만 갔다오면 되는데 뭐' 심플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는 "생각을 많이 하면 몸이 굳고 틀에 갇히게 되더라.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꾸게 된 것 같다. 그렇게 마음먹고 갔다 오면, 오히려 못할 줄 알았던 것들을 하고 올 때도 있다. 그럴 때 느껴지는 뿌듯함도 있고 그래서, 일할 때 겁을 좀 덜 내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활동하며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최유정은 가수로서, 배우로서 다시 무대에 오를 계획도 있다. 지난 2022년 첫 솔로 싱글 '선플라워(Sunflower)'를 발매했던 그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한 이 앨범에 대해 "저도 가끔 꺼내 듣는데, 볼 때마다 일기장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애틋함을 내비쳤다.
솔로 활동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자신을 정돈하면 좋을지를 배웠다는 그는 이젠 무대 위에서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아직 구체화된 부분은 없지만 첫 앨범에서도 작사에 참여한 만큼, 앨범 작업은 계속해서 "시도 중"인 단계다. 최유정은 기타를 배우며 탑라인을 쓰거나, 꾸준히 메모하며 작사를 해왔다고. 하지만 그는 "아직 연습한 노래가 한두 곡 정도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그룹 활동을 마무리 한 지금, 계속해서 가져갈 마음가짐은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것. "모든 걸 세팅하고 무대에 올라가지만 가끔은 모든 게 풀어헤쳐진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걸 안 잃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그는 '자유로운 음악'을 할 수 있길 바랐다. 앞으로 앨범을 낸다면 "제 이야기를 많이 담고 싶다"는 최유정은 제 안의 감정을 가사로 써 노래에 담는 과정에서, 감정을 바깥으로 털어내고 가벼워질 수 있는 느낌을 경험하고 싶다고. 그는 "저도 자유롭게 제 얘기도 하고 여러 장르하면서 재밌게 음악을 하고 싶다"며 "내 일기지만, 분명 누군가는 공감할 거라는 걸 안다. 그렇다면 솔직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진중한 생각을 밝혔다.
일에 대한 고민도 많지만 그만큼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은 최유정은 어느덧 데뷔 10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뭔가 애틋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기도, 짠하기도 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내 그는 "근데 너무 좋다. 이제는 저도 제가 너무 좋고, 앞으로도 제가 저를 봤을 때 부끄러움 없이 저를 잘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인간적인 부분에서도, 일을 할 때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최유정은 최근의 경험으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기도 했다.
"최근에 어떤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처음 도전하는 게 있어 너무 어렵고 막막하더라고요. 보통은 잘 안 되면 포기하고 싶어 지는데,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어요. 그 오디션에 붙든 떨어지든 상관없이, 오디션을 끝내고 나서 '근데 나 진짜 열심히 했다' 이 한 마디를 당당하게 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준비를 열심히 해서 가니까 심사위원도 (날 평가하는) 심사위원으로만 보이지 않고, 그저 일을 오래 사랑해 온 예술가처럼 보였어요. 그런분들 앞에서 예술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인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 너무 후련하고 좋았어요. 진짜 열심히 하면 오디션이 즐거운 걸 처음 느꼈어요."
열심히 해낸 것들로 이뤄내는 "성취감과 책임감, 그리고 두 가지를 해냈을 때 칭찬해 주는 팬"까지. 최유정은 "사랑을 받고 저도 저를 더 사랑할 수 있어진다"며 이 세 가지가 계속해서 자신을 나아가게 하는 것들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는 '영웅'으로 뮤지컬에 도전했고, 올해는 영화 '백수아파트'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또 개인 유튜브 채널 개설까지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이 많았던 시기를 보낸 그는 "도전을 겁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말했다.
"처음 한 것들이 많은데, 겁내지 않는 걸 꾸준히 실천할 생각이고, 뮤지컬이든 유튜브든 앨범이든 모든 활동에서 선택에 커다란 책임감을 갖고 할 생각"이라고 했다. 최유정은 "그 책임감으로 해낸 일을 엄청난 성취감으로 돌려받을 생각이다. 그리고 그 후엔 팬분들에게 칭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저에게 중요한 세 가지를 지키면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 연기, 무대, 노래 다 너무 좋다"며 꾸준히 '준비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소심한 모습으로 연습실에서 울던 연습생 최유정은 보이는 이미지보다 차분하고, 진중하게 답을 고르며 일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20대가 됐다. 진지한 이야길 나누는 걸 좋아한다는 최유정은 직업이 갖는 영향력을 알고 신중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자, 제 중심을 잡고 열심히 사는, 응원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인간미 있는 아티스트로 많이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거고,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렇게 최유정이라는 사람이 뭘 하고 사는지 꾸준히 궁금해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에요. 아마 계속 지켜보시면 재밌을 거예요. 그래서, '계속 응원해 주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DB, 판타지오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