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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라스트 댄스? 저희가 독한 악역 될게요"...베테랑 염혜선의 '독한 다짐' [수원 인터뷰]

기사입력 2025.03.29 23:17 / 기사수정 2025.03.29 23:34



(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베테랑의 간절함이 팀 승리로 이어졌다. 여자프로배구 정관장 주전 세터 염혜선의 이야기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3차전에서 현대건설을 3-1(26-24 12-25 25-19 25-20)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이로써 정관장은 2005시즌, 2009-2010시즌,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무대를 밟게 됐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세 차례 모두 우승 트로피를 올리는 등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정관장이다.



1차전 승리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정관장은 염혜선의 무릎 부상으로 인해 주전 세터 없이 2차전을 치렀다. 결과는 0-3 완패였다. 정관장으로선 염혜선이 돌아오길 기다렸고, 염혜선도 출전 의지를 나타냈다.

경기 전 양 팀 사령탑의 인터뷰에서도 염혜선이 언급됐다. 고희진 감독은 "조금 회복돼서 오늘(29일)은 경기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지만, (염)혜선이에게 1차전을 이긴 건 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우리가 지금 상황을 극복해 보자고 했다"고 염혜선의 몸 상태를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염혜선이 나올 수 있다는 가정 하에 경기를 준비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경기 전 혜선이를 만났다. 아프면 쉬라고 얘기했더니 '감독님을 집으로 보내드릴게요'라고 하더라(웃음). 염혜선 선수가 뛴다는 가정 하에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염혜선의 복귀가 정관장에 큰 보탬이 됐다. 2차전에서 다소 무기력했던 정관장의 공격력이 살아났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26점을 올렸으며, 15점을 기록한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를 비롯해 박은진(13점), 정호영(12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적장도 인정했다. 강 감독은 "혜선이에게 당한 느낌도 있다"며 "주전 세터가 왜 중요한지 나온 것 같다. 볼 정확도나 올라가는 속도가 다르다. 그래서 메가가 2차전보다 훨씬 좋은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염혜선은 "너무 오랜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서 기분이 좋은데,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이 기분을 다 표현하고 싶진 않다. 선수들이 정말 다 하나된 마음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눈을 뜨고 아침에 일어나서 선수들과 함께 스트레칭을 했는데,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의지가 보였던 것 같다. 각자 경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눈을 떴을 때부터 경기를 준비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1차전만큼은 아니어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이 통했다. 팀워크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날 정관장이 패배했다면 100%의 확률이 깨질 뻔했다. 지난 시즌까지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은 100%(18/18)이었다. 이번에도 그 확률이 유지됐다. 염혜선은 "100%가 깨지는 걸 원치 않았다. 다른 팀이 그 확률을 깨길 원했다. 올해 깨지는 건 절대 원치 않았다"고 돌아봤다.

1세트 승리 후 2세트 패배로 분위기가 가라앉을 뻔한 상황에서 베테랑은 후배들에게 어떤 점을 강조했을까. 염혜선은 "오늘 지면 언제 또 이 멤버와 경기를 할지 모르고, 올 시즌이 아니라 평생 언제 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런 기회가 또 오는 것도 아니고, 올 시즌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강하게 얘기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여전히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지만, 계속 경기를 뛰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염혜선은 "경기를 해야 한다. 무릎 상태가 좋든 안 좋든 끝까지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정규리그 1위 팀 흥국생명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배구여제' 김연경의 마지막 챔피언결정전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배구 팬들의 관심이 뜨거울 전망이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에 관한 질문을 받은 염혜선은 "드라마를 보면 악역이 정말 독하지 않나. 우린 독한 악역이 되고 싶다"며 "선수들 각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팀워크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올 시즌 팀 워크로 분위기를 바꾼 경기가 많았던 것 같다. 서로를 대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좋다. 이 멤버와 함께 마지막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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