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김환 기자) 홈 2연전 무승부의 이유를 잔디 탓으로 돌리는 게 과연 옳을까.
같은 잔디에서 한국 혼자 경기한 게 아니라, 상대팀과 싸우지 않았나.
경기력은 차치하고 결과라도 좋았다면 환경에 대한 지적은 좋은 제언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결과조차 내지 못하면서 외부 환경이 문제라는 듯 이야기하는 건 핑계로 들릴 뿐이다.
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의 환경 탓도, 주장 손흥민의 잔디 탓도 마찬가지다.
홍명보호가 지난 20일과 25일 열린 두 번의 월드컵 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처참한 수준에 가까웠다.
오만전에서는 이강인과 황희찬이 합작한 선제 득점을 제외하면 90분 내내 오만의 수비를 뚫지 못하다 경기 막판 실점을 허용해 비겼고, 요르단전 역시 상대 밀집 수비를 파훼하지 못해 무승부로 끝났다. 지난해 11월 팔레스타인전을 포함해 3경기 연속 무승부다.
"어쨌든 1위인 것은 팩트"라는 손흥민의 말은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조 1위는 유지했지만 원했던 결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은 국내에서 열리는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해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조기에 확정 짓는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오만과 비기면서 계획이 틀어졌고, 요르단과도 무승부를 거둬 요르단을 꺾고 팔레스타인과 이라크의 경기 결과를 기다리지도 못하게 됐다.
남은 두 경기에서 한 번이라도 비기면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기는 하나,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경기력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2연전을 통해 현 대표팀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진 분위기다.
홍명보 감독은 요르단전을 앞두고 "밀집 수비를 파훼하는 방법은 있다. 선수들과 공유했다"고 자신했지만, 요르단전 경기력을 보면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듯했다.
한국은 75%의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경기를 주도했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슈팅은 12대11로 비슷했고, 유효슈팅은 3대3으로 같았다. 세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지만 두 번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한국의 득점은 손흥민의 코너킥에 이은 이재성의 발리 슛에서 나온 선제골이 전부였다. 요르단에 역전골을 내주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했다.
부진한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은 두 경기 연속 무승부라는 결과의 이유가 잔디를 비롯한 환경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분노를 키웠다.
홍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홈에서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걸 안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애매모호나 답변을 했다.
홍 감독의 입에서 나온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 중 하나는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로 해석된다.
그러나 오만 대표팀은 라마단 기간에 경기를 소화했고, 요르단 선수들은 홈 경기를 치른 뒤 약 8000여km를 비행해 한국으로 왔다. 경기 당일 쌀쌀한 날씨는 덤이다. 해외파의 컨디션이 부진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주장 손흥민은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플레이를 다 펼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속상하게 느껴진다"면서 "어느 나라든 춥고 덥지 않은가. 그런데 다른 나라는 잔디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관리가 잘 안 되어 있으면 '우리가 조금 더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잔디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달 3월 A매치 2연전의 장소를 변경한 이유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나쁜 탓에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표팀이 최상의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요르단전이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경우 협회와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 잔디 상태를 두고 소통하면서 수원 삼성과 서울 이랜드 FC의 코리아컵 경기 일정이 변경되는 일까지 있었다.
평년 기준이라면 3일 간격 경기에 문제가 없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잔디가 손상될 걸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이 역시 대표팀이 최상의 환경에서 뛸 수 있도록 위한 준비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오만전의 부진을 요르단전에서도 털어내지 못했다.
처참한 경기력과 참혹한 결과가 과연 잔디와 환경 때문이었을까. 두 경기가 흔히 말하는 '양탄자 잔디'에서 열렸더라도 대표팀의 경기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듯하다.
부진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오는 6월 이라크 원정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떠나 홍명보호에 대한 신뢰는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