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토트넘 홋스퍼 팬들이 손흥민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도 다뤘다.
BBC는 25일(한국시간) "클럽의 위대한 봉사자를 떠나야 할 때가 됐다"며 손흥민에 대한 팬들의 의견을 전했다.
매체는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팀에 싸우는 법을 보여줘야 한다. 시즌 마지막 몇 주 동안 손흥민의 리더십에 대한 팬들의 의견을 물어봤다"며 최근 불거지고 있는 손흥민의 리더십 논란에 대한 팬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팬들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손흥민을 토트넘에서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팬은 "손흥민은 완전히 지쳐버렸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도가 원인이다. 손흥민은 훌륭한 선수지만 포스테코글루가 감독이 된 이후로 자신감을 모두 잃었다"면서 "손흥민은 우리가 알던 선수의 그림자일 뿐이다. 구단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을 떠나보내고 축구를 즐길 때가 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항상 구단의 전설이 될 것이라고 아쉬움 섞인 작별 인사도 전했다.
또 다른 팬은 손흥민의 주장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는 "요즘 주장은 다르다. 손흥민은 분명 괜찮은 주장이긴 하지만 팀 성과를 개선하기 위해 경기를 장악할 수 있는 선수가 선수단 내에 더 있다"며 리더십 측면에서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감이 전보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이 지쳐 보이는 이유는 그를 쉬게 할 수 있는 두 선수, 윌손 오도베르나 마이키 무어가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라고 지나친 비난은 경계하면서도 "힘든 시즌이었다. 모든 선수를 활용해 일관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손흥민의 입지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고도 했다.
구단 리빙 레전드로 평가 받는 손흥민에게 가해진 비판은 현재 손흥민의 상황이 심각할 정도로 나빠졌다는 신호다. 팬들의 불만도 일시적인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시즌 초반 손흥민을 향했던 기대는 점차 실망으로 바뀌었고, 그가 주장으로서 팀을 끌어올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는 손흥민의 리더십에 아무런 비판이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이 리그에서만 17골 10도움을 올리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토트넘 역시 리그 5위에 오르며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토트넘은 리그 10위권 밖으로 처진 상태고, 손흥민도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이며 비판 대상이 됐다. 특히 토트넘이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원인이 리더십 부재에 있다며 손흥민에게 책임을 묻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은 "손흥민은 좋은 선수다. 하지만 주장감으로는 볼 수 없다"면서 "왼쪽 윙에서 뛰는 손흥민은 주장으로서 내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매체 팀토크는 "손흥민이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여전히 팀에 가치는 있다"며 "손흥민을 로테이션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주장직에서는 내려와야 한다. 토트넘에는 더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매각하더라도 준수한 금액을 회수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손흥민은 오는 7월 33세가 되고, 그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으려면 주장직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경기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쉽게 무너지는 느낌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최근 몇 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되거나 교체 출전하는 등 명확히 역할이 축소됐다.
이에 대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체력 관리'를 이유로 들었지만, 최근 대표팀 소집 후 손흥민은 "컨디션은 최고다"라고 발언하면서 양측의 입장 차이만 부각됐다.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선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위대한 선수와의 작별도 때가 있다. 지금의 손흥민은 더 이상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며, 토트넘은 손흥민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새 얼굴들을 점차 준비하고 있다.
토트넘도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과거에 대한 예우와 미래를 위한 개편 사이에서 어느 쪽이든 확실하게 선택할 때가 됐다. 팬들 역시 이미 마음을 굳히고 있는 듯하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