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용환주 기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단단히 화가났다. 정확히는 지쳐서 화낼 기운도 없어 보인다.
레알은 16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메라리가 28라운드 비야레알과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레알은 이번 경기 결과로 리그 28경기 18승 6무 4패 승점 60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비야레알은 27경기 12승 8무 7패 승점 44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종료 후 레알 선수들이 필드 위에 쓰러졌다.
축구 팬들이 놀랐다. 킬리안 음바페, 주드 벨링엄 등 90분 풀타임을 소화 후 선수들이 대부분 경기 장 위에 쓰러지거나 허리를 숙이고 무릎에 기대 거친 숨을 몰아 쉬는 장면이 포착됐다.
글로벌 매체 'ESPN'은 레알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장면과 함께 "레알 선수들이 풀타임을 뛰고 지쳤다. 특히 주드 벨링엄과 음바페는 지난 유럽대항전(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장전까지 뛰었다"라고 소식을 전했다.
레알은 지난 13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를 진행했다. 1~2차전 합산 1-1로 경기가 끝나 연장 전, 후반에 승부차기까지 진행해 레알이 8강 진출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흘이 흘렀다. 정확히는 67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레알은 리그에서 비야레알과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어렵게 승리 후 필드에 지쳐 쓰러졌다. 이에 안첼로티 감독이 분노했다.
상상이상으로 빡빡한 일정에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이 단단히 화가났다.
높은 공신력을 자랑하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16일 "안첼로티 감독은 최소 72시간 휴식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경기 출전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안첼로티는 "우리는 오늘 72시간도 쉬지 못하고 경기를 치렀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시는 이런 경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라리가에 시간 변경을 두 번이나 요청했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매체는 "선수 노조가 한 경기 후 최소 휴식 시간을 72시간으로 늘려야 하는 필요성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기했지만 이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라며 "리그 경기 일정은 라리가의 결정권이다"고 설명했다.
레알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도 분노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건 팀과 선수에 대한 무시다. 이러다 우리는심각한 부상을 당할 수 있다. 그 결과 다시는 경기장에 서지 못 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정신력으로 버텼다. 이젠 피로에 지쳤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레알이 살벌한 일정을 소화한 건 사실이다.
레알은 이번 시즌(2024-2025) 자국 리그(1위)를 포함해 코파 델 레이(국왕컵) 4강 진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중이다. 동시에 3개 대회를 참가 중이다. 또 시즌 종료 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할 예정이다.
축구 소식을 전하는 '풋붐'은 "레알의 불만은 훈련을 진행할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극도로 바쁜 일정의 전령적인 증상이다. 매주 장거리 이동, 경기, 회복, 훈련의 무자비한 반복을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또 "레알은 2025년 들어 73일 동안 22경기를 치렀다. 평균 3일마다 최소 90분 공식 경기를 뛰고 있다. 이는 어떤 구단도 감당하기 힘든 흐름이다"라고 했다.
실제로 레알은 해당 기간 대부분 선수들이 총 2000분에 가깝게 뛰었다. 또 1만 7868km를 이동했다. 레알은 발렌시아, 무르시아, 비야돌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산세바스티안 등 여러 도시를 방문했다. 하루 평균 244km를 이동한 것이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매일 서울 시청에서 광주 시청(약 267km)까지 조금 덜 이동하고 경기까지 치룬 후 복귀한 것이다. 레알 선수, 감독 등 참다 폭발한 이유가 있다.
다만 라리가는 레알의 분노에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입장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레알은 지난달 25일에 일정이 확정되기 전까지 비야레알 경기에 대한 일정 조율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라리가 규정에 따르면 일정 변경 요청이 있을 경우 반드시 요구에 응해줘야 한다. 하지만 레알은 일정이 확정되고 전달된 후에 요청했다고 한다.
안첼로티 감독은 라리가에서 앞으로 72시간 휴식을 보장해 주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레알은 다가오는 30일 레가네스와 리그 29라운드 경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경기는 약 4일의 기간이 있는 만큼, 다른 변수가 없으면 무리 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가 아니라 어떤 일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안전이다. 과연 레알은 앞으로 원하는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 받을 수 있을지 많은 축구 팬들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
사진=연합뉴스 / 레알 마드리드 SNS
용환주 기자 dndhkr15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