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하는 봅슬레이 원윤종이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IOC 선수위원 국내 후보를 뽑는 비공개 면접에 참석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봅슬레이의 전설' 원윤종(39)이 내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에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선거의 한국 대표 후보로 선정됐다. 원윤종은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선수와 같은 심정으로 1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7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대회 기간 중 진행되는 IOC선수위원 선거 국내 후보자로 원윤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평가위원회는 비공개 면접을 진행해 원윤종, 차준환의 언어 수준, 후보 적합성, 올림픽 참가 경력 및 성적 등을 검토했다.
원윤종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과를 듣고 깜짝 놀랐다.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면서 "다시 나라를 대표해 올림픽 현장에 가게 됐고, 특히 이번에는 선거를 치르러 가는 만큼 1년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의 파일럿으로 4인승 은메달을 이끌며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리스트'가 된 원윤종은 선수 은퇴 후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선택해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선수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원윤종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캐나다에서 1년 정도 거주하며 꾸준히 영어를 사용했다. 봅슬레이·스켈레톤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과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그런 경험이 이번 영어 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귀띔햇다.
이어 "IOC의 개혁안인 '올림픽 어젠다 2020+5'를 깊이 연구했고, 선수위원의 역할 등에 대해 세밀하게 공부했기 때문에 면접에서 제 비전과 가치를 잘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25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4인승 4차 주행에서 은메달을 따낸 대한민국 원윤종-서영우-김동현-전정린 조가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IOC의 심사를 거쳐 선수위원 선거에 나설 최종 후보로 확정되면, 원윤종은 내년 1∼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에 예정된 선거를 준비하게 된다.
그는 "우선 선거 규정을 꼼꼼히 살펴보고,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활동은 무엇이든 할 생각이다. 다양한 대외 활동을 통해 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만날 계획"이라며 "하루에 25km를 걸어 다니며 선거운동을 했다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의 전략도 참고해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원윤종의 도전은 한국 최초의 '동계 종목 출신 선수위원' 탄생 여부와 직결돼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IOC 위원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선수들의 목소리를 IOC에 대변하는 선수위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두 명이 배출됐는데, 모두 하계올림픽 종목 출신이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선수위원에 선출됐으며,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당선인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부터 지난해 파리올림픽까지 선수위원으로 활동했다.
동계 종목에서는 2002년 쇼트트랙의 전이경, 2006년 썰매 종목의 강광배가 선수위원 선거에 출마한 적이 있으나 당선되지 못했다. 원윤종은 "오랜만에 동계 종목 후보로 선정돼 책임감이 더욱 크다"며 "올림픽 메달을 따러 출전한다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성결대 체육교육학과에 재학 중이던 2010년, 학교에 붙은 썰매 국가대표 선발 포스터를 보고 선발전에 응시해 합격한 것을 계기로 봅슬레이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그는 "나는 원래 선수를 지도하는 데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선수 생활을 하며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면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위치에서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며 스포츠 행정가로 '인생 2막'을 준비한 계기를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IOC가 지정한 '선수 롤 모델'로 참여한 경험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그는, 스포츠 외교력 강화와 '선수 은퇴 후의 삶' 지원을 비롯해 "소외된 지역에 스포츠를 알리고, 스포츠를 통해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