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양민혁이 영국 무대에서 기회를 받으려면 토트넘 홋스퍼로 복귀하는 것보다 다음 시즌에도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에서 뛰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시즌이 끝나고 토트넘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기존 토트넘에서 뛰는 1군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밀려 벤치를 지키거나 아예 경기 명단에서 제외될 바에 QPR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그 다음 시즌을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거라는 이야기다.
양민혁이 2006년생으로 당장 주전으로 뛰지 않아도 되는 나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자, 양민혁도 충분히 고려할 만한 내용이다.
토트넘 관련 소식을 다루는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22일(한국시간) "양민혁은 토트넘에서 빛날 기회를 얻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며 양민혁이 QPR 임대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QPR에 남을 거라는 주장을 펼쳤다.
매체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에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그 선수들 중 다수는 현재 임대로 활약하고 있으며, 특히 제이미 돈리, 조쉬 킬리, 조지 애벗은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 중"이라면서 "양민혁은 최근 챔피언십 클럽인 QPR에 합류하면서 임대를 떠났고, 이번 시즌 이후에도 QPR에 머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여름 강원FC에서 프로에 데뷔했던 양민혁은 K리그1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로 유럽 클럽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역시 양민혁에게 관심을 보였고, 양민혁은 강원에서 2024시즌을 마친 뒤 토트넘에 합류했다.
하지만 손흥민을 비롯해 티모 베르너, 히샬리송 등 프리미어리그(PL) 경험이 많은 선수들과 당장 경쟁을 펼치기에는 힘들었던 탓에 양민혁은 겨울 이적시장 막바지 QPR로 임대됐다. 2부리그에서 영국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오라는 뜻이었다.
양민혁은 QPR 합류 직후 교체로 출전한 경기부터 존재감을 발휘하더니, 4경기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다. 주전 측면 공격수 폴 스미스가 타박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으면서 양민혁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양민혁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장기인 스피드를 활용한 저돌적인 돌파로 더비 카운티 수비진을 무너뜨린 양민혁은 자신의 선발 데뷔전에서 잉글랜드 무대 첫 공격 포인트까지 기록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토트넘 팬들은 물론 현지 언론 역시 양민혁이 잉글랜드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이자 양민혁이 다음 시즌 토트넘으로 돌아와 1군에서 경쟁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토트넘 내부 관계자인 존 웬햄의 생각은 달랐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존 웬햄은 우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양민혁이 다음 시즌에도 QPR에 임대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며 웬햄과의 인터뷰를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웬햄은 "양민혁은 QPR에서 첫 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보기 좋았다. 그는 로프터스 로드(QPR의 홈구장)에서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미 선발로 출전해서 보기가 좋다"며 "때문에 그가 다음 시즌에도 QPR에 임대되어 팀에 남더라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우리는 양민혁이 클럽의 윙어 중 하나가 되는 걸 볼 수 있었다. QPR은 언제나 재능 있는 윙어에게 의지하는 팀이었다. 이것은 그들이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양민혁도 QPR에서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양민혁은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토트넘의 홈구장)에서 스타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10년간 토트넘에서 손흥민이 끼친 영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은 토트넘의 레전드이기도 하다"면서 "하지만 그 자리를 메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양민혁은 지금 당장은 영국 생활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데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QPR 잔류, 즉 재임대는 양민혁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한 사안이다.
양민혁이 다음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으로 돌아갈 경우 쟁쟁한 측면 공격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손흥민, 베르너, 히샬리송 외에도 윌송 오도베르나 마이키 무어, 그리고 브레넌 존슨 역시 양민혁의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토트넘 내에서는 아쉬운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지만,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해 큰 무대에서 뛰었던 선수들과의 경험 차이는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양민혁에게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양민혁이 더비 카운티전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자 토트넘을 담당하는 영국 언론 '풋볼 런던'은 양민혁이 지금 활약상을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치고 토트넘으로 돌아올 경우 프리시즌 친선경기부터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양민혁이 토트넘 내부 경쟁에서 살아남아 준주전으로 활약하는 것이지만, QPR에서 주전으로 뛰면서 안정적으로 경험을 쌓고 차후 기회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식이 될 수 있다. 양민혁은 나이가 무기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양민혁의 몫이다. 토트넘에서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이면서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하는 것도, QPR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출전 시간을 챙기면서 경험을 쌓는 것도 모두 좋은 선택이다.
다만 이 모든 건 양민혁이 이번 시즌 내에 QPR에서 적어도 준주전급 이상으로는 올라서야 가능한 일이다. 양민혁은 더비 카운티전에 선발 출전하기는 했으나,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 외에는 모두 교체로 나섰다. 감독의 시선에서는 아직까지 선발로 기용하기에 아쉬운 면이 있다는 뜻이다.
빡빡한 일정이 예고된 3월이 기회가 될 수 있다. QPR은 3월9일부터 15일까지 3일 간격으로 3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양민혁에게도 선발 출전 기회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민혁이 이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스미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조금 더 앞서갈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퀸즈 파크 레인저스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