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우리는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의 수준에 걸맞지 않다."
사실상 우승 포기 선언이다.
아스널이 23일 (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 0-1로 패했다.
웨스트햄이 이번 시즌 감독 교체 홍역을 치르는 등 들쭉날쭉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홈에서 생각하지 못한 충격패를 당한 셈이다.
이로써 아스널은 15승 8무 3패(승점 53)을 기록, 리그 1위 리버풀(18승 7무 1패·승점 61)과의 승점차를 좁히지 못했다. 시즌 종료까지 12경기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승점 8점차는 크다. 사실상 아스널의 우승 도전은 올해도 끝이 아니냐는 예상이 늘어나고 있다.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홈팀 아스널은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다비드 라야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리카르도 칼라피오리, 가브리엘, 윌리엄 살리바, 위리엔 팀버가 백4를 형성했다. 미드필드에는 데클란 라이스, 토마스 파티, 마르틴 외데고르가 나섰다. 최전방에 레안드로 트로사르, 미켈 메리노, 에단 은와네리가 골문을 노렸다. 이번 경기에서는 미드필더 미켈 메리노가 스트라이커로 아예 선발 기용됐다. 아스널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스트라이커 자원들이 모두 부상에 처한 상황이다. 직전 경기 멀티골을 넣은 메리노가 '9번(스트라이커)'으로 아예 보직을 바꿨다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지휘하는 원정팀 웨스트햄은 5-3-2 전형으로 맞섰다. 알퐁스 아레올라가 골문을 지켰고, 올리버 스칼스, 아론 크레스웰, 막시밀리안 킬먼, 장 클레르 토디보, 애런 완-비사카가 백5를 구성했다. 미드필드는 에드손 알바레즈, 제임스 워드-프라우즈, 토마스 수첵이 지켰고 최전방에 모하메드 쿠두스, 재러드 보언이 선발 출전했다.
전반전은 아스널의 흐름이었다. 전반 13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찍어찬 파티의 침투패스가 페널티 박스 안 메리노로 연결됐다. 메리노는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왼발 끝에 닿으면서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19분에도 하프스페이스에서 찔러 들어온 칼라피오리의 침투 패스가 메리노에게 이어졌다. 이를 받은 메리노가 박스 안에서 힘찬 왼발 슛을 시도해봤지만 골문 위로 크게 벗어났다.
몇차례 위기를 넘긴 웨스트햄 역시 기회를 맞았다. 전반 33분 박스 안에서 올라온 쿠두스의 왼발 크로스를 수첵이 헤더 슈팅으로 연결해봤지만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전반 43분, 이날 경기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이 터졌다. 역습 상황을 맞이한 보웬이 수비 진영에서부터 골을 끌고와 하프라인 근처에 있던 완-비사카에게 공을 건내줬다. 완-비사카는 그대로 우측면을 돌파했고 어느덧 박스 근처까지 끌고 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이 크로스를 아스널 수비진들이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고, 박스 안으로 침투하던 보웬이 그대로 다이빙 헤더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그대로 1-0으로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후반에도 아스널은 계속해서 동점골을 넣기 위해 몸부림쳤다. 후반 14분 메리노의 헤더 슈팅, 후반 18분 트로사르의 오른발 슈팅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여기서 아스널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후반 16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받은 루이스-스켈리를 향해 웨스트햄의 쿠두스가 빠른 압박을 시도했다. 쿠두스는 공을 제대로 뺏어냈고, 루이스-스켈리는 실점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쿠두스를 뒤에서 걸어넘어뜨렸다. 키퍼와의 일대일 찬스를 피하기 위해 루이스-스켈리가 상대의 명백한 기회를 방해한 것. VAR판정을 거쳐 곧바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이후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한 아스널은 후반 추간시간이 9분이나 주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수적 열세로 인해 득점을 하지 못했다. 경기는 0-1 아스널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공 점유율과 슈팅 숫자에서 압도했으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하며 득점 없이 경기를 마친 아스널이었다.
경기 후 아스널의 아르테타 감독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매우 실망스럽고, 솔직히 말해 매우 매우 화가 난다. 우리가 오늘 보여준 경기력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서 전혀 부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공격 옵션 부족이 패배의 원인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저 오늘 뛰었던 선수들, 그리고 나 자신도 포함해서 경기력 자체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매 경기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며 사실상 자신의 우승 도전은 끝이 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쏟아냈다.
아스널은 경기 내내 20개의 슈팅을 기록했지만 유효 슈팅은 단 두 개에 그쳤다. 이에 대해 아르테타는 "우리가 많은 공을 가졌고 많은 슈팅을 했지만, 그것이 경기에서의 위협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상대에게 기회를 너무 쉽게 내줬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웨스트햄의 포터 감독은 경기 후 만족감을 드러냈다. "환상적인 경기력이었다. 선수들이 굉장히 조직적이고 헌신적으로 뛰어줬다. 물론 상대는 강팀이었고, 우리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지만 선수들이 이를 잘 극복했다. 굉장히 중요한 승리다"라고 전했다.
아스널은 공격진들의 부상으로 많은 전력 공백을 안고 있었다. 카이 하베르츠, 부카요 사카,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가브리엘 제주스 등이 빠진 상태에서 미켈 메리노가 최전방을 맡았지만, 효과적인 공격 전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스카이스포츠의 해설가 폴 머슨은 "아스널은 공격 옵션이 부족하다. 이대로라면 시즌 막판까지 고전할 것이다"라며 "아스널의 우승 가능성은 사실상 끝났다. 앞으로 12경기 중 절반을 이기기도 어려울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아스널은 오는 수요일 리그 3위 노팅엄 포레스트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이번 패배의 충격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할 수 있을지가 시즌 막바지 우승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