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일본 오키나와, 김지수 기자) "본인이 뛰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막았다. 더 좋은 컨디션이 갖춰졌을 때 첫 실전에 나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범호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지난 22일 일본 오키나와의 코자 신킨 스타디움에서 일본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2025 시즌 첫 실전 연습 경기를 치렀다.
KIA는 이날 게임조, 훈련조를 구분해 선수단을 운영했다. 게임조는 투타 모두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제외돼 훈련만 소화했다. 야수조의 경우 나성범, 최형우, 김선빈, 박찬호, 김태군을 비롯해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도 게임조에서 빠졌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진행된 1차 스프링캠프 기간 주전급 선수들에게 실전 투입 시점 선택권을 줬다. 선수 개개인이 성실하게 몸을 만들고 있는 만큼 자신이 어느 정도 컨디션이 올라왔을 때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범호 감독은 다만 위즈덤의 히로시마전 출전은 '불허'했다. 일본 프로팀과 맞대결을 희망한 김도영, 최원준 등 다른 주전급 선수들의 뜻을 받아들여 준 것과는 달랐다.
이범호 감독은 KIA가 지난 21일부터 일본에서 2차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뒤 위즈덤이 17시간이 넘는 시차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이 히로시마전을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내가 말렸다"며 "우리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캠프를 옮기면 시차적응을 완전히 마치기까지 보통 4~5일 정도 걸린다. 위즈덤도 아직 몸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혹시라도 시차적응이 안 된 상태로 뛰었다가 컨디션이 안 좋아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좋은 상태로 뛰어야 한다"며 "위즈덤은 아직은 몸이 공중에 떠있는 느낌을 거다. 앞으로 많은 게임을 뛰어야 하는데 굳이 오늘 무리해서 출전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1991년생인 위즈덤은 신장 188cm, 체중 99kg의 우람한 체격을 자랑하는 우투우타 파워히터 내야수다. 2018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 2021 시즌부터 2023 시즌까지는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쳐낸 장타력을 자랑한다.
위즈덤은 KIA 합류 이후 성실한 훈련 태도, 적극적인 소통으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에게 빠르게 신임을 얻었다. 특히 프리 배팅 때마다 외야로 장타를 뻥뻥 쳐내면서 특유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KIA의 '슈퍼스타' 김도영도 "위즈덤은 같이 훈련을 해보면 좋은 얘기만 나올 수밖에 없다"며 "빨리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보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다만 위즈덤이 올해 한국에 오기 전까지 미국에서만 선수 커리어를 보낸 데다 장거리 비행과 17시간 이상 시차를 극복해 본 경험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 위즈덤이 아직 실전에 투입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실제 위즈덤은 미국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다. LA에서 인천까지 13시간을 넘어와 짧은 휴식 후 다시 오키나와로 이동한 여정은 컨디션에 영향이 크다.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은 정규시즌이 개막하면 매일 뛰어야 하는 선수다. 그때부터 안 다치고 계속 게임에 출전하는 게 중요하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 잘 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진=KIA 타이거즈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