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스케이팅 김현겸이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하고 있다. 목동, 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목동, 최원영 기자)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김현겸(고려대 입학 예정)은 20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8.89점, 예술점수(PCS) 34.73점으로 총점 73.62점을 빚었다. 기권한 2명 제외 전체 출전 선수 22명 중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18번째로 출격한 김현겸은 존 마일스의 '뮤직(Music)'에 맞춰 연기를 선보였다. 첫 과제인 4회전 점프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언더로테이티드(Under rotated·점프의 회전수가 90도 이상 180도 이하로 모자라는 경우) 판정이 나왔다. 기술 점수 7.60점을 기록했고, 수행 점수(GOE) 2.71점이 깎였다.
트리플 악셀에서도 GOE 0.46점을 잃었다. 이어 플라잉 카멜 스핀을 최고 난도인 레벨 4로 소화했다. 가산점 10%가 붙는 후반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클린 처리해 기본 점수 11.11점과 GOE 1.10점을 획득했다. 스텝 시퀀스서 레벨 3를 받은 김현겸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체인지 풋 싯스핀을 각각 레벨 4로 수행하며 연기를 마무리했다.
무사히 대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김현겸은 지난 13일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기권했다. 앞서 쇼트프로그램 도중 다친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경기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큰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일주일 만에 사대륙선수권에 나서게 됐다. 경기 후 만난 김현겸은 "들어가기 전 아시안게임 생각이 안 날 순 없었다. 쿼드러플 토루프의 경우 이번 주 공식 훈련 때 한 번 해보고 이번 본 경기에서 처음 뛰었다"며 "사실 엄청 자신감이 있진 않았는데 그런 상태였던 것 치고는 나름대로 잘 마무리한 것 같다. 현재 컨디션에서 최선의 경기를 보여드린 듯하다"고 밝혔다.

피겨스케이팅 김현겸이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하고 있다. 목동, 박지영 기자
발목 상태는 어떨까. 김현겸은 "아침에는 아직 통증이 남아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나은 편이다. 완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지금도 크게 거슬리진 않는다"며 "장염이 겹친 게 컸다. 컨디션을 회복하기 힘들었다. 하얼빈에선 미리 싸 온 음식과 선수단 호텔 식당 음식만 먹었는데 왜 장염에 걸렸는지 모르겠다. 장염은 많이 나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아침 훈련을 건너뛰기도 했다. 김현겸은 "발목 부상이 심한 상태는 아니지만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 링크가 춥기도 해 무리하게 훈련하다 한 번 더 다치면 안 되니 조심하기로 했다"며 "많은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강원 대회 경험도 득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남자 피겨 기대주인 김현겸은 안방서 펼쳐진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대회에 출전해 남자 싱글 금메달, 단체전 금메달로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그는 "확실히 몸을 풀면서도 강원 대회가 계속 떠오른다. 실제로 힘이 됐고 유쾌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는 3월 25일부터 3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ISU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을 수도 있게 됐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국가별 출전권이 걸려있다.
본래 남자 싱글에는 차준환과 이시형(이상 고려대)이 나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시형이 지난 19일 목동서 사대륙선수권을 위해 훈련하다 넘어져 다쳤다. 왼쪽 어깨 탈골 및 인대 부상을 떠안았다. 이시형은 이번 대회서 기권했고, 세계선수권에도 출전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시형이 세계선수권에 나서지 못할 경우 차순위인 김현겸에게 티켓이 주어진다.

피겨스케이팅 김현겸이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하고 있다. 목동, 박지영 기자
김현겸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 처음으로 한 번 나가봤다(최종 18위). 엄청나게 부담이 되진 않았던 것 같다"며 "그보다는 사대륙선수권을 마친 뒤 스케이트를 교체하려 한다. 현재 스케이트가 많이 무너져 있고 물렁물렁한 편이다. 약 한 달 동안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새 부츠에도 적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스케이트가 정말 안 맞는다면 기존 부츠를 신고 나갈 수도 있다. 우선 상황을 보고 고민하겠다"며 "어느 대회에서든 후회하지 않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최대한 떨지 않고 준비한 것들을 다 펼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은 오는 22일 펼쳐진다. 김현겸은 "확실히 쇼트프로그램을 해보니 내 컨디션이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게 느껴진다. 그래도 남은 시간 최대한 노력해 프리스케이팅에선 클린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경기장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보니 실수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쇼트프로그램 1위는 카자흐스탄의 미하일 샤이도로프(94.73점)가 차지했다. 2위는 미국의 지미 마(82.52점), 3위는 일본의 도모노 가즈키(총점 79.84점)다. 김현겸과 함께 출전한 차준환은 기술점수 37.43점, 예술점수 41.81점으로 총점 79.24점을 기록했다. 전체 4위에 올랐다.

피겨스케이팅 김현겸이 2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ISU 사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하고 있다. 목동, 박지영 기자
사진=목동, 박지영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