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수아 기자)
([엑's 인터뷰①]에 이어) 봉준호 감독이 영화 '미키 17' 속 독재자 '마샬'을 두고 각국에서 불거진 '특정 인물을 담았냐'는 의혹에 입을 열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로, '기생충' 이후 약 5년 만에 공개되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영화관 BFI 사우스뱅크에서는 '봉준호 대담'이 진행됐고, 이날 진행자는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독재자 '케네스 마셜'이라는 인물에 대해 "살짝 오렌지 빛이 도는 얼굴이다. 무언가를 생각나게 한다"면서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에 '무슨 한국영화냐'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진행자가 지칭한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카데미상 수상 비판에 대한 반감은 아닌지'라는 물음에 봉 감독은 "내가 그렇게 쩨쩨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재치 있는 답변을 남겼고, 지난 15일(현지시간)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스페셜 갈라 부문에서 '미키 17'이 상영된 후 외신들은 역시나 '마셜' 캐릭터에 많은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이날 봉 감독은 "베를린이 칸에 비해 이슈에 민감한 전통이있다. 유럽 기자분들도 정치적인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 마셜에 관한 질문도 많이 하셨고, 전 세계가 똑같은 거 같다. 다들 본인 나라에서 안 좋았던 정치적 경험을 마셜에 투영시켜 보시는 것 같다. 그게 영화적인 재미겠죠?"라고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외신에서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 온라인상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특정 정치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봉 감독은 "그래서 아까 유난히 타임테이블을 설명드렸다. 2021년 9월에 완성한 시나리오라고. 촬영도 2022년 여름-가을이었다"고 강조하며 오해를 사전차단해 웃음을 자아냈다.
베를린영화제를 떠올린 봉 감독은 "어떤 기자분이 '방 구석에 크리스털 볼을 숨겨놨냐'고 하시더라. 미래를 본 거냐는 뜻인 것 같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정 정치인 얘기를 한 건 사실이다. 또 원작에 없지만 독재자가 커플일 때 재밌다. 아시아엔 필리핀 마르코스 부부, 루마니아에선 80년대 말 악명을 떨쳤는데 (차우셰스쿠 부부) 구체적인 사건을 보면 또 블랙 코미디다. 그래서 '일파'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마크 러팔로와도 실제 존재했던 과거 정치인들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밝힌 봉 감독은 "역사에 존재했던 끔찍한 동시에 우스꽝스러웠던 독재자나 나쁜 역할의 정치인을 섞었다. 분명히 그렇게 한 건데 각 나라마다 현실에 투사해서 보시더라. 그걸 말릴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특히 2024년 7월 발생했던 트럼프 대통령 총격 피습 사건 이후 후반작업으로 '미키 17'을 볼 일이 있었던 봉 감독은 "그 사건 직후라 저희도 좀 놀랐다. 이제 와서 보니 느낌이 좀 다른데? 또 그 사건 이후에 추가 촬영해서 넣은 거냐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전혀 아니다. 2022년 후반에 모든 촬영을 마쳤다"라고 다시 한번 촬영 시기를 강조해 웃음을 더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8일,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 후 3월 7일 북미에서 공개된다.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엑스포츠뉴스 DB
김수아 기자 sakim424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