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아, 고마웠어' 심정지 이겨낸 SON 절친 월클 플메, 맨유와 계약 연장 X→은퇴하나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과 토트넘 홋스퍼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덴마크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자유의 몸이 된다. 올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자유계약(FA) 신분이 될 예정이다.

유럽 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17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에릭센은 이번 시즌 종료 후 맨유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FA로 팀을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에릭센은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시작할 전망이다.

사실 에릭센의 이적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점쳐졌다. 지난해 10월 로마노는 "맨유와 에릭센 사이에 새로운 계약 논의는 없다"며 계약 만료 시 FA가 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마노는 최근 다시 한 번 에릭센의 이름을 언급했다. 지난 12일 "에릭센과 함께 이탈이 예상되는 선수들로는 카세미루, 빅토르 린델뢰프, 조니 에반스 등이 있으며, 추가적으로 더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맨유와 에릭센의 새 계약에 대한 대화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계약은 2025년 여름에 만료되며 그가 FA로 팀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1992년생 덴마크 출신 미드필더 에릭센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21경기에 출전해 4골 4도움을 기록했다. 제한적인 출전 시간(총 1210분)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공격 포인트를 올렸지만, 에릭 텐 하흐 감독 뒤를 이어 맨유 지휘봉을 잡은 후벵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점차 벤치로 밀려났다.

에릭센은 아모림 감독이 부임한 이후 8경기에 출전했으나 1도움에 그쳤고, 출전 시간도 399분에 불과했다. 출전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한 에릭센은 결국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이 종료되는 오는 6월 30일을 끝으로 맨유와 계약이 종료되나 지금까지 보도대로라면 계약이 연장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에릭센은 국내 축구 팬들에게도 친숙한 선수다.

토트넘 홋스퍼 시절 손흥민, 해리 케인, 델레 알리와 함께 'DESK' 라인을 형성하며 유럽 최고의 공격진 중 하나로 활약했다. 그는 토트넘에서 305경기 동안 69골 88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했고,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020년 1월 토트넘을 떠나 인터밀란으로 이적한 에릭센은 이후 2021년 유로 2020에서 심정지로 쓰러지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덴마크와 핀란드의 조별리그 경기 중 전반 41분 갑작스럽게 쓰러진 에릭센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생사의 기로에 섰다. 의료진의 빠른 대처 덕분에 목숨을 건졌고, 이후 체내에 삽입형 제세동기(ICD)를 장착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세리에A 규정상 제세동기 착용 선수는 리그에서 뛸 수 없어 결국 인터밀란을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에릭센은 축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친정팀 아약스에서 훈련을 이어가며 선수 복귀 의지를 불태웠던 에릭센은 2022년 1월 브렌트퍼트와 단기 계약을 맺으며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했다.

당시 에릭센은 "매우 복잡한 순간이었다. 덴마크 의료진이 절 구해낸 건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의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들은 모두 내가 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정말 다시는 선수로 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돼 매우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에릭센은 브렌트퍼드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친 후 그해 여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덴마크 대표로 출전하며 다시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맨유에서의 커리어는 기대만큼 성공적이지 않았다. 맨유에서 통산 93경기 7골 17도움을 기록하며 준수한 기량을 선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올 시즌 리그에서도 13경기 출전에 그쳤고, 감독 교체로 인해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아모림 감독이 중앙 미드필더를 단 두 명만 기용하는 전술을 쓰면서 에릭센은 벤치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출전 기회가 줄어든 에릭센은 구단과 재계약 없이 맨유를 떠나기로 했다. 1992년생 손흥민과 동갑인 만큼 에릭센이 선택하는 차기 행선지는 사실상 커리어 마지막 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아예 축구화를 벗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플레이메이커의 시간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