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드디어 토트넘에도 거대 중동 자본이 들어서는 걸까.
토트넘 홋스퍼가 카타르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클럽 회장인 다니엘 레비는 장기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신문 '가디언'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카타르의 개인 투자자들이 토트넘을 단계적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카타르 민간 투자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토트넘 인수를 검토 중이며, 현 구단 회장인 다니엘 레비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할 의향이 있다는 게 인수 내용의 골자다.
이는 파리 생제르망(PSG)를 소유한 카타르 국영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인수를 시도했던 카타르 왕가 셰이크 자심과는 별개의 투자 그룹이다.
신문은 "토트넘의 기업 가치는 약 37억 5000만 파운드(약 6조8000억원)로 평가되고 있다"며 "현재 구단 지분의 86.91%를 보유한 영국 투자 회사 'ENIC'는 외부 투자 유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로스차일드 금융그룹을 통해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토트넘은 오랜 기간 미국 및 중동 지역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해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뉴캐슬 인수를 주도했던 아만다 스테이블리가 중동 투자자들과 접촉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란계 미국인 억만장자 자흐 나자피도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구체적인 협상은 진행되지 않았다.
중동 자본이 유럽 축구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아부다비의 시티 풋볼 그룹(CFG)이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한 이후 클럽은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와 인프라 개선을 통해 잉글랜드는 물론 유럽 굴지의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카타르 국영 스포츠 투자 기구(QSI)가 2011년 PSG를 인수한 이후 킬리안 음바페,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와 같은 슈퍼스타 영입이 가능해졌으며, PSG는 프랑스 리그1의 지배적인 팀으로 자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뉴캐슬 유나이티드 인수 역시 좋은 예다. 인수 후 뉴캐슬은 적극적인 선수 영입과 경기력 개선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이러한 사례를 고려하면, 카타르 투자자들이 토트넘을 인수할 경우 대규모 선수 영입과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적시장에서 보수적인 정책을 유지해왔던 토트넘 입장에서 대규모 자본이 들어선다면 조금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큰 경영자 레비는 CEO 자리를 유지할 전망이다.
'가디언'은 후속 보도를 통해 "다니엘 레비는 카타르 투자자들에 의해 토트넘 운영을 계속 맡을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한 그룹의 카타르 투자자들이 레비에게 장기 계약을 제안해 그를 토트넘의 집행 회장으로 유지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이어 "레비를 유지하는 것은 많은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것이지만, 투자자들은 그의 전문성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레비는 2001년 ENIC이 앨런 슈거로부터 토트넘의 29.9%를 매입한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자리 잡았다.
가디언은 "레비의 리더십 아래 토트넘의 재정 상황은 크게 개선됐으며, 63세인 그는 새로운 스타디움 건설을 주도했다. 토트넘을 연간 수익 5억 파운드(약 9000억원) 이상 기록하는 유럽 내 부유한 클럽 중 하나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신문 설명대로 레비는 2000년대 토트넘의 성장을 일궈낸 인물이지만, 토트넘 팬들은 다니엘 레비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팬들은 그의 재정 운영 능력과 클럽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많은 팬들은 레비의 선수단 투자 부족과 보수적인 운영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간 토트넘은 공식대회 트로피가 없다. 이는 토트넘이 조롱받는 간판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최근 경기에서 토트넘 팬들은 "Levy Out"(레비 퇴진) 구호를 외치며 그의 경영 방식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팬들도 등장했다.
이번 카타르 투자자들의 인수 가능성은, 레비의 경영자 지위 유지와 함께 토트넘의 향후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M&A가 완료된다면 토트넘도 그간 '우승 못하는 구단'의 꼬리표를 떼고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유럽 무대를 호령하는 빅클럽이 될 수 있다.
손흥민도 2026년 이후 재계약 과제가 남아 있지만 잔류한다면 우승 못하리란 법이 없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