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10년간 뛰어도 실력이 뒤처지면 외면 받는 게 프로의 세계다. 토트넘 홋스퍼 팬들도 손흥민이 팀에서 방출돼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도 상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영국 매체 기브미스포츠는 "토트넘은 한국 공격수 손흥민 방출을 포함해 선수단 개편을 신중하게 고려할 예정"이라면서 "손흥민은 최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지만, 토트넘이 새 시대로 접어들었다. 구단은 공격수 재편을 위한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보도했다.
토트넘이 팀 개편을 위해 손흥민을 방출할 계획이라는 주장이 영국 현지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1992년생으로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 손흥민이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주급 19만 파운드(약 3억4300만원)를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180억원 정도 된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비롯해 히샬리송, 티모 베르너 등 고주급자들을 처분해 재정적으로 여유분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브미스포츠는 "히샬리송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티모 베르너도 떠날 수 있다. 손흥민과 히샬리송, 베르너 3명의 주급은 44만5000파운드(8억원)다. 이들을 내보내면 임금에서 상당한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며 "소식통에 따르면 토트넘은 손흥민이 이적할 가능성을 고려, 신중한 팀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 토트넘은 현재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새 선수 영입이 지금까지 잘 풀리지 않았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팀을 이끌기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흥민은 수년간 토트넘의 아이콘이었고, 최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지만 이젠 새 시대에 접어들었다. 중요한 결단이 필요하다. 히샬리송, 베르너가 같이 떠날 수 있다. 반면 최근 임대 영입한 마티스 텔의 완전 영입 옵션에 대한 결정도 내려져야 한다"며 "손흥민을 내보내는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큰 결정이 될 것이다. 이적은 경험이 풍부한 공격수 손흥민에 대한 관심 수준에 달려있다"고 토트넘이 손흥민 방출을 결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는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달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을 때 이미 올 여름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적지 않게 나왔다.
손흥민은 원래 이번 시즌이 끝나면 계약이 종료될 예정이었다. 1월부터 보스만 룰에 따라 다른 구단과 사전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고, 여름이 되면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계약서에 존재하던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면서 손흥민은 내년 여름까지 토트넘 소속이 됐다. 그 전까지 손흥민에게 무수히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연장 계약이 체결된 후 그 얘기는 쏙 들어갔다. 이제 손흥민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이적료를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손흥민을 공짜로 풀어주는 것보다 이적료 한 푼이라도 더 받고 파는 게 구단에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 동안 손흥민이 여전한 기량을 선보인다면 새로운 계약을 고려하겠지만 부진했을 경우에는 이적료를 받고 방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이 부진한 성적을 거두자 여름 이적시장서 이적료를 회수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공식전 33경기에서 10골 8도움으로 토트넘 입단 후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경기력적인 측면에서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카라바오컵 탈락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리버풀전(0-4 패) 이후에는 손흥민이 토트넘 주장감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토트넘 출신이자 스카이스포츠 해설가로 활동 중인 제이미 레드냅은 아예 손흥민이 주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흥민은 주장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이 어려울 때 해주는 게 대체 뭐가 있나? 어린 선수들이 불쌍하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애스턴 빌라와의 FA컵 경기(1-2 패) 이후에는 더욱 날선 비판이 날아들었다.
토트넘 선배 공격수였던 저메인 데포는 빌라전에서 슈팅 대신 패스를 선택한 손흥민에 대해 "거기서 슈팅을 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놀랐다.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 모두 스튜디오에서 '슈팅'이라고 외쳤다"며 "손흥민이 양발을 잘 쓰는 걸 안다. 심지어 각도를 바꿔서 슛을 날리기도 한다. 누구나 잘하지 못하는 시기를 겪어봤을 것"이라고 놀라워했다.
데포와 같이 경기를 지켜보던 BBC의 디온 더블린은 "이런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우리는 그걸 숨는다고 부른다. 하기 싫고, 하는 척하고, 공을 받기 어려운 위치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토트넘 최고의 선수인 손흥민도 그러고 있다. 토트넘이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손흥민의 플레이가 책임회피성 짙은 플레이였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자인 앨런 시어러와 맨체스터 시티 출신 해설가 마이카 리차즈도 입을 모아 "손흥민이 예전처럼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흥민의 기량 하락이 눈에 띄게 나타나자 토트넘이 방출을 결심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토트넘을 떠나게 될 경우 유력한 행선지로는 유럽 잔류가 아닌 사우디아라비아가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스타 손흥민은 오일 머니로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을 수집 중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하는 타깃 중 한 명이다. 사우디는 지난 2023년 여름부터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보였고 꾸준히 손흥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영국 매체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12일 "토트넘은 사우디의 관심 속에 손흥민 이적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손흥민은 여름 이적시장 기간 동안 토트넘을 떠날 수 있으며 토트넘 내부에서 선수단 개편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32세의 손흥민은 이 계획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에서 손흥민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이 나타난다면 토트넘은 최근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하는 옵션을 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스타를 판매하는 걸 고려할 것"이라며 토트넘이 손흥민의 사우디 이적을 허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사우디와 연결됐지만 직접 사우디 이적에 관심이 없다고 말해왔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은 지난 2023년 손흥민에게 4년 총액 24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특히 알이티하드는 5000만 파운드(약 904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손흥민은 수준 높은 곳에서 계속 뛰고자하는 열망과 토트넘에서의 우승 목표 등으로 단칼에 거절했다. 때문에 많은 팬들이 사우디 이적설을 단순한 소문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토트넘이 손흥민과 1년 연장 계약 옵션을 발동하면서 현실적으로 손흥민을 품을 수 있는 구단이 사우디 구단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토트넘 팬들도 손흥민 방출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더 스퍼스 워치가 기브미스포츠 보도를 인용해 손흥민의 여름 이탈 가능성을 전한 게시글에는 이를 찬성하는 팬들의 댓글이 무수히 많이 달리고 있다.
팬들은 "구단의 훌륭한 봉사자였으나 가장 위협적인 능력이었던 속도를 잃었다", "이번에는 정말 손흥민을 대체해야 한다", "헌신, 충성심, 구단에 대한 사랑에는 감사한다. 하지만 이제 떠날 때가 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구단이 무자비해져야 한다", "이런 시기에 토트넘이 필요로 하는 로이 킨 유형의 주장이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그는 떠나야 한다", "물론이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을 연장한 유일한 이유는 그에게서 이적료를 받기 위해서였다"고 방출 주장에 힘을 실었다.
남은 건 손흥민의 선택이다. 이적료가 발생하는 이번 여름에는 유럽 내에서 손흥민의 이적료나 연봉을 감당할 팀이 나타나기 힘들다. 사우디 이적이 현실적인 상황에서 그동안 한사코 거부했던 사우디 이적을 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SNS,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