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투수 박치국이 지난 10일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마운드 위에 올라가 투구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엑스포츠뉴스 호주 블랙타운, 김근한 기자) 두산 베어스가 스프링캠프 첫 청백전을 갑작스러운 폭우에 2이닝 경기로 종료했다. 하지만, 짧았던 경기 시간에도 의미 있는 소득이 있었다.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의 첫 타석 홈런과 외야수 추재현이 다이빙 캐치 호수비, 그리고 사이드암 박치국의 무시무시한 구위는 분명한 성과였다.
두산은 10일 오전 호주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 첫 청백전을 펼쳤다. 오전 예고된 현지 비 예보에 예정보다 이른 시간부터 경기를 빠르게 시작했다.
이날 청팀은 정수빈(지명타자)-강승호(3루수)-양의지(지명타자)-양석환(1루수)-김민석(좌익수)-김대한(우익수)-조수행(중견수)-박지훈(유격수)-오명진(2루수)-박준순(지명타자)-류현준(포수)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짰다.
이에 맞선 백팀은 이유찬(유격수)-전다민(중견수)-김재환(지명타자)-케이브(우익수)-임종성(3루수)-추재현(좌익수)-김동준(1루수)-여동건(2루수)-김기연(지명타자)-강현구(지명타자)-박민준(포수)으로 구성했다.
1회 초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추재현의 호수비였다. 백팀 투수 김명신이 정수빈과 양석환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 3루 실점 위기를 허용했다. 후속타자 김민석이 좌중간을 가르는 듯한 좋은 타구를 때렸다. 그 김민석의 타구는 롯데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먹고 같이 두산으로 넘어온 추재현의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 호수비로 잡혔다.
청팀에선 신인 투수 홍민규가 1회 말 등판했다. 홍민규는 선두타자 이유찬을 1루 땅볼로 잡은 뒤 전다민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맞았다. 하지만, 홍민규는 후속타자 김재환을 1루수 적선타 더블 아웃으로 연결했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투수는 박치국이었다. 2회 초 백팀 마운드 위에 오른 박치국은 선두타자 김대한을 강력한 속구 구위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조수행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은 박치국은 박지훈까지 삼진으로 돌려세워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에 성공했다.
2회 말엔 케이브의 홈런이 정점을 찍었다. 케이브는 2회 말 청팀 투수 박정수를 상대로 초구를 지켜본 뒤 2구째 공에 호쾌한 스윙을 선보였다. 경쾌한 타구음으로 날아간 공은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경기는 2회 말 2사 1루 상황에서 거세진 비로 중단됐다. 결국, 계속 내린 폭우에 청백전은 2회 말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첫 청백전 첫 타석부터 홈런을 날린 케이브는 "청백전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거나 욕심을 내진 않았다. 홈런이 나온 것보다 동료들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기뻐한 게 더 기분 좋다. 베이스를 돌 때 백팀 동료들은 물론 코치님들과 수비에 나선 야수들도 축하 해줬다. 두산베어스 합류 후 가장 좋은 점도 바로 그런 에너지"라고 기뻐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가 지난 10일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 첫 청백전에 출전해 홈런을 때렸다.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가 지난 10일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 첫 청백전에 출전해 홈런을 때렸다. 두산 베어스
이날 케이브의 첫 홈런도 인상적이었지만, 마운드 위에서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인 박치국의 결과물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박치국은 올겨울 자비를 들여 일본 오키나와 독립리그에 참가했다. 비시즌에도 실전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돌아온 박치국은 2025시즌 반등을 절실하게 준비했다.
청백전을 마친 뒤 만난 박치국은 "캠프 초반부터 투구 컨디션이 너무 좋다. 예전 좋았을 때와 비교하면 80%까지는 올라온 느낌"이라며 "원래 힘이 들어가면 팔 각도가 올라오는 스타일이다. 지난해는 스리쿼터까지 올라갔다면 일본을 다녀와서는 팔 각도를 완전히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캠프에 와서 던지다 보니까 딱 그 중간 정도 팔 각도가 굉장히 좋은 데이터 수치를 만들더라. 이상적인 팔 각도를 찾은 느낌이라 지금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며 고갤 끄덕였다.
이처럼 큰 변화를 추구하는 박치국이 2025시즌 중점을 둔 변화구는 슬라이더다. 박치국은 "원래 커브와 체인지업을 주로 활용했었는데 해마다 좋아 보이는 구종이 나오더라. 올해는 슬라이더가 마음에 든다. 슬라이더 비중이 더 높아질 듯싶다"며 "오늘 청백전에서 나온 슬라이더 움직임이 지금까지 던진 공 가운데 베스트였다. 정말 딱 오늘 투구 페이스만 유지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2017년 팀에 입단한 박치국은 벌써 9년 차 시즌을 앞두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 커리어 하이 시즌을 다시 새롭게 만들 때가 됐다.
박치국은 "지난해 너무 못해서 올해는 보직을 생각할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캠프에 올 때 신인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왔다. 마무리 투수인 (김)택연이를 빼고는 모두 경쟁이라고 본다. 누가 어디서 치고 올라올지 모르니까 공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던지는 방법밖에 없다"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지난해 젊은 불펜 투수들의 가파른 성장에 마운드 뎁스를 두텁게 만들었다. 만약 박치국마저 반등한다면 두산 불펜진은 주전 셋업맨 경쟁을 넘어 1군 엔트리 경쟁까지 바늘구멍이 될 전망이다. 이번 캠프 최고의 구위를 유지하는 박치국이 새로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두산 베어스 투수 박치국이 지난 10일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마운드 위에 올라가 투구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투수 박치국이 지난 10일 호주 블랙타운 스프링캠프에서 청백전 마운드 위에 올라가 투구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사진=두산 베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