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차준환이 10일 중국 하얼빈에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첫 공식 훈련을 마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하얼빈, 최원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하얼빈, 최원영 기자) 좋은 기운을 받아 흐름을 잇고자 한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간판 차준환(고려대)은 10일 오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첫 공식 훈련에 나섰다. 이어 훈련 소감과 대회 각오를 밝혔다. 차준환은 "쇼트트랙 선수분들의 기운을 '셀프'로 받았다. 피겨스케이팅도 잘해보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차준환은 그간 몸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2023년 10월 오른쪽 발목 신경 조직을 다쳤기 때문. 지난해 11월에는 오른쪽 발목 통증으로 2024-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 프리스케이팅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다행히 금세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1일 막을 내린 회장배 랭킹대회 겸 국가대표 1차 선발전서 쇼트프로그램 93.30점, 프리스케이팅 171.29점으로 총점 264.59점을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5일 끝난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25 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서도 쇼트프로그램 90.53점, 프리스케이팅 190.49점, 총점 281.02점으로 최종 1위를 거머쥐었다. 종합선수권대회 9연속 우승으로 이름을 빛냈다.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피겨 차준환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피겨 차준환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준환은 1, 2차 선발전 성적을 합산해 결정하는 2025-2026시즌 남자 싱글 국가대표 명단에 가뿐히 승선했다. 오는 3월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ISU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도 획득했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국가별 쿼터가 걸려있다.
지난달 19일에는 2025 토리노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에 나서 쇼트프로그램 82.40점, 프리스케이팅 182.54점, 총점 264.94점으로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이어 하얼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등 동계올림픽에는 두 차례 나섰지만 아시안게임은 처음이다. 2017년 삿포로 대회 이후 8년 만에 열리기 때문. 차준환은 "어제(9일)는 연습 링크에서 훈련했고, 오늘(10일) 메인 링크에서 첫 번째 연습을 하게 됐다"며 입을 열었다.
차준환은 "(공식 훈련) 첫날이라 분위기 등에 적응하는 데 많이 신경 썼다. 최대한 빙질에도 익숙해지려 했다"며 "대회마다 늘 빙질이 다 다르다. 내가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곳은 링크가 비교적 따뜻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관중들이 들어오면 더 따뜻해질 듯하다. 별로라기보다는 온도가 높아지면 얼음이 물러진다. 그것 또한 내가 적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9일 펼쳐진 쇼트트랙과 같은 경기장을 쓴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링크 크기가 작은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차준환은 "조금 좁긴 하다. 점프할 때 타이밍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그래도 모든 선수가 다 같은 환경이다. 점프 뛰는 타이밍을 살짝 바꾸는 등 변화를 줘 적응해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 경기장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를 휩쓸며 총 메달 13개를 수확했다. 특히 이 종목에 걸린 금메달 9개 중 6개를 챙겨 역대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 타이기록을 썼다. 1999년 강원, 2003년 아오모리 대회서도 6개를 기록한 바 있다.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피겨 차준환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피겨 차준환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통을 이어받으려 한다. 차준환은 "쇼트트랙 경기를 직접 보지는 못했고 영상으로 봤다. 나 또한 좋은 기운을 받고자 한다"며 "쇼트트랙 선수분들께서 정말 멋진 투지와 열정을 보여주신 만큼, 피겨에서 우리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쇼트트랙 선수분들과는 마주칠 일이 없었다. 경기 영상을 보며 '셀프'로 기운을 받았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몸 상태는 어떨까. 차준환은 "시즌 후반부를 치르며 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다. 그래서 연습을 더 잘하려 했다"며 미소 지었다.
프로그램 구성은 이전 대회들과 동일하다. 차준환은 "종합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사대륙선수권(2월 19~23일·서울 목동) 등 일정이 정말 빡빡하다. 대회가 계속 연이어 열린다"며 "지금 무엇인가 바꾸기보다는 일단 기존 구성대로 가려 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차준환의 가장 큰 라이벌은 일본 선수들이다. 가기야마 유마(세계랭킹 3위), 사토 슌(4위) 등 톱 스케이터들이 출격한다. 차준환은 세계랭킹 공동 12위다. 그는 "아시아의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 나온다. 이런 선수들과 또 한 번 경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즐거운, 묘미라 생각한다"며 "항상 종합경기대회에서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더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쟁쟁한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나는 내 경기에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준비한 만큼 연기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피겨 차준환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피겨 차준환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회와는 별개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도 도전 중이다. 대한체육회에 출마 신청서를 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에서 파일럿으로 아시아 최초 올림픽 봅슬레이 메달(은메달)을 딴 원윤종과 '국내 후보 자격'을 놓고 먼저 경쟁해야 한다.
차준환은 "일단 국내 후보가 먼저 돼야 한다. 열심히 준비 중이다. 사대륙선수권 이후 면접 일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선수위원 도전 시점에 관해서는 "지금 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시즌이라 지원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 봤다"며 "아직 어린 나이(2001년생)지만 더 어릴 때부터 올림픽을 경험했고 시니어 선수로도 많이 뛰었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 느끼고 생각한 바가 있어 지원하게 됐다"고 답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차준환의 도전은 계속된다.
사진=하얼빈, 최원영 기자 /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