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축구전문가로 활동 중인 리버풀의 레전드 제이미 캐러거가 토트넘 홋스퍼의 패배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캐러거는 "이게 토트넘"이라며 토트넘이 카라바오컵(리그컵) 준결승 1차전에서 리버풀을 1-0으로 꺾고도 원정 경기로 치러진 2차전에서 0-4 대패로 승부가 뒤집힌 게 당연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토트넘은 그동안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팀이고, 이런 특성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캐러거의 생각이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7일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5시즌 카라바오컵 준결승 2차전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한 채 네 골을 연달아 실점하면서 0-4로 대패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9일 홈에서 열린 준결승 1차전에서 2006년생 유망주 '꽃미남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프리미어리그(PL) 선두 리버풀을 1-0으로 꺾으면서 결승 진출에 한 걸음 다가갔으나 험난하기로 유명한 안필드 원정에서 리버풀의 파상공세를 견뎌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영국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에서 축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캐러거는 경기가 끝난 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의심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토트넘"이라면서 "토트넘이 대체 큰 경기에서 언제 이겼나? 토트넘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깜짝 놀래킨 적이 언제 있었나? 홈 경기였고, 잉글랜드 최고의 팀이자 현재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인 리버풀이 이길 확률이 엄청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난 이번 경기만 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면서 "토트넘은 절대 우리를 놀래키지 못한다. 그들은 비범한 일을 해내지 못하는 팀"이라며 토트넘이 중요한 순간마다 미끄러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야말로 참패였다.
전반 30분 도미니크 소보슬러이가 토트넘의 골망을 흔들 때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소보슬러이의 득점은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며 취소됐지만 토트넘의 수비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토트넘은 4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34분 리버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코디 학포가 정교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토트넘 골망을 출렁였다. 리버풀은 학포의 선제골로 합산 스코어를 1-1로 맞추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토트넘은 선제골 실점 후 히샬리송까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페이스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겨울 이적시장 막바지에 바이에른 뮌헨에서 입대 영입한 마티스 텔을 급하게 투입했지만 후반전 들어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면서 와르르 붕괴됐다.
토트넘의 악몽은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고 4분 만에 시작됐다. 굴리엘모 비카리오를 대신해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막아주던 안토닌 킨스키가 공을 처리하려는 과정에서 다르윈 누녜스의 발을 건드린 것이다. 키커로 나선 살라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리버풀이 합산 스코어를 2-1로 뒤집었다.
다급해진 토트넘은 라인을 올리며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오히려 뒷공간을 노리는 리버풀의 역습에 고전했다. 결국 후반 30분 소보슬러이에게 추가골을 실점했고, 이제 경기 분위기는 토트넘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후반 33분 주장 손흥민의 왼발 슈팅이 리버풀 골대를 강타하는 등 결정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토트넘은 전반적으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토트넘이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사이 리버풀은 후반 35분 버질 판데이크의 골로 쐐기를 박았다.
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면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하던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네 번째 실점을 내준 이후 고개를 푹 숙였다. 손흥민을 비롯한 토트넘 선수들은 소보슬러이의 추가골이 나온 뒤부터 사실상 경기를 뒤집기 힘들다고 판단한 상태였다.
충격적인 대패로 경기가 마무리되면서 우승 도전 기회가 또다시 좌절되자 손흥민은 울먹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채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아직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와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에서 생존 중이지만 프리미어리그(PL)나 이번 리버풀과의 준결승 2차전처럼 처참한 경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토트넘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캐러거는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줄곧 무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토트넘이 이번에도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게 전혀 아쉽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는 "토트넘이 큰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승리했던 것은 아약스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이었을 것"이라면서 "토트넘의 영광을 빼앗을 생각은 없지만, 당시 토트넘은 정말 운이 좋았다. 그들은 경기 내내 휘둘리고도 막바지에 두 골을 넣어 승리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토트넘이 중요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그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팀은 없다"며 "리버풀을 응원하는 나는 물론 경기 현장에 있었던 토트넘 팬들도 그럴 것이다. 그들 중 토트넘이 리버풀을 꺾고 웸블리(결승전 장소)에 갈 거라고 믿은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캐러거는 마지막으로 "몇 주 전 FA컵에서 펼쳐진 리버풀과 애크링턴(4부리그)의 경기가 생각난다"면서 "리버풀의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을 출전시키지는 않았지만, 이번 경기과 비교해보면 그때의 애크링턴이 토트넘보다 더 많이 공격하면서 리버풀에 문제를 안겼다고 생각한다"며 토트넘이 4부리그 구단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프로그램인 'BBC 라디오5'에서 경기를 중계했던 디온 더블린 역시 "토트넘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경기에 나왔다는 게 느껴진다"면서 "1차전에는 운이 따랐지만 안필드에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큰 경기에 임한 것 같았다"고 평했다.
더블린은 "컵 대회에 임한다면 과감한 전술 등 묘책을 갖고 나와야 한다. 매번 똑같이 플레이한다면 이는 상대 분석팀에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행위나 다름없다"며 "이것이 오늘 경기의 결과"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