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리그 8경기 만에 승전고를 울렸다.
토트넘이 리그에서 승리를 거둔 건 지난해 12월 사우샘프턴전 5-0 대승 이후 8경기 만이다. 그동안 각종 컵 대회에서는 승리가 있었지만 정작 리그에서는 오랜 기간 승리하지 못했던 토트넘은 브렌트퍼드 원정에서 어려운 경기 끝에 손흥민이 유도한 자책골로 승리하면서 길고 길었던 리그 무승에서 마침내 탈출했다.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전반 29분경 날카로운 킥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더니, 추가 득점이 필요했던 후반 42분에는 정교한 패스로 파페 마타르의 쐐기골을 도우면서 승리의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렌트퍼드와의 2024-2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PL) 2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이 유도한 상대 자책골과 파페 마타르 사르의 득점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리그에서 무려 8경기 만에 승점 3점을 얻은 토트넘(8승3무13패·승점 27)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에버턴을 제치고 리그 14위로 올라서면서 마침내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홈에서 승리하지 못한 브렌트퍼드(9승4무11패·승점 31)는 리그 11위를 유지했다.
이날 토트넘은 어려운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리드를 지켜내면서 적지에서 승점 3점을 따왔다.
토트넘은 4-3-3 전형을 사용했다. 안토닌 킨스키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제드 스펜스, 벤 데이비스, 아치 그레이, 페드로 포로가 백4를 구축했다. 이브 비수마, 로드리고 벤탄쿠르,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중원을 책임졌고 주장 손흥민, 히샬리송, 마이키 무어가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브렌트퍼드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하콘 발디마르손이 골키퍼 장갑을 착용했다. 킨 루이스 포터, 셉 판덴베르흐, 네이선 콜린스, 크리스토퍼 아예르가 수비라인에서 호흡을 맞췄다. 비탈리 야넬트, 크리스티안 뇌르고르가 허리를 책임졌고 케빈 샤데, 미켈 담스고르, 브라이언 음뵈모가 2선에서 요아네 위사와 함께 토트넘 골문을 노렸다.
초반부터 치열했다. 토트넘은 풀백들을 높게 끌어올려 브렌트퍼드 진영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했다. 전반 6분 문전에서 낮게 깔린 쿨루세브스키의 슈팅에 히샬리송이 발을 뻗었지만 닿지 않아 아쉬웠다. 브렌트퍼드는 공을 빼앗은 뒤 측면 공간을 활용한 역습을 노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방에서 한 번에 시도하는 긴 패스가 더 위협적이었다.
토트넘은 전반 12분 아찔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후방 빌드업 도중 킨스키 골키퍼의 패스미스가 나왔고, 이 패스미스가 음뵈모에게 연결된 것이다. 음뵈모가 측면에서 스펜스를 속이고 크로스까지 올렸지만 박스 안에 있던 브렌트퍼드 선수들이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전반전 중반부터 브렌트퍼드의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19분 오른편에서 토트넘 선수들을 끌어낸 브렌트퍼드가 단숨에 방향을 전환했고, 왼편에서 공을 받은 샤데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슈팅까지 쐈지만 토트넘 수비에 걸렸다. 전반 22분에는 야넬트의 얼리 크로스를 위사가 머리로 돌려 놓았지만 공이 살짝 빗나갔다.
토트넘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전반 24분 스펜스의 과감한 중거리슛과 전반 25분 포로의 허를 찌르는 중거리포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으나 두 선수의 슈팅 모두 득점과 거리가 멀었다.
브렌트퍼드는 계속해서 측면을 통해 토트넘을 흔들었다. 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담스고르가 길게 찌른 패스를 음뵈모가 감각적으로 컨트롤한 뒤 스펜스를 제치고 골문 먼 쪽을 노리는 날카로운 왼발 슛을 쐈으나 킨스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마구잡이로 흔들리는 토트넘의 해결사는 역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카라바오컵(리그컵) 경기에서 나온 코너킥 골을 연상시키는 환상적인 코너킥으로 상대 자책골을 유도했다.
전반 29분 코너킥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골문 가까운 쪽으로 휘는 킥을 찼다. 브렌트퍼드 수비 진영 쪽 햇빛이 강했던 탓에 브렌트퍼드 수비진의 시야에서 공이 잠시 사라졌고, 손흥민의 발을 떠난 공은 그대로 야넬트에게 맞고 굴절돼 브렌트퍼드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손흥민이 한 번의 세트피스로 분위기를 뒤집은 것이다.
브렌트퍼드는 실점 이후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전반 33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세컨드볼을 잡은 뇌르고르가 강력한 오른발 슛을 시도했는데 이것을 킨스키가 반응해 쳐냈다. 토트넘은 전반 40분 비수마의 중거리슛으로 맞섰다. 비수마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 41분 브렌트퍼드의 역습 상황에서는 이를 저지하려던 손흥민이 음뵈모를 넘어뜨려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반 추가시간은 2분이 주어졌지만 두 팀 모두 추가 득점 없이 전반전을 마쳤다.
토트넘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무어를 루카스 베리발과 교체했다. 베리발이 미드필더 포지션으로 들어가면서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쿨루세브스키가 무어의 자리인 오른쪽 측면 공격수 위치로 이동했다.
브렌트퍼드의 측면 공격은 후반전에도 계속됐다. 후반 6분 샤데가 왼편에서 큰 공간을 앞에 두고 공을 받았고, 손흥민의 시그니처 슈팅처럼 골문 먼 쪽을 바라보고 오른발로 크게 감았다. 하지만 샤데의 슈팅은 그대로 골문을 지나쳤다.
후반 7분에는 뇌르고르의 예리한 얼리 크로스가 토트넘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 공간으로 향하면서 킨스키 골키퍼를 당황시켰다. 킨스키가 이를 쳐냈고, 포로가 걷어내면서 토트넘이 간신히 상황을 모면했다.
브렌트퍼드의 공세가 계속됐다. 후반 8분 왼쪽 측면에서 루이스 포터가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가 문전에 있던 위사에게 향했고, 위사가 이를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토트넘도 반격에 나섰다. 후반 10분 브렌트퍼드의 패스미스를 낚아챈 벤탄쿠르가 뛰어 들어가는 쿨루세브스키에게 전진 패스를 찔렀다. 쿨루세브스키는 페널티지역 오른편에서 슈팅까지 때렸지만 옆그물이 출렁였다.
후반 15분에는 쿨루세브스키가 브렌트퍼드의 왼쪽 측면을 드리블로 휘저은 뒤 내준 공을 베리발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절호의 찬스를 놓친 베리발은 머리를 감싸쥐고 자책했다.
1점 차가 유지되자 브렌트퍼드도 교체카드를 꺼냈다. 후반 20분 야넬트가 빠지고 마티아스 옌센이 들어왔다. 옌센의 투입으로 브렌트퍼드의 중원에는 덴마크 국가대표 3인방이 배치됐다. 토트넘은 비수마를 파페 마타르 사르와 교체해 중원 기동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브렌트퍼드가 더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정작 그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여전히 토트넘의 리드 속에 진행됐다. 연패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토트넘이 많은 선수들을 박스 안에 배치한 탓에 좀처럼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브렌트퍼드는 후반 31분 부상당한 아예르를 공격적인 풀백인 마이클 카요데로 교체했다.
토트넘이 브렌트퍼드의 추격을 뿌리치고 쐐기를 꽂았다.
또 손흥민의 발끝에서 득점이 나왔다.
후반 42분이었다. 경기장 왼편에서 공을 잡은 손흥민이 상대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하는 파페 사르를 향해 절묘한 패스를 찔렀다. 사르가 이를 골키퍼 다리 사이로 마무리하면서 추가골을 득점, 사실상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자신의 리그 7호 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이 도움으로 프리미어리그 역대 도움 단독 17위(69개)로 올라섰다. 프리미어리그 전체 공격 포인트로는 저메인 데포와 함께 공동 15위가 됐다.
추가시간은 4분이 주어졌다. 브렌트퍼드는 센터백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공격에 가담시키면서 한 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토트넘의 빡빡한 두 줄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토트넘의 2-0 승리로 종료됐다. 토트넘은 브렌트퍼드전 승리로 8경기 만에 승리의 달콤함을 맛봤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