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양민혁이 영국으로 건너간 지 약 한 달 반, 그리고 새 팀으로 임대된 지 3일 만에 영국 무대에 데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록 2부리그인 챔피언십 경기지만, 현 시점 한국 최고의 유망주가 실력을 뽐낼 기회를 받을 수도 있다는 소식에 많은 팬들이 양민혁의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양민혁의 새로운 소속팀인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 역시 다가오는 경기에서 양민혁이 데뷔할 가능성이 있다며 양민혁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쏟았다.
마르티 시푸엔테스 감독이 지휘하는 QPR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더 덴에서 밀월과 2024-25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30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현재 QPR(9승11무9패·승점 38)은 리그 13위, 밀월(9승10무10패·승점 37)은 리그 14위에 위치해 있다. 현지에서는 QPR이 승격 경쟁도, 강등 경쟁도 하지 않는 팀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는 상태라고는 하나 30라운드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권 진입을 노릴 수 있고, 반대로 패배할 시 중하위권으로 떨어질 수 있어 밀월전은 QPR에 상당히 중요한 경기로 여겨진다.
현재 프리미어리그(PL)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PO) 진출 마지노선인 6위 자리에는 과거 김두현이 활약했던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이 7위에는 미들즈브러(이상 승점 44)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만약 QPR이 밀월전에서 승점 3점을 얻는다면 플레이오프권 팀들과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힐 수 있는 것이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많은 국내 축구 팬들의 시선은 한 선수에게 향해 있다. 바로 '한국 최고의 재능' 양민혁이다.
지난해 강원FC에서 데뷔한 양민혁은 프로 데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전 경기(38경기)에 출전해 12골 6도움을 올리며 차기 한국 축구를 이끌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직행했던 선수들 중에서도 양민혁과 같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에 양민혁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양민혁이 시즌 도중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아시아 최고의 선수인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하면서 그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심지어 토트넘이 양민혁을 조기에 호출하면서 양민혁이 금세 프리미어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를 거라는 기대감도 더해졌다.
그러나 토트넘의 사령탑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는 양민혁이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했을 때 수준이 떨어지는 곳에서 왔다며 양민혁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전까지 그를 활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후 양민혁은 몇 차례 교체명단에 포함됐지만 토트넘 선수 명단에 등록되고도 두 달 가까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K리그1에서 2024시즌을 전부 소화하고 토트넘에 합류한 탓에 지쳤을 법도 했는데, 양민혁은 하루빨리 출전 기회를 받길 원했다. 토트넘 역시 양민혁이 영국 환경에 적응하고 경기력적인 면에서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결국 토트넘은 양민혁의 QPR 임대를 결정했다.
한 달 넘도록 힘든 시간을 보낸 양민혁은 지난달 30일 공식적으로 QPR에 입단했다. 토트넘과 같이 런던을 연고로 하는 QPR은 쌍수를 들고 양민혁의 합류를 환영했다.
구단은 양민혁이 강원 시절 17세의 나이에 프로 무대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K리그1 역사상 최연소 득점자가 됐다는 점과 2024시즌 신인상(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고 K리그 올해의 팀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으며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 양민혁이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QPR은 밀월전을 앞두고 공개한 구단 공식 프리뷰에서도 양민혁을 주목했다. 양민혁이 QPR 유니폼을 입은 지 이제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구단에서는 "토트넘 홋스퍼에서 임대로 이적한 한국의 윙어 양민혁이 QPR에서 데뷔할 가능성이 있다"며 양민혁이 밀월전에서 데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적응이나 체력 문제 등을 고려하면 양민혁이 선발로 나서는 게 어려울 수 있으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 도중 교체로 투입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QPR이 야심차게 영입했던 카라코모 뎀벨레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고, 주전 우측 윙어로 나서고 있는 폴 스미스의 경기력도 최근 침체됐기 때문에 시푸엔테스 감독은 양민혁에게 도박 비슷한 기대를 걸어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구단의 전망대로 양민혁이 데뷔전을 치른다면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그랬듯 과감한 돌파와 연계 플레이를 바탕으로 번뜩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말한 것처럼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의 수준 차는 감히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챔피언십, 그리고 챔피언십에서 중~중하위권에 위치한 팀들이라면 양민혁이 긴장하는 걸 감안하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민혁은 첫 경기부터 출격 명령만 떨어지면 자신 있다는 태도다.
양민혁은 QPR 입단 뒤 첫 인터뷰를 통해 "QPR에 올 수 있어 기쁘고 기대를 하고 있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겠다"며 "이 곳에서 뛰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다. 정말 뛰고 싶고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싶다"며 출전 기회에 배고픈 심정을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QPR에서 승격이라는 목표를 갖게 됐다. 승리와 포인트 등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며 "내 장점은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 마무리라고 생각한다. 주말에 밀월과의 경기가 있는데 엔트리에 들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 언제든 자신 있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양민혁은 지난해 3월 K리그1 데뷔전 제주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국 축구 초신성의 출현을 예고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축구종가 데뷔전에서 좋은 기억을 갖게될지 궁금하게 됐다.
QPR이 상대하는 밀월은 가장 최근 우승이 2000-01시즌 EFL 리그 1(3부리그) 우승이었고, 챔피언십에서는 무려 38년 전인 1987-88시즌 외에는 우승한 적이 없어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 최상위리그로 승격한 경험이 전무한 팀이다. 2021-22시즌에는 9위, 2022-23시즌에는 챔피언십 8위를 차지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리그를 13위로 마감한 중위권 수준의 팀이기 때문에 양민혁이 데뷔에 도전하기엔 충분한 상대다.
K리그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현재 챔피언십에서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배준호와 엄지성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양민혁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두 선수들은 각각 스토크 시티와 스완지 시티에서 핵심 자원으로 맹활약하는 중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퀸즈 파크 레인저스 /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