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드라마 ‘수상한 그녀’를 통해 가수 겸 배우 진영의 성장이 새삼 느껴진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오말순(나문희 분)의 손자 반지하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진영은 11년 후 드라마 KBS 2TV ‘수상한 그녀’의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이번에는 인기 그룹 이그니스의 리더, 현 유니스 엔터테인먼트 책임 프로듀서 대니얼 한 역을 맡았다. 영화와 다른 역할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진영은 “주인공이 돼 감격스러웠다"라며 미소 지었다.
"10년이 지났더라고요 엄청난 시간이잖아요. 영화에서 손자로 나왔다가 이번에는 프로듀서로 나와서 아이돌을 제작하는 역할로 나오니까 새삼 세월이 흘렀다는 걸 다시 느꼈고요. 열심히 살았구나 싶었어요.”
최근 종영한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 오말순(김해숙 분)이 하루아침에 스무 살 오두리(정지소)로 변하게 된 뒤 다시 한번 빛나는 전성기를 즐기는 로맨스 음악 성장 드라마다. 2시간 분량의 영화를 12부작으로 구성해 탄탄한 스토리와 감정선을 그려냈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10년이 지나서 다시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니 마냥 웃기기도 한데 먹먹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세월이 지나니 어릴 때가 그립기도 했고요. 요즘도 그래요. 고등학교 때 생각도 나고 젊어진다면 다시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하는데 그런 걸 가장 많이 보여주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와 다른 부분도 있고 몇몇 설정이 추가됐지만 젊은 시절 놓쳤던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과 가족의 소중함을 조명하는 기획 의도는 유지했다.
“부모님도 1회를 볼 때 되게 먹먹해 하셨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그렇고 어른들도 어릴 때를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생각도 하게 되더라고요. 만약 젊음을 얻었는데 다시 돌아가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실 거냐고 여쭤봤는데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너희를 볼 수 없지 않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자녀가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공감이 되진 않더라도 그 마음은 느껴져요. 그런 감정을 담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어요.”
오말순처럼 어린 외모로 돌아간다면 진영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어릴 때부터 꿈이 연예인이었거든요. 이 직업이 너무 좋아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이 직업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너무 재밌게 촬영했어요. 현장에 가는 것도 재밌고 다들 케미가 좋아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도 좋았어요. 다시 돌아가도 ‘수상한 그녀’를 꼭 할 거예요.” (웃음)
‘연예인’이란 꿈을 위해 달려온 진영은 그룹 B1A4 출신으로 가수, 프로듀서로 인정받고 있다. 인기 아이돌 출신 프로듀서 대니얼 한과 공통 분모가 있다.
“인기 아이돌이라고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웃음) 비슷한 점이 있더라고요. 프로듀서까지 하는 캐릭터이다 보니 공감 가는 부분이 있었어요. 경험을 통해 최대한 녹여내려고 했어요.
극에서는 좀 까칠하게 나오지만 저는 마음이 약한 편입니다. 독설을 잘 못 하겠어요. 녹음을 할 때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고 싶은데 잘 못하더라고요. 혼자 생각하고 삭혀야 하니 가끔 그런 성격이 싫을 때가 있었어요. 나중에 결과물을 봤을 때는 무조건 다 말한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 교감을 하면서 좋게 갔을 때도 잘 풀리는 경우가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배우로서의 진영은 2007년 KBS 2TV 드라마 ‘최강! 울엄마’에서 단역으로 데뷔한 뒤 드라마 ‘천 번째 남자’, ‘우와한 녀’, ‘칠전팔기 구해라’, ‘맨도롱 또똣’, ‘구르미 그린 달빛’, ‘우리가 계절이라면’,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경찰수업’, ‘스위트홈’ 시즌2, 3, 영화 ‘수상한 그녀’, ‘내안의 그놈’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저는 원래 배우가 꿈이었거든요. 중3 때부터 주말만 되면 충주에서 버스를 타고 연기 레슨도 받으러 가고 보조 출연, 단역도 많이 했습니다. 뒷모습만 나올 때도 있고 얼굴 반이 잘리거나 멀리서 나올 때도, 편집이 될 때도 있었어요. 그때는 얼굴이 좀 더 나왔으며 좋겠다 했고 얼굴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마디만 하고 싶더라고요.
시간이 지나고 대사가 많아졌는데 그게 저에게 되게 크게 왔어요. 한마디가 두 마디, 세 마디가 될 때 뿌듯하고 희열이 엄청났어요. ‘수상한 그녀’로 10년이 지나고 한 번에 확 느끼는 계기가 돼 감격스러웠습니다.”
진영이 출연했던 영화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은 현재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감독 중 한 명이 됐다. 영화에서 프로듀서 한승우 역을 맡은 배우 이진욱도 ‘오징어게임2’에 출연했다.
진영 역시 ‘수상한 그녀’로 황동혁 감독과 인연이 있는 만큼 ‘오징어게임2’ 출연을 바란 적 있을 법하지만 “출연을 생각하거나 바라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너무 좋은 작품이고 너무 멋진 감독님이세요. 지금도 감독님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교류가 있지만 그런 걸 바라지는 않았어요.
살면서 뭔가를 바라는 걸 줄이려고 노력해요. 바라기 시작하면 상대는 느낄 수도 있고 그게 보이기 때문에 그 사람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징어게임2’ 출연을)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제가 뭔가를 얘기한 적이 없어요.
시즌 1이 나올 때도 그 전부터 열심히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셨어요. 감독님의 작품은 ‘남한산성’도 있고 너무 많았잖아요. 그냥 팬으로서 지켜보는 입장이 컸던 것 같습니다. 팬으로서 작품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드리고 세계적으로 잘되니까 저도 행복했어요.”
사진= 고아라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