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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가 우승을 목표로 내걸고 나선 대회에서 순항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선 강등권 싸움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위기론이 퍼지는 중이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선 1.5군으로 적절하게 스쿼드를 운용하며 리그페이즈를 깔끔하게 통과했다.
그 와중에 손흥민도 리그페이즈 최종전에서 펄펄 날아다니며 45분간 토트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손흥민이 전반전을 지배한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16강에 직행했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UEFA 유로파리그 리그페이즈 8차전 IF 엘프스보리(스웨덴)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10대와 이제 20살이 된 영건이 나란히 토트넘 1군 데뷔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토트넘은 유로파리그 리그페이즈에서 5승 2무 1패(승점 17·골 득실 +8)를 기록하고 36개팀 중 4위를 차지하며 16강 직행에 성공했다.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토너먼트 전 단계 포맷을 바꿨다. 기존 조별리그 대신 36개팀이 리그페이즈에서 무작위로 추첨된 8개팀과 싸워 그 결과에 따라 1~36위를 가린다. 이어 1∼8위가 16강 직행, 9∼24위가 플레이오프(PO)를 거쳐 16강 티켓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직전 경기였던 27일 레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뛴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도 레프트윙으로 선발 출전한 뒤 45분을 뛰고 벤치로 들어갔다.
문책성 교체라기보다는 토트넘의 시급한 과제인 프리미어리그 순위 끌어올리기를 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배려로 볼 수 있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15위에 그치고 있어 승리가 절실하다. 오는 2일 브렌트퍼드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 손흥민을 아껴둔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교체됐다.
직전 유로파리그 경기인 호펜하임(독일)과의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을 폭발하며 자신의 건재를 알린 손흥민은 이날 엘프스보리전에선 득점이 아닌 드리블로 넘치는 존재감을 알렸다.
그는 전반 내내 왼쪽 측면을 지배하며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여럿 창출했다.
전반 8분 왼쪽 페널티 라인 부근에서 수비를 양옆으로 흔들며 돌파를 시도한 손흥민은 상대 발에 걸려 넘어져 프리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골문을 향해 낮게 깔아 찼으나 수비벽에 막혀 골문을 열지는 못했다.
전반 중반 이후엔 왼쪽 골라인에서 날카로운 컷백을 잇달아 찔러 넣었다.
손흥민은 전반 23분 왼쪽 측면에서 드리블로 수비 3명을 제친 뒤 왼쪽 골라인 부근을 넘어가려는 공을 살려내 컷백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달려든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손흥민의 어시스트가 무산됐다.
손흥민의 움직임에 엘프스보리 선수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손흥민은 전반 32분엔 다시 한번 왼쪽 측면을 무너트린 뒤 골라인에서 위협적인 컷백을 넣었다. 문전에 있던 파페 사르의 왼발 슈팅은 골키퍼가 간신히 막아냈다.
손흥민은 골라인 근처까지 깊숙하게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엘프스보리 수비수들을 전반부터 체력적으로 힘들게 몰아부쳤다. 그는 전반 39분 비슷한 위치에서 찔러준 컷백도 아치 그레이가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이 역시 골키퍼가 쳐내 득점은 무산됐다.
이후 후반전을 벤치에서 지켜본 손흥민은 팀의 3-0 승리가 확정되자 점퍼를 입고 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의 절반을 뛰었지만 유럽축구 통계매체는 손흥민의 퍼포먼스를 극찬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팀 내 가장 높은 평점 8.3을 줬다. 풋몹도 8.5를 줬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에만 드리블을 10차례 성공시켰는데 유로파리그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전반전 72%의 공 점유율과 슈팅 11개를 기록하고도 골문을 열지 못한 토트넘은 후반전 손흥민,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 복귀전을 치른 미키 판더펜,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빼고 쿨루세브스키, 라두 드라구신, 이브 비수마를 투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드라구신이 후반 21분 무릎 부상으로 다시 이탈하자, 20살 공격수 데인 스칼렛을 집어넣으며 승부수를 띄웠는데 이게 적중했다.
스칼렛은 그라운드를 밟은 지 4분 만에 오른쪽 측면에서의 쿨루세브스키 왼발 크로스를 문전에서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40분엔 히샬리송 대신 들어간 19세 미드필더 다몰라 아자이가 토트넘 데뷔골을 넣었다. 스칼렛이 살짝 내준 공을 이어받아 골대 정면에서 낮게 깐 왼발 슈팅으로 골대 구석에 찔러 넣어 2-0을 만들었다.
후반 추가 시간엔 2007년생으로 토트넘 공격의 미래로 불리는 마이키 무어가 웃었다. '토트넘의 네이마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는 골대 정면 페널티 라인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무어 역시 이번 득점이 자신의 토트넘 1군 첫 골이었다.
손흥민은 경기 직후 스칼렛, 아자이, 무어와 나란히 기념촬영을 하면서 토트넘 역사의 한 페이지가 작성됐음을 알렸다.
사진=손흥민 SNS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