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주장의 품격은 전반전만으로 충분했다.
손흥민이 득점 없이도 토트넘 홋스퍼 공격을 진두지휘하며 호평을 받았다.
손흥민이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엘프스보리(스웨덴)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최종전에 선발 출장해 맹활약하며 팀의 3-0 완승과 16강 직행에 힘을 보탰다.
이날 손흥민은 선발로 출전해 전반에 공격을 이끄는 핵심 역할을 했다. 왕성한 드리블 돌파로 엘프스보리의 밀집 수비를 헤집는 역할을 했지만, 득점을 만들지는 못하고 전반 종료 후 교체 아웃됐다.
토트넘은 4-3-3 전형으로 나섰다. 브랜던 오스틴 골키퍼가 장갑을 꼈고 아치 그레이, 벤 데이비스, 미키 판더펜, 페드로 포로가 수비를 구성했다. 중원은 파페 사르, 로드리고 벤탄쿠르, 루카스 베리발이 지켰다. 공격에 손흥민, 히샬리송, 마이키 무어가 나와 득점을 노렸다.
손흥민은 전반만 뛰고 교체됐다. 하지만 이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주말 브렌트포드 원정경기를 위해 휴식 차원에서 그는 미키 판더펜,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하프타임에 교체됐다.
전반전에 손흥민은 깊이 내려선 엘프스보리의 밀집 수비를 뚫는 첨병 역할을 했다. 상대 왼쪽 수비를 집요하게 공략했고 화려한 드리블 돌파를 연달아 시도한 뒤 박스 안에서 컷백 패스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전반만 뛴 손흥민은 축구통계업체 폿몹 기준, 평점 8.5점을 받으며 득점을 기록한 다른 유망주들보다 높은 MOM에 선정됐다.
기록을 보면, 손흥민은 슈팅 3개 중 1개가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고 기회 창출 3회, 패스 성공률 87%(39/37), 상대 박스 안 터치 10회, 드리블 성공률 91%(10/11)를 자랑했다. 크로스가 모두 수비에 걸린 점은 아쉬웠지만, 단 한 번의 턴오버 없이 공을 지켰고 경합 실패도 단 한 번에 불과했다.
한편 경기에서는 토트넘 아카데미 선수들이 모두 데뷔골을 터뜨리며 위기의 토트넘을 구했다.
올 시즌 옥스포드 유나이티드로 임대됐던 데인 스칼렛은 임대 복귀 후 토트넘에 귀중한 득점을 터뜨렸다. 후반 25분 오른쪽에서 쿨루셉스키의 얼리 크로스를 스칼렛이 헤더로 연결해 엘프스보리의 밀집 수비를 뚫고 토트넘 데뷔골을 터뜨렸다.
아자이는 후반 38분 중앙으로 들어오며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성공시키며 토트넘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려 엘프스보리의 희망을 끊어버렸다.
종료 직전 무어까지 토트넘 데뷔골을 터뜨리면서 어린 선수들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무어는 17세 172일의 나이로 잉글랜드 축구사에서 UEFA 클럽대항전 골을 넣은 가장 어린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됐다.
현지 매체들도 손흥민에게 좋은 평가를 내렸다.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손흥민에게 득점자들인 스칼렛, 무어, 아자이 다음으로 높은 평점 7점을 줬다. 매체는 "토트넘의 전반전 최고의 선수이며 일관적으로 상대 마크맨을 무너뜨렸으며 하프타임 교체 전까지 동료들에게 기회들을 제공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른 매체인 '이브닝 스탠더드' 역시 손흥민에게 득점자들과 동일한 8점을 주며 호평했다. 주로 손흥민에게 야박한 평가를 했던 댄 킬패트릭 기자는 이날 손흥민에 대해 "그가 풀백을 완전히 녹였고 반복해서 불운한 시몬 헤드룬드를 벗겨내 전반에 페드로 포로, 사르, 무어에게 기회를 제공했다"라고 했다.
득점 없이도 손흥민은 근래 들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더불어 손흥민은 아카데미 선수들이 모두 후반에 맹활약하자, 경기 종료 후 환한 미소로 후배들을 끌어 안아줘 이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득점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 격려했다.
그는 "우리 아카데미와 구단에 정말 특별한 밤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데 뭉쳐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무엇보다 너무나 자랑스러워"라며 이들을 격려했다.
한편 UEFA는 이번 시즌부터 주관하는 클럽대항전 방식을 변경했다. 이전처럼 그룹을 나눠 조별리그 형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닌 본선 진출 36개 팀을 포트로 분류한 뒤 무작위로 추첨해 8개 팀과 홈앤드어웨이 승부를 통해 토너먼트에 직행하는 팀들을 나눈다. 36개 팀 중 1위부터 8위까지만 토너먼트로 직행한다. 9위부터 24위는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고, 그 아래 12팀은 탈락한다.
토트넘은 5승 2무 1패(승점 17)를 기록하면서 최종 4위를 차지했다. 토트넘은 대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지난 시즌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각 조 3위 팀이 유로파리그 토너먼트로 내려와 싸웠기 때문에 우승 구도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이번 시즌부터 챔피언스리그 탈락 팀이 유로파리그에서 다시 경쟁하는 규정이 삭제됐고, 토너먼트 전 단계의 형식도 조별리그에서 리그 페이즈로 바뀌면서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월등한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우승 확률 1~2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토트넘은 16강에서 조규성과 이한범의 소속팀 미트윌란(덴마크), AZ알크마르(네덜란드), 구보 다케후사가 있는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갈라타사라이(튀르키예) 중 한 팀을 만난다. 이 중 갈라타사라이와는 리그 페이즈에서 만나 적지에서 2-3으로 패했다. 알크마르는 홈으로 불러 1-0으로 이겼다.
엘프스보리는 24위로 떨어졌는데 25위 브라가, 26위 베식타쉬와 승점 10으로 같아졌고 골 득실에 따라 탈락하게 됐다.
16강 1~2차전은 3월 7일과 14일에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